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혁신안, 지금 수용할 수 있으면 석 달 전엔 왜 안했어"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와 안철수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와 안철수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대표에게 혁신전당대회를 재차 요구했다. 지난 3일 문 대표가 공식 거부한 지 사흘만이다.

    안 의원의 재고 요청으로 혁신전대가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에 안철수 의원의 압박 의도가 '당내 불화의 원흉은 문재인'이라는 딱지를 다시 한 번 붙이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문 대표는 빗발치는 사퇴 요구를 피하기위해 '문·안·박 공동지도부체제'를 제안했었다. 문 대표의 노림수를 알아차린 안철수 의원은, 자신이 제안한 '10대 혁신안'에 대한 대답이 없다면 논의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후 안 의원은 혁신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에 대한 평가와 선택을 다시 받자고 역제안했다. 문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사절했다. 문 대표는 그러면서도 독선의 정치라는 비판을 피하기위해 3개월 여 전 안 의원이 제안한 10대 혁신안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대표직을 지키는 선에서 보다 약한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안철수 의원은 6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 수용할 수 있었다면 왜 석 달 전에는 왜 수용을 하지 않았는지 국민들께 설명해야 한다"며 "이제는 혁신안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혁신전당대회를 제안한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문 대표 책임 하에 당을 끌고 가겠다고 했는데, 그 각오로 전당대회에서 재신임을 묻겠다는 선택은 왜 하지 못하는가"라고 물은 뒤 "이제는 국민과 당원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파격이나 획기적인 이벤트가 없는 한,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승리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대결을 피하고 누른다고 해서 당 내부의 리더십이 온전하게 서지는 못한다"면서 "치열한 혁신 논쟁과 경쟁이야말로 혁신동력을 불러일으키고 단단한 리더십을 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문 대표가 다시 당선된다면 깨끗하게 승복하고 적극 도울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문재인 대표에게 말한다. 현재 체제와 리더십으로 당의 분열과 갈등을 잠재울 수 있나, 지금 우리 당으로 총선 돌파와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지금은 기득권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혁신전대를 거부한 12월 3일 결정을 재고하라.


    안 의원의 기자회견 직후 문 대표는 이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은 이야기 하지 않겠다"라고 짧게 답했다. 

    한편 안 의원의 이 같은 강수가 이어지자 정치권 일각에선 배후에 누군가 있는 듯 하다는 시선도 나온다. 최근 자신을 '강철수'라고 지칭하며서 정치 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던한 말투와 행동을 보이던 안 의원의 성향과는 상반된다. 문 대표에게 각을 세우는 것으로 볼 때, 김한길 의원 등 비노계 인사들이 조언을 해주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사퇴와 전당대회 등 대표직 압박 요구에 매듭을 못 짓고 있는 문 대표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전대를 할 경우 사실상 퇴진은 피할 수 없다. 대표직을 물러나지 않더라도 총선 참패가 예상되는 가운데, 그에 대한 책임자로 몰릴 게 뻔하다.

    그럼에도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문 대표 주변의 친노 세력들이 반대하기 때문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친노계의 좌장격인 문 대표가 물러날 경우 파벌 싸움에서 밀리게 된 이들은 정치 생명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공천 욕심을 죽이지 못한 이들이 문 대표의 사퇴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