게임 외적 분야도 새로운 성과 없어 … '재탕'만 되풀이
  • ▲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선언한 웹젠 김병관 의장(왼쪽). 그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에 이어 두번째로 영입됐다. 오른쪽은 더민주 문재인 대표(오른쪽). ⓒ뉴시스 DB
    ▲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선언한 웹젠 김병관 의장(왼쪽). 그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에 이어 두번째로 영입됐다. 오른쪽은 더민주 문재인 대표(오른쪽). ⓒ뉴시스 DB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심 차게 영입한 김병관 웹젠 의장에 대한 비판론이 일고 있다. 

    김 의장의 삶과 그의 회사인 '웹젠'에서 구현한 게임 속 세계관이 그가 입당하면서 했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민주 김병관 웹젠 의장은 지난 3일, 표창원 전 교수에 이어 두 번째로 영입됐다.

    김 의장은 더민주 입당의 변에서 "흙수저와 헬조선, 패기와 열정만으로 넘을 수 없는 절벽을 넘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벤처창업 및 회사경영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를 통해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업화 시대에 많은 기업인이 부정부패, 정경유착 등으로 많은 부를 축적해 오면서 오늘날 존경받는 기업인들은 매우 드물다"면서 "많은 벤처기업이 성공하고 존경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의 경제정책이 지나치게 대기업 위주로 맞춰져 있어 모두가 상생하는 구조가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정작 게임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그의 회사인 '웹젠'이 내놓은 히트작 게임 '뮤'의 세계관은 '리니지'와 함께 PK가 만연하고 부익부 빈익빈이 상존하는 약육강식의 세계관과 유사한 점이 많아 논란이 되고 있다.

    게임 뮤는 PK(Player Killing,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를 죽이는 행동)를 인정하고 있다. 게임 캐릭터 간 실력을 겨룰 수 있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이지만, 일찍 게임을 시작해 좋은 아이템과 능력을 갖춘 고레벨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능력과 아이템이 덜 갖춰진 저레벨 사용자를 죽이는 부작용이 빈발했다.

    대학생 백현민(26) 씨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재미로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이른바 '양민학살'이 게임 내 만연했다"고 술회했다. 소수의 기득권 사용자가 다수의 '흙수저'사용자를 학살하는 게 가능한 셈이다. 기득권을 유지한 사용자가 게임을 돌리지 않는 동안 저레벨 사용자가 열심히 '노가다'를 통해 역전해내지 않는 한 흙수저는 영원히 금수저에 당할 수밖에 없는 세계관이라는 설명이다.

    백 씨는 "게임 돈의 물가도 개인 사용자로서는 감당하기 불가능할 정도여서 사용자들 사이에 '앵벌이 게임'이라는 말이 유행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뮤'의 강화아이템 등이 기록적인 물가를 기록하면서 게임에서 현질을 조장하는 게 아니냐 볼멘소리가 등장하기도 했다. 게임아이템의 공급량은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에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용자였던 이하윤(28) 씨는 "고레벨 사용자들이 저레벨 사용자들이 활동하는 곳에서 자리를 잡고 몹을 싹쓸이하기 때문에 저레벨 사용자는 사냥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게임"이라며 "부익부 빈익빈이 심한 게임 중 하나라는 사실은 누구도 반론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게임 내 약육강식의 구도는 게임 내 카르텔을 불러왔다. 실질적으로 강한 캐릭터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 '고레벨 사냥터'는 소위 '매크로 캐릭터'(사용자가 손을 대지 않아도 자동으로 게임 내 몹을 처치하고 아이템을 획득하는 캐릭터)가 자리를 완전히 장악했다. 친노 패권주의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지적은 여기서 나온다.

    기존 고레벨 사용자들의 텃세가 굳어지면서 결국 '뮤'는 현금이 없이는 즐기기 어려운 게임이 됐다. 전형적인 '독재체제의 부익부 빈익빈' 세계관을 게임에서 구현한 모습이었다. 현질(현금으로 게임 내 아이템을 구매하는 행위)를 하지 않으면 캐릭터가 너무 약해서 도저히 게임을 즐기기 어렵다는 성토가 빗발쳤다.

    '리니지'를 시작으로 이와 세계관이 유사한 '뮤' 등의 게임이 MMORPG계열 시장을 장악하면서 게임시장은 '고레벨의 텃세'가 자정되기는 커녕 점점 고착화됐다. 심지어 우후죽순 프리서버(기존 운영사가 서비스하는 게임과 같거나 유사한 구조로 운영하는 사설 서버)가 생겨날 정도로 기존 기득권 구조는 깨지지 않았고, 오히려 MMORPG의 필수 요소, 당연한 공식으로 통용됐다.

    이는 후에 외산 게임인 WOW(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게 대한민국 게임시장의 안방을 내주는 실마리를 초래했다는 평을 낳았다.

    국내 게이머들은 국산 게임의 천편일률적인 '앵벌이' 게임 방식과 '기득권' 구도를 벗어던진 새로운 게임의 세계관에 열광했다. 다양한 스토리와 낮은 '최고 레벨'을 통해 컨트롤 요소를 충분히 가미한 이 외산 게임은 계속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외산 게임의 등장으로 기존 MMORPG는 설자리를 잃었다.

    김병관 의장에 대한 비판은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도 이어진다. 김병관 의장의 게임 개발이나 경영 역시 벤처의 역동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병관 의장은 NHN 게임 출신이다. 그는 NHN 게임사업본부 부문장을 하다가 NHN게임스의 대표이사가 된다.그가 웹젠과 인연을 맺은 것은 NHN게임이 2009년 말 웹젠을 인수하면서다. 그는 2010년 7월부터 웹젠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일각에서는 당시 그가 NHN에서 게임사업본부 부문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사행성 게임을 서비스했던 한게임의 매출 증대 때문이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김 의장이 NHN게임스 대표이사를 맡기 전인 2003년~2005년까지 NHN에서 사행성 논란에 휩싸인 한게임의 게임개발 및 사업운영을 주도했다는 내용이다.

    또 웹젠이 2014년 말부터 주가가 가파르게 뛰어오른 부분도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뮤'를 중국 개발사가 재활용해 서비스한 것이 대박을 터뜨려 사용료 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전민기적, 대천사지검'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최근 웹젠이 서비스하고 있는 '뮤 오리진'역시 뮤의 모바일 버전으로 인식된다.

    시장에서 새로운 신작을 성공시키는 등 창의성으로 승부하기보다는 기존 아이템을 계속 재탕해 제2의 성장세를 끌어냈다는 비판이다. '익숙함'이라는 게임시장 내의 기득권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볼멘소리도 뒤따른다.

    김 의장은 입당의 변에서 "감히 말씀드리건대, 흙수저와 헬조선을 한탄하는 청년에게 '노오력해보았나'를 물어선 안 된다"면서 "꼰대'의 염치없는 언어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더불어 "떨어지면 죽는 절벽 앞에서, 죽을 각오로 뛰어내리라고 말해선 안 된다"며 "열정으로 도전하는 청년에게, 안전그물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포부를 덧붙였다.

    하지만 개발자가 일방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세계관에서도 상생은 없었던 웹젠의 의장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진정성 있는 청년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국민들의 의구심은 높아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