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영화에서 여배우들의 호흡이 두드러지는 영화를 찾기가 쉽지 않다. 

    남자배우들을 중심으로한 시나리오가 많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여배우가 중심이 되는 시나리오가 적은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男女케미, 男男케미 작품들은 많아도, 女女케미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델마와 루이스' '바운스'와 같은 여배우들의 케미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한국영화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바로 신현빈과 윤소이의 케미가 돋보이는 '어떤 살인(감독 안용훈)'이다.

    '어떤 살인'은 한 여자가 일순간의 쾌락을 해소하려는 세 남자에게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되고, 그것도 모자라 사회로부터 가해자로 몰리게 되면서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의 중심적인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신현빈이 연기한 지은이다. 지은은 평범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살다가 불의의 사고로 가정과 꿈, 행복을 잃어버렸다. 그럼에도 자신의 재능으로 행복한 삶에 대한 꿈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세 명의 남자에게 끔찍한 일을 당하면서 그 소박한 꿈 대신 몸과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된다. 사회는 피해자인 지은을 가해자로 몰아간다. 이 사회의 약자인 여성과 장애인인 그를 사회는 가만 내버려두지 않고, 지은은 결국 스스로를 지키는 선택을 한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지은을 편들어주는 것은 윤소이가 연기하는 자겸이다. 자겸은 여느 남자형사 못지않은 깡과 독기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여기에 여성의 섬세함도 갖추고 있는 유능한 수사관이다.

    자겸은 끔찍한 일을 당한 지은을 도와주려 하지만 지은은 자겸을 믿지 않는다. 자겸은 자신의 동생과 같은 상처를 가진 지은을 돕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사건 수사를 진행할수록 지은의 목을 서서히 조이게 된다.

    영화는 사회의 폭력에 맞서는 지은의 모습과 함께 지은을 도우려는 자겸의 모습이 더해진다. 지은은 겉보기에는 약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길 정도로 강한 내면을 갖고 있다. 성폭력의 상처에도 마냥 무너지기 보다는 스스로를 지키려 한다.

    반면 자겸은 조직폭력배 행동대장에게 거침없이 따귀를 때릴 정도로 강단있지만 여린 내면을 지닌 인물이다. 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동생 같은 지은을 돕겠다는 마음에서는 모성애마저 느껴진다.

    영화에서 두 여배우의 멜로 라인은 없다. 지은은 영화 속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이고, 자겸은 그런 지은을 잡아야만 하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두 여배우가 보여주는 모습은 여느 레즈비언 멜로 영화보다 완벽한 여배우의 케미를 보여준다.

    신현빈과 윤소이의 강력한 여여케미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영화 '어떤 살인'은 오는 28일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