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뮤지션이죠. 음악을 하는 사람, 노래를 만드는 사람, 부르는 사람. 변하지 않는 '음악인'이요"
    2년만에 가요계의 음유시인 루시드폴이 돌아왔다. 루시드폴의 7집 앨범 '누군가를 위한,'은 이색적인 이벤트로 첫 선을 보였다. 한 홈쇼핑를 통해 루시드폴은 직접 재배한 귤과 이번 7집 음반과 책이 결합된 패키지를 생방송으로 한정판매하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생방송 몇분만에 순식간에 한정판 1000장 매진, 루시드폴은 '완판남'이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얻었다.
    농부, 소설가, 현 제주도민(?)까지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루시드폴. 직접 만나 본 그는 '누군가를 위한,' 앨범 타이틀 속 '쉼표(,)'같은 사람이었다. 마침표 같은 세상속에서 누군가를 위한 마음의 안식처가 기꺼이 되어 줄 것 같은 따뜻한 뮤지션이었다.
    루시드폴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안테나 사옥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번 앨범은 정말 담고 싶은 게 많았어요. 내가 들려줄 수 있는,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을 한 데 모으고 싶었어요. 요즘 대부분이 모바일로 음악을 들으시지만, '예전처럼 이렇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야 '이번에 앨범 좀 만들었다. 사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전까지의 앨범이 그냥 CD였다면, 이번엔 다양한 컬렉션이 한데 모인거죠."
  • 파란색의 깔끔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이번 앨범은 그의 바람대로 '귀로, 눈으로, 입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감각적인 앨범을 탄생시켰다. 
    "직접 재배한 귤도 앨범과 함께 모든 분들에게 드리고 싶었어요. 유통기한 문제로 불가능 했지만요.(웃음) 오랜 시간동안 저를 기다려줬던 팬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었고, 처음엔 제 홈페이지를 통해 팬들에게 드렸고, 이후 홈쇼핑을 통해 드릴 수 있었죠. '듣고, 읽고, 먹을 수도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난 2014년 제주도로 이주, 7집 앨범이 나오기전 그의 공백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는 직접 농사를 재배하기도 했고, 동네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며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영향으로 그는 이번앨범에 직접 쓴 동화 '푸른연꽃'을 함께 실을 수 있었던 것. 
    "'농사 커뮤니티'를 함께 하는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됐어요. 매주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시간을 보냈고, 마침 그 당시에 동화책 번역을 하는 일도 하게됐죠. 특히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고 동화를 쓰게 됐어요. 동화는 쉽고 단순한 이야기를 꾸미지 않아도 훨씬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들죠."
  • 여기에 그는 지난 14년 전부터 지은 노래 등 그의 진지한 고민들과 가치가 고스란히 앨범에 담았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늘 고뇌를 하는 루시드폴.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요. 들으시는 분들이 조금 더 귀 기울여 들어주시고, 느끼는 대로 받아 드리기를 바래요. 이번 앨범은 그저 2014년과 2015년의 음악인으로서의 '루시드폴'이예요."

    2014년과 2015년 사이의 루시드폴을 봤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은 제주도 도민이 되었고 품절남이 되었다는 점이다. 제주도 생활에 대해 루시드폴은 "지금 살고 있는 상황이 너무 좋다. 지금 생각으로는 다시 서울에 올라올 생각이 없을 것 같다. 음악하기도 너무 좋고, 보시다시피 지금 앨범 곡수가 많잖아요. 뭔가를 쓰게 됐다는 이야기 아닐까요?(웃음)"라며 매우 만족해 했다.

    더불어 그는 "누구나 그런 시기가 있지 않나요? 내가 몰랐던 나에 대해서 알게 되는 순간. 내가 무언가를 좋아하는지, 내가 누군지를 잘 모르고, 내가 무엇을 불편해 하고 싫어하는 것에 희미해지다가 또렷해지는 과정 말이예요. 예전엔 저는 굉장히 사회적이고 사람들을 만나기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깐 그런 것들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더라구요. 그때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구나'라는 걸 꺠달았죠, 사람들이 붐비는 도시보단 바다나 산이 좋다는 걸 확실히 알았어요. 마침 그 당시 지금의 아내와도 함께 했고, 제주도에 터를 잡게 됐죠"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가장 먼저 모니터 해주는 아내와 함께 제주도에서 음악의 길을 걷고 있다. 아내만큼 제주도에 정착하기 까지 그에게 도움을 준 건 가수 이효리의 남편이자 루시드폴의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뮤지션 '이상순'이었다.

    "사실은 제가 서울을 떠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원하는 않는 관계가 많아졌다는 것도 포함돼요. 몇몇의 친구들을 더 깊게 좋아하는 스타일이고, 사교적이지 않기 때문에 제주도에 내려갔을 때, 아는 분들을 만나진 않았어요. 외롭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죠."

    "물론 상순이는 내려갈때부터 의지를 믾이 하게 된 친한 친구예요. 제주도에 내려가자 마자 상순이 집에 머무르기도 했고, 굉장히 큰 의지가 됐죠. 지금도 자주 만나는 편이예요. (이효리씨와) 세트로 함께요(웃음)."

  • 루시드폴에게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던 만큼 그의 소속사 '안테나' 역시 큰 변화가 생겼다. 최근 소속사는 신 사옥으로 옮겼고, '안테나'의 대표 뮤지션 유희열이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는 SBS 예능프르고르매 'K팝스타' 출신 가수들이 그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이전에 회사는 좋아하는 사람끼리 음악을 만들어 가던 '느슨한 공동체' 느낌이었어요. 회사가 점점 커지게 되면서 조금 더 전문가들이 들어오기 사작했고, 조직적으로 '탁탁' 움직이는 느낌이예요. 'K팝스타'를 통해 새롭게 들어왔고, 내년엔 활발한 앨범 활동을 하겠죠. 회사가 좀 더 체계적이고 더 다양하게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 좋아요."
    그는 음악적 고집이 대단한 사람이다. 녹음부터 믹싱, 마스터링까지 가장 최상의 음질을 위해 노력함을 물론 미니앨범, 디지털싱글 등이 아닌 약 2년마다 오직 '정규앨범'만을 낸다.
    "저 처럼 정규앨범에 8~10 곡을 담은 '정규 앨범'을 내는 뮤지션이 있을 것이고, 싱글앨범 혹은 여러 미니 앨범을 내고자 하는 뮤지션이 있을 거예요. 뮤지션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싱글 단위로 앨범을 낸다는 것에 익숙치 않고 머릿속에서도 잘 그려지지가 않아요. 앨범을 준비하는 그 2년간의 인간적, 음악적 기록이기 때문에 이걸 쪼개고 싶어도 쪼갤 수가 없어요."
  • 완벽해 보이는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자신에 대해 솔직했고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겸손한 자세로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하기도.
    "전 제 목소리 되게 싫어요. 목소리 자체가 작기도 하고 아쉽죠. 저도 운전을 하면서 저의 노래를 듣는 데 잘 안들리더라구요. 그렇다고 계속 그렇게 불만만 가질 순 없잖아요(웃음). 난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고, 그래서 이번 노래를 만들 때 '내가 정말 잘 소화 할 수 있게 쓰자'라고 마음을 먹었죠. 음역, 템포 뿐 아니라 데모 작업을 길게하면서 키도 자주 바꿔보기도 하고 최대한 노력하려 했어요. 녹음을 할때도 엔지니어에게 가장 많이 부탁하는 말이 '목소리가 선명하게 잘 들리게 해주세요'라고 이야기를 계속 해요."
    부단한 노력은 매번 성장하는 그의 앨범을 통해 느낄 수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아직, 있다'를 직접 라이브로 들려줬다. 감미로운 기타선율과 숨죽여 듣게 되는 그의 독보적인 감성보이스가 한 데 어울러졌다. 짙은 그의 감성과 주옥같은 가사들은 세상 어딘가에, 세상 누군가에게 닿아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