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창당 後통합 노선에 박주선 "복잡한 방식, 불필요한 갈등 잉태 자충수"
  • ▲ 박주선 의원이 통합신당 추진위원회의에서 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박주선 의원이 통합신당 추진위원회의에서 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독자적인 신당 창당으로 방향을 잡은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포용력이 때이른 시험대에 올랐다.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기 전부터 반노(反盧)·비문(非文)의 기치를 내걸고 신당을 준비하던 제세력을 어떻게 감싸안을 것인가의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통합신당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22일 추진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안철수 신당'이 연대의 문호를 열어놓은 것은 환영하지만, 독자 신당 추진이 호남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안철수 의원마저 독자 신당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민심은 또다른 패권과 분열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선 의원은 "각자 신당을 만들어 다시 신설합당과 흡수합당의 복잡한 방식을 거치는 통합신당의 창당 시기를 놓치거나 불필요한 갈등을 잉태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며, 안철수 의원이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생각이 달라도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말을 가리켜 "진정 이런 자세로 임한다면 지금 당장 통합된 신당을 출범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야권 재편이라는 큰 뜻을 품고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의원 7명이 한 자리에 모여 탈당할 때의 초심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신당 창당을 성공시킬 수 있다"며 12월 말까지 7명의 탈당 의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 '7인 의원총회'의 소집을 제안했다.

    지난 9월 22일 현역 국회의원으로서는 새정치연합에서 가장 먼저 탈당한 박주선 의원은 그간 호남에서 신당의 토대를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달 29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통합신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는 5000여 명의 시민이 운집했으며, 유성엽 의원도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후 유성엽 의원은 문병호·황주홍 의원과 함께 17일 동반 탈당했다. 이로써 13일 먼저 탈당했던 안철수 의원이 정치적으로 고립되는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분당(分黨)이 결정적인 것으로 굳어져 20일 김동철 의원의 추가 탈당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박주선 의원은 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이 탈당하는 자리에 직접 찾아가 이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주선 의원이 일관되게 호남의 비노 민심을 대변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안철수 의원이 어떤 식으로 박주선 의원을 포용하느냐가 '강철수'로 거듭난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포용력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철수 의원은 앞서 21일 정치세력화의 기조를 밝히는 기자간담회에서 "호남의 신당 세력들과의 연대는 기본적으로 열려 있다"면서도 "신당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새정치의 비전·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협력은 이런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된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일단 전국정당 이미지의 정당을 먼저 만든 뒤 뒤늦게 호남 민심을 대변하는 신당을 끌어안겠다는 로드맵과 "먼저 호남에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줄기와 가지를 전국으로 뻗어야 한다"는 노선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야권 관계자는 "안철수 의원이 애써 '호남 신당'을 외면해도, 결국 현재 나타나고 있는 본인의 지지율과 향후 형성될 신당의 물적 토대는 호남일 수밖에 없다"며 "호남 민심은 안철수·천정배 또는 그 누구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문재인 대표가 싫어서 힘을 몰아주고 있는 경향이 강한데, 이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문재인 대표처럼 포용력 없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