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지금은 다른 길에 서 있다"… 친노 제외 야권통합 합류할 듯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정동영 전 열우당 의장이 18일 전북 순창에서 막걸리를 곁들인 회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정동영 전 열우당 의장이 18일 전북 순창에서 막걸리를 곁들인 회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자신이 자초한 야권 분열 때문에 총선 참패 위기에 직면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다급히 전북 순창을 찾아 정동영 전 열우당 의장에게 손을 내밀었으나, 정동영 전 의장은 "이미 멀리 온 것 아니냐"는 말로 완곡한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총기난사'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지난 9월 23일 마무리 기자회견에서 "탈당은 최대의 해당 행위"라며 "탈당한 사람은 어떠한 형태의 복당도 불허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입만 열면 김상곤 혁신안의 관철을 부르짖던 문재인 대표가 정동영 전 의장의 복당을 요청했다는 점에서 자기모순의 극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나마 그렇게 해서 이뤄진 복당 요청조차 거절당함에 따라, 문재인 대표는 여러모로 스타일을 구기게 됐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18일 오후 전북 순창을 전격 방문해 정동영 전 의장과 1시간 30여 분에 걸쳐 배석자 없이 막걸리를 곁들인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문재인 대표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서 문재인 대표는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해서 우리가 함께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첫 번째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총선 때부터 힘을 합치면 좋겠다"고, 복당(復黨)을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동영 전 의장은 "지금은 다른 길에 서 있다"며 "이미 멀리 온 것이 아닌가"라고 완곡한 거절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순창에서 이뤄진 문재인~정동영 회동은 그만큼 문재인 대표가 현재 처해 있는 절박한 상황을 반영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4·29 재보선 당시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정동영 전 의장을 향해 '야권 분열' 세력이라며 맹비난했었다.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친노 계파에 속해 있는 한 의원은 정동영 전 의장을 향해 "분열과 배신의 정치"이고 "민주주의의 치욕"이라고까지 극언했었다.

    그런데 지난 13일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고, 17일 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이 후속 탈당하는 등 당의 기반이 허물어지기 시작하자, 돌연 자계파 의원이 "민주주의의 치욕"이라고 칭했던 당사자와 머리를 맞대고 앉아 복당을 요청했다.

    정동영 전 의장의 싱크탱크인 '대륙으로 가는 길' 중앙이사를 지냈던 임종천 전 국민희망시대 대변인은 이날 통화에서 "박주선·박준영·천정배에 이어 안철수 의원까지 여러 세력들이 신당을 만들고 있고 탈당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은 불을 보듯 4·13 총선에서 패배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냐"며 "이번 주에 있었던 '대륙으로 가는 길' 송년회에서 정동영 전 의장이 여전히 호남, 특히 전북에서 많은 사람들의 성원을 받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이상, 문재인 대표가 정동영 전 의장에게 구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전북도당위원장인 유성엽 의원이 17일 탈당하면서 전북 민심이 총체적으로 흔들리고 있고, 유성엽 의원은 지역지와의 인터뷰에서 '정천안(정동영~천정배~안철수) 연대'를 이루겠다고 장담한 상황이다. 한 지역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전북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새정치연합보다 20%p 이상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표는 신당발 태풍에 전북이 휩쓸리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급히 정동영 전 의장을 찾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회동에서 문재인 대표는 "우리 당의 많은 동지들이 다시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복당을 거듭 요청했으나, 정동영 전 의장은 이에 가타부타 언급하지 않고 정권 교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임종천 전 대변인은 "정동영 전 의장은 전북 민심 등 현 상황을 문재인 대표에게 가감없이 전달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계 개편의 큰 틀에서 새롭게 생각하라는 말을 했을 것"이라며 "(정동영 전 의장이 나선다면) 새정치연합만을 살리기 위한 것은 아닐텐데, 지금 문재인 대표가 대표로 있는 한은 (야권을) 살리고 싶어도 살릴 수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결국 문재인 대표가 대표에서 사퇴하는 등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이기 전까지는 정동영 전 의장이 복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표는 지금껏 수 차례의 사퇴 요구에 직면해서도 당대표직 유지를 고집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이날 순창 회동이 성과 없이 끝나리라는 것은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날 문재인 대표의 순창 방문으로, 그간 씨감자 농사를 지으며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던 정동영 전 의장은 더 이상 본인의 뜻이야 어찌됐든 간에 야권발 정계 개편의 회오리 속으로 휩쓸려들어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정동영 전 의장도 이날 회동을 마친 뒤 "내 심장의 맥박이 빨라질 때는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꿈을 꿀 때"라며 "그것을 위해 큰 틀에서는 하나"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임종천 전 대변인은 "앞으로 큰 틀에서 제세력들을 아우르는 작업을 할 것이라는 뜻을 나타낸 것이라고 본다"며 "이제는 기지개를 켜고 많은 사람들과 접촉을 시작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