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관계자 "아이들이 '유엔 가입국' 만국기 그린 것" 해명한 학부모 "언론이 학교와 아이들, '좌파집단'으로 몰아.." 불만

  • 지난 14일 <뉴데일리>의 단독 보도로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북한 인공기'가 걸려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학교 측에서 "해당 인공기는 아이들이 그린 것"이라며 교사들의 책임을 도외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허정행 마포구 의원은 같은날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학교 교장을 통해 알아본 결과, 아이들이 운동회를 위해 유엔 가입국인 나라들의 국기를 그린 것으로 확인됐다"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학교 측과 연락해 사정을 알아보고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 블로그와 언론 보도 때문에 이 동네가 좌파가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허정행 의원은 "자신도 소의초등학교 운동회 때 참석했는데 인공기를 보지는 못했다"며 "(학교 관계자로부터)교과 과정 교과서에도 남북이 한민족으로 통일하자는 내용과 함께 인공기가 나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혀, 교과서에도 수록된 인공기를 학교 운동회 때 매다는 게 무슨 문제냐는 식의 안일한 시각을 드러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소의초등학교 관계자는 "해당 인공기는 사전에 스케치한 그림에 아이들이 색을 칠한 것이고, 운동회 당시 설치된 만국기 600개 중 6개에 불과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북한을 포함해 유엔에 가입한 국가들의 국기를 그려 만국기 개념으로 운동회에 설치하려고 했고, 특별히 인공기 그림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고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소의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언론이)우리 학교를 무슨 이상한 집단처럼 몰고 명예훼손을 한 것"이라며 "학교 측 입장이 전혀 반영이 안 됐다. 지금도 말하기 부담스럽지만 학교와 아이들이 무슨 죄냐. 무슨 좌파 집단으로 몰아버렸다"고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부 학부모들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인공기 게양 문제'를 비판한 강승규 전 국회의원에게도 항의 전화를 수차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만국기에 섞인 인공기, 미쳐 못봤다" 변명

    <미디어오늘> 취재진에 "인공기 그림은 아이들이 그린 것"이라고 밝혀 교사들의 '사전 지휘' 가능성을 일축한 소의초등학교 측은 <조선일보>와의 추가 인터뷰에선 "실수로 내걸었다"는 황당한 변명을 늘어놔 빈축을 사고 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소의초등학교 측은 "해당 국기들은 유엔(UN)에 가입된 190여개 회원국 국기의 밑그림을 출력해 1인당 2장씩 전교생에게 나눠주고 색칠하도록 해 만든 만국기"라고 밝히며 "수많은 나라의 국기에 섞인 인공기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실수로 내걸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강승규 전 의원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초등학생도 아는 인공기를 교사들이 구별하지 못했다면 교원 양성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초등학교 운동장에 인공기가 버젓이 게양되는 게 과연 교육적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소의초등학교의 한 관계자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인공기 제작을 지시한 게 맞느냐'는 <뉴데일리> 취재진의 질문에 "인공기 게양 건은 자신이 잘 모르는 사안이라 답변이 어렵고, 이번 주가 현장학습 기간이라 담당 교사들과의 통화도 어려울 것"이라며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 인공기 소지·게양은 국보법 위반

    '국기와 외국기의 게양'에 관한 법규에 따르면 외국기는 우리나라를 승인한 나라에 한해 게양하도록 명문화 돼 있다.

    대한민국과 북한은 서로를 '정식 국가'로 승인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인공기를 임의로 거는 것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셈이 된다.

    다만 예외적으로 '국제적 회의'나 '체육대회'의 공식 행사(시상식이나 국가 제창 등)에선 우리나라를 승인하지 않은 나라의 국기도 게양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초등학교 운동회'를 이같은 체육대회의 일환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편 '국가보안법'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인공기를 소지하거나 사용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북한 선수가 출전하는 시합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인공기를 사용해 응원할 수 없으며, 각국의 소형 국기를 이어붙이는 만국기에도 북한 인공기를 포함시키는 것을 '불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