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퍼스픽쳐스 제공
    ▲ ⓒ오퍼스픽쳐스 제공

    ‘잡아야 산다’(감독 오인천)의 전개는 ‘라이터를 켜라’(감독 장항준), 액션은 성룡스타일과 흡사하다. 잘나가는 CEO이자 일명 ‘쌍칼’로 불리는 승주(김승우)는 지갑과 핸드폰을, 매일 허탕만 치는 강력계 허탕 형사 정택(김정태)은 총을 고등학생 4인방에게 빼앗기고, 사소하지만 중요한 ‘그것’을 찾기 위해 영화 내내 심야 추격전을 펼친다. 

    영화는 치열한 추격전 속에서도 일상적인 코믹요소를 매 순간 배치해 끊임없이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승주와 정택은 고등학생 4인방이 향하는 PC방, 버스, 지하철, 놀이터 등 일상 공간을 쫓아다니며 연신 골탕을 먹는다. 막상 고등학생들을 코앞에 두고 잡을 수 있는 순간이 와도 이들의 위협에 휘둘리는 어리바리한 아저씨들밖에 되지 못한다. 이름 좀 날리는 CEO와 형사의 ‘가오’가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들이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는다. 

    영화 내내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리얼 ‘개싸움’ 역시 웃음을 더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전략도 없이 마구잡이로 팔다리를 휘두르는 아저씨들의 모습은 세련되지 못한 것이 주는 특유의 공감 웃음을 유발한다. 셀카봉 등 일상 소품으로 선보이는 유머 가득한 액션은 흡사 성룡의 액션 스타일을 보는 듯하다.

    주연 배우 김승우와 김정태의 조합도 흥미롭다.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김승우가 학생들의 도발에 흥분하면 절친 김정태는 이를 진정시키지는 못할망정, 쉼 없는 입담으로 그의 화를 더 촉발하는 상황을 만든다. CEO로서 무게감을 지킬 것인가, 황당한 상황에 감정을 폭발시킬 것인가 갈등하는 김승우의 오락가락 다혈질 면모와 딕션 하나하나 유머를 섞어 빠른 속도로 이를 전달하는 김정태의 캐릭터 쿵짝이 생각보다 잘 맞는다.

    예상을 뛰어넘는 고등학생 4인방의 활약도 눈여겨 볼만하다. 특히 아이돌 그룹 빅스의 멤버 한상혁은 첫 스크린 데뷔에 도전했음에도 전문 배우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연기력을 펼쳐 보인다. 한상혁은 문제의 고등학생 4인방 중 리더 원태 역을 맡아 귀엽고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와 스피디한 액션까지 신인답지 않은 능숙한 연기를 한다. 어른 세대에 대한 청소년의 고민을 내면 연기로 진중하게 표현해낸 신은 한상혁이 앞으로 충무로에서 러브콜을 받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기대될 정도다.

    그와 더불어 신강우는 4인방 중 가장 고민과 아픔이 많은 재권 역을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심도 있게 연기해낸다. 신강우는 승주, 정택과 갈등을 유발하는 핵심 인물로서 활약하며 발군의 감정 콘트롤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태영 역의 김민규, 성민 역의 문용석의 능청스러운 재치와 여성 관객들을 사로잡을 만한 꽃미소는 겁 없는 ‘꽃고딩’ 4인방을 완성시키는 데 충분하다. 

    영화 말미에서는 감독이 대놓고 ‘라이터를 켜라’를 오마주한다. 승주와 정택이 결정적인 ‘물건’을 놓고 ‘라이터를 켜라’를 빗댄 노골적인 대사를 읊는 것. 어찌 보면 1차원적인 발상의 마무리라 볼 수도 있지만, 이와 같은 ‘돌직구’ 대사가 거침없는 이 영화의 콘셉트와 맞아 떨어져 의외의 큰 쾌감을 준다. 황당한 웃음으로 시작해 통쾌한 웃음으로 마무리 짓는 ‘잡아야 산다’는 킬링타임 액션 영화가 미소한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부담 없이 초이스 해볼 만한 영화라 볼 수 있다. 오는 7일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