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봉사, 태권도·한글 교실 운영 계기로 팬클럽 결성되기도
  • ▲ 고정감시작전을 마친 바라쿠다 장갑차가 동명부대 주둔지로 복귀하고 있다.ⓒ국방부 공동취재단
    ▲ 고정감시작전을 마친 바라쿠다 장갑차가 동명부대 주둔지로 복귀하고 있다.ⓒ국방부 공동취재단

    “한국군은 다른 국적 군대에 비해 겸손하고 행동에서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명예시민증을 진작 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늦었네요. 이로서 동명부대와 이곳 주민들은 공식적으로 한 식구가 된 겁니다.”

    지난 5일 오전(현지시간) 레바논 동명부대 주둔지에서는 지난 8개월간 임무를 수행한 16진 부대와 앞으로 작전을 수행할 17진 부대의 임무교대식이 있었다. 주둔지가 위치한 지역의 75개 마을을 대표하는 압둘 무흐신 후세이니(Abdul Mohssen Husseini) 티르 연합시장은 이날 동명부대에 ‘티르 명예시민증’을 수여했다.

    1978년 레바논 내 분쟁을 막기 위해 유엔 레바논 임무수행단(UNIFIL)이 파견된 이후 외국군이 명예시민증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세이니 시장은 “한국군은 UNIFIL 부대원이 아니라 모두 내 아들이다. 이제 새로운 아들이 생긴 기분”이라고 말했다.동명부대는 이슬람 수니파 단체인 헤즈볼라의 근거지이기도 한 이 지역에서 신뢰를 받고 있었다.

    지난 8년 파병기간 동안 펼쳐온 주민친화 활동의 성과로 풀이된다. 동명부대의 친한화(親韓化) 활동은 주민과 화합을 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우리 군의 안정적인 작전수행에 보탬이 되고 있다. 레바논 남부 지역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의 근거지이기 때문에 주민과 두터운 신뢰관계가 있어야 원활한 작전 수행도 가능한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이스라엘에 헤즈볼라 관련 정보가 넘어갈 것을 우려하는 등 다른 UNIFIL의 활동을 의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 지난 3일 부르즈라할 시 내 만수라학교에 설치된 놀이터 미끄럼틀에서 동명부대 관계자와 함께 어울리고 있다.ⓒ국방부 공동취재단
    ▲ 지난 3일 부르즈라할 시 내 만수라학교에 설치된 놀이터 미끄럼틀에서 동명부대 관계자와 함께 어울리고 있다.ⓒ국방부 공동취재단

    11월 중순에는 정체 미상의 단체가 이탈리아 정찰팀을 습격해 탄약과 탄창, 방탄복을 약탈한 사건이 있었다. UNIFIL은 이 같은 사건을 ‘비우호적행위’라고 부른다. 군 관계자는 “매달 5~6건의 비우호적행위가 타군에게 가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동명부대원에 대해서는 이런 일이 벌어진 바 없다”고 전했다.

    동명부대는 UNIFIL 중에서는 의료봉사를 정기적으로 펼치는 유일한 부대다. 우리 의료진은 압바시야, 샤브리하, 부르글리야, 부르즈라할, 디바 등 5개 마을을 순회하며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매일 한 마을씩 일주일 5회씩 순회 의료봉사를 실시한다.

    지난 6월 10일에는 누적 진료 환자 8만명을 돌파했다. 앞서 3일 찾은 지상 2층짜리 자그마한 부르즈라할 시청 한 켠 벽면에 사물놀이패의 공연 모습과 태극기, 레바논 국기를 나란히 그려놓은 벽화가 눈에 띄었다. 오전 9시 의료진이 짐을 풀기도 전 시청 내부에는 주민 30여명이 동명부대의 순회 의료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 ▲ 지난 5일 현지시간 레바논 동명부대 주둔지에서 열린 임무교대식에 참석한 동명서포터즈 모습.ⓒ국방부 공동취재단
    ▲ 지난 5일 현지시간 레바논 동명부대 주둔지에서 열린 임무교대식에 참석한 동명서포터즈 모습.ⓒ국방부 공동취재단

    같은 날 브루즈라할 시청에서 차량으로 7분 거리에 위치한 만수라학교에서는 들뜬 얼굴을 한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동명부대가 설치를 지원한 인조잔디 축구장과 놀이터가 첫 개시에 들어가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동명부대에 따르면 파병 이후 올해 8월까지 도로포장, 오수관로 연결 등 주민숙원 사업 142건, 학교물품지원, 교육환경 개선공사 등 학교지원 사업 114건 등 총 330건(931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이 있었다.아울러 동명부대는 태권도, 한글, 컴퓨터, 재봉틀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가장 성황을 이루고 있는 교실은 태권도 수업이다.

    지역 주민, 레바논군, 치안기관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으로 775명의 수료생이 배출됐고 이중 195명은 1단 이상 유단자가 됐다. 동명부대에서 운영한 태권도 교실과 한글 교실로 인연을 맺기 시작해 올해 3월에는 회원 20여명으로 구성된 팬클럽이 생겨나기도 했다.

    팬클럽의 이름은 ‘동명 서포터즈’로 현지에서는 ‘KLM(Korea Lebanon MachaAllah)’으로 불린다. 마 샤 알라(Ma cha Allah)는 직역하면 ‘신이 원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최고’라는 의미를 띄고 있다. 

    동명부대 민군작전과 관계자는 “서포터즈 회원들은 동명부대의 활동을 외부로 홍보해 줄 뿐만 아니라 주둔지 인근에서 일어나는 총성의 원인이나 집회의 성격 등 우리 군이 파악하기 어려운 일들을 몸소 확인해주는 등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경계감시작전과 민군작전은 전혀 별개의 활동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샤벨 아부 카릴(Sharbel Abu Khalil) 레바논군 남부(SLS) 사령관(준장)은 “현재 레바논 남부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이는 우리 혼자서만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공동작전을 수행해 준 한국군의 도움이 컸다”면서 “하지만 레바논 국민들이 레바논군보다 한국군을 더 사랑하는 것 같아 사실 질투가 난다”고 말했다.


    [미니 인터뷰] 동명부대의 얼굴들 

  • ▲ 레바논 동명부대에서 활동중인 (위부터)편새봄 대위, 김기현 대위, (아래부터) 박순오 상사, 원승환 상사.ⓒ국방부 공동취재단
    ▲ 레바논 동명부대에서 활동중인 (위부터)편새봄 대위, 김기현 대위, (아래부터) 박순오 상사, 원승환 상사.ⓒ국방부 공동취재단

    남편 이어 파병한 여군·근무 인연으로 결혼한 부부군인도-최초 태권도 교관, 장갑차 정비 위해 세 번 파병

    레바논 티르에 파병된 동명부대에서 임무수행 중인 300여명의 장병 중에는 이색적인 이력을 가진 이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두 번, 세 번 레바논 행을 선택한 이들과 부부가 모두 동명부대원으로 근무한 이들도 있다. 

    동명부대 최초로 태권도 교실을 전담하는 교관도 레바논을 찾았다.17진 인사행정 장교인 편새봄 대위는 남편에 이어 동명부대에서 근무 중이다.

    편 대위의 남편 신동훈 소령은 앞서 동명부대 14진(2014년 1월~2014년 8월) 민사장교로 레바논에서 근무한 바 있다. 편 대위는 신 소령으로부터 현지주민들과의 관계 개선활동 등 파병 경험에 대해 전해 들었고 이 때문에 파병을 결심하게 됐다.

    파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현지인들은 편 대위를 ‘신씨 부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편 대위는 “어릴 적부터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고 입대한 이후로는 해외파병을 동경했다”며 “남편에 이어 국위를 선양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유엔군 주도로 열리는 행사 등에서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군 생활 7년차인 김기형 대위는 동명부대 파병만 두 번째다. 지난 파병을 계기로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지난 13진(2013년 7월~2014년 1월) 파병 때 만난 여군 장교 장미 대위와 귀국한 뒤 연애를 시작해 파병교육준비단으로 소집된 직후인 지난 10월 결혼했다. 결혼과 동시에 8개월간 파병에 들어갔지만 그는 임무수행 의지를 불태웠다.

    김 대위는 “동명부대는 소중한 인연을 맺게 해준 특별한 부대로 재파병을 결심했을 때 아내도 흔쾌히 허락해줬다”며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해 동명부대가 레바논 평화유지에 기여하도록 적극적으로 힘을 모으겠다”고 전했다.

    박순오 상사는 17진 동명부대에 신설된 직위인 태권도 교관으로 임무수행 중이다.

    육군 7군단 태권도 심사관(태권도 6단)으로 근무하던 그는 17진 최초로 태권도 교관 자리가 생긴다는 소식에 파병에 지원했다. 지원자 9명 중 최종 박 상사가 선발됐다. 그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부친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파병을 꿈꿔왔다고 했다.

    박 상사는 매일 오전에는 레바논군, 오후에는 레바논 민간인을 대상으로 태권도 수업을 진행 중이다.박 상사는 “레바논인에게 대한민국과 태권도의 우수성을 알리고 태권도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태권도가 레바논 인기 스포츠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동명부대 고정감시 작전의 핵심 수단인 바라쿠다 장갑차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3번을 파병한 이도 있다. 원승환 상사는 지난 2008년 1월부터 2009년 2월까지(2진·3진) 파병을 연장했고, 16진으로 파병돼서는 장갑소대장을 지냈다. 파병 기간 동안 바닷바람과 모래바람으로 노후한 장갑차를 완전 분해해 새것처럼 조립한 일은 일일이 세기 어려울 정도다.

      원 상사는 눈으로 보고 엔진소리만 들어도 고장 난 부위를 진단할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그는 “그동안 소대장을 믿고 따라준 소대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현지에서 동명부대를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부르는데 우리 장갑소대가 기여한 것 같아 정말 기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