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후속 탈당' 현실화… 다음 주중에는 '도미노 연쇄 탈당' 뒤따를듯
  • ▲ 김동철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직후, 먼저 탈당한 문병호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김동철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직후, 먼저 탈당한 문병호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김동철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했다.

    지난 17일 전북·전남도당위원장이었던 유성엽·황주홍 의원이 탈당한데 이어 이날 광주가 지역구인 김동철 의원마저 탈당했다. 제1야당 내의 기득권적 지위에 안주한 채 호남을 '표 식민지'로 삼고 있던 친노패권주의 세력과 이를 이끄는 문재인 대표의 졸렬한 리더십에 대한 민심의 거센 분노가 지역 의원들의 탈당이라는 형태로 표출되는 모양새로 분석된다.

    김동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27년 동안 애증과 고락을 함께 했던 당을 떠날 수밖에 없는 심정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하다"면서도 "계파패권주의와 자신만이 옳다는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 영원히 패배할 수밖에 없는 정당에 더 이상 머물러야 할 이유도 여지도 없다"고 탈당을 선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동철 의원은 새정치연합 탈당의 주된 이유를 문재인 대표의 무책임·무대책·무능력한 정당 운영에서 찾았다.

    김동철 의원은 "문재인 대표 체제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것이 국민과 호남의 뜻이라는 점에서 헌신적 결단을 촉구했지만, 문재인 대표는 '대표 흔들기'로 폄훼했다"며 "총선 승리의 해법을 제시한데 대해서는 '공천 구걸 세력'으로 매도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지극히 상식적인 비판과 진정성 있는 제안마저 '분열 조장'이라며 무시했다"며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의 최종 중재안마저 철저히 무시한 채 (안철수 의원의 탈당이라는) 파국을 불러왔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 탈당 이틀 전이던 11일,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김성곤 의원의 주도로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모였을 때, 김동철 의원은 그 자리에 함께 했었다.

    당시 중진의원들은 비대위를 구성하고 전당대회 소집 문제는 비대위에서 논의하도록 하는 최종 중재안을 도출했으나, 문재인 대표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찾아와 이러한 중재안에 반발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김동철 의원은 이 과정에서 강창일 의원과 대화하며 "(문재인 대표가) 당이 깨질 명분을 주고 있는 것"이라며 결정적인 실망감을 표출했었다.

    탈당한 김동철 의원은 향후 일정 기간 동안 선도 탈당한 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 등과 함께 제3지대에 머물며, 안철수 의원 뿐만 아니라 박주선·천정배 의원 등 여러 신당 추진 세력들을 하나로 묶는 작업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또 자신이 지향하는 방향을 신당 추진 세력 대부분이 추구하는 중도개혁·민생실용에서 찾으면서, 구체적으로 안철수 의원의 발언과 대구(對句)를 맞추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동철 의원은 "국민이 그토록 갈망하는 새정치의 길을 가겠다"며 △사생결단식 투쟁이 아닌 대화와 타협의 정치 △진영논리와 이념 대신 실용과 민생이 잣대가 되는 정치 △막말 대신 상식과 품격이 살아있는 정치 △국민의 삶을 정치의 중심의제로 놓고 책임지는 정치를 지향하겠다고 천명했다.

    아울러 "뜻을 함께 하는 분들과 야권 재편의 초석을 놓겠다"며 "균형있는 진보, 합리적인 보수를 아우르는 야권 지지세력의 나침반과 지도가 되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으로 대통합과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나침반과 지도가 되겠다'고 자청한 부분은 지난 13일 안철수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안철수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을 하면서 "나침반도, 지도도 없이 허허벌판에 나선다"고 했었다. 광주 출신의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동철 의원이 안철수 의원의 '나침반과 지도'가 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김동철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장을 격려 방문한 문병호 의원도 취재진과 문답에서 "탈당 행렬이 계속 이어질 것이고 연말을 전후해 20명은 탈당할 것"이라며 "(김동철·문병호·유성엽·황주홍) 탈당의원 4명이 먼저 모임을 구성해 안철수 대표 뿐 아니라 박주선·천정배 의원과도 함께 해나가도록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동철 의원의 탈당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급격히 새정치연합 문재인 체제로부터 떠나가고 있는 호남 민심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 ▲ 지난 10월 12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안철수 의원과 나란히 함께 자리하고 있는 김동철 의원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10월 12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안철수 의원과 나란히 함께 자리하고 있는 김동철 의원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동철 의원은 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이 탈당한 이튿날인 18일, 지역구인 광주광산갑에서 당원들과 송년회를 겸한 모임을 가졌다.

    200여 명이 참석한 송년 모임에서 당원들은 "문재인 대표 체제로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며 "정권교체 가능성이 없는 정당과는 더 이상 함께 하지 말라"고 거세게 탈당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참석한 광주시의원·광산구의원과 당원들은 탈당 여부에 대한 모든 결정을 김동철 의원에게 위임한다면서도, 김동철 의원이 탈당할 경우 행동을 통일해 함께 탈당하겠다고 밝혀 그의 결단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철 의원은 "광주 의원들 다수가 당원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다"며, 조만간 후속 탈당이 잇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광주 뿐만 아니라 전남·전북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호남 지역 의원들도 정기국회가 폐회한 이후 지역구에 내려가 의정보고회 또는 송년회 형태로 모임을 열면서 지역 민심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탈당 기자회견을 한 유성엽 의원은 직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지역구에서 의견 수렴을 했더니) 빨리 (당을) 나가지 뭣하러 이러고 있었느냐"는 꾸지람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황주홍 의원도 "절대다수가 박수를 치고 잘될 것이라며 우리도 함께 (탈당) 대열에 동참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었다.

    여론조사 등 객관적인 지표 또한 문재인 대표로부터 급속도로 이반하고 있는 호남 민심을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사흘간 휴대전화 임의전화걸기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전국 성인 남녀 5037명에게 전화를 걸어 그 중 1009명과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설문한 바에 따르면(응답률 20%), 광주·전라 지역에서는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 후보로 안철수 의원을 선호하는 응답이 48%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27%)를 압도했다.

    이처럼 호남 민심이 완전히 문재인 대표로부터 등을 돌림에 따라, 향후 새정치연합 소속 호남 지역 의원들의 거취 결정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은 17일 탈당하면서 "빠르면 주말에 후속 탈당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었다. 당시 당내 주류 측에서는 후속 탈당 가능성을 낮게 보는 편이었으나, 실제로 이날 김동철 의원이 탈당함에 따라 예견은 현실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이들이 공언한 '연내 원내교섭단체 구성'도 조만간 현실화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당시 문병호 의원은 취재진과 문답에서 "원내교섭단체는 반드시 된다"며 "내기해도 좋다"고 장담했었다. 올해를 불과 10일 남겨둔 상황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려면 최소한 13명의 현역 의원이 추가 탈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음 주중 '도미노식 연쇄 탈당'이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안철수 의원의 발빠른 행보 또한 탈당파와 보조를 맞추는 한편 잔류파를 압박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17일 전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날 오전 국회에서 탈당한 유성엽 의원을 향해 "오늘 아침부터 나와 운명공동체가 됐다"며 강한 환영의 뜻을 밝혔었다. 아울러 21일에는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정치세력화의 기조와 방향에 대해 밝힐 방침이다.

    이 자리에서는 새정치연합의 공천 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선도 탈당하는 의원들과는 '운명공동체'로 생각하고 함께 새로운 정치를 위한 세력화 작업을 해나가겠지만, 낙천(落薦) 이후에 탈당하는 의원들을 무분별하게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칠 것으로 전망된다.

    호남 지역 의원들이 연내에 '양자 택일'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어, 야권발 정계 개편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김동철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문답에서 "독자적인 계획이나 절차가 있는 것이라 누구라고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광주 의원들이) 순차적으로 합류할 것이고 조만간 결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기에 대해서도 "(탈당은) 본인들의 소신과 철학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새정치연합의 선출직공직자평가 작업이나 공천 등)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는다"며 "개별적으로 많은 분들로부터 (탈당 의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고, 곧 교섭단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