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너나 잘해라"에 반발, 안철수와도 각 세워… 난타전 양상
  • ▲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을 선언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20일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던 중 문재인 대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싱긋 웃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을 선언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20일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던 중 문재인 대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싱긋 웃어보이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부산 사상·초선)가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을 선언한 천정배 의원(광주 서을·5선)을 향해 "무례하다"고 발끈했다. 천정배 의원이 20일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야권대통합을 주장한 문재인 대표를 향해 "'너나 잘해라'라는 말이 생각난다"고 일갈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하지만 천정배 의원은 새정치연합 소속이 아니라 둘 사이에 당직(黨職)의 상하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선수(選數)나 정치 입문으로 봐도 천정배 의원이 앞선다. 심지어 노무현정권에서의 경력을 봐도 천정배 의원이 법무부장관을 지내는 동안 문재인 대표는 차관급 정무직인 청와대 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이었다.

    이 때문에 천정배 의원이 내홍에 빠져 있는 당을 제대로 단합시키지도 못하면서 대통합의 손짓을 하는 문재인 대표에게 "너나 잘해라"고 조언한 것에 대해, 문재인 대표가 하필 "무례"라고 반발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는 평이다. 혹시라도 제1야당의 대표로서 권위 의식의 발로라면 문제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표는 21일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천정배 신당 △안철수 전 대표의 한명숙 전 총리 제명 촉구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재신임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날 의원회관에서 300여 명의 지지자가 몰린 가운데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 선언을 한 천정배 의원을 향해 "호남 민심을 다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면서도 "천정배 의원을 이렇게 (함께 가자고) 대접하는 것은 천정배이기 때문이 아니라 호남 민심 앞에서 우리가 몸을 낮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천정배 의원이 신당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호남 민심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분열의 흐름에 대해 호남 민심이 동요는 안 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1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 전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촉구한 한명숙 전 총리의 제명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1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 전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촉구한 한명숙 전 총리의 제명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평소라면 천정배 의원에 대해 대통합의 손길을 내밀지도 않겠지만 지난 4·29 광주 서을 보궐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참패한 뒤 호남 민심이 극도로 흉흉하기 때문에, 일단 이러한 민심을 고려해 몸을 낮추고 최대한 예우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천정배 의원이 전날 창당 선언 이후 취재진과 문답에서 "(문재인 대표에게) '너나 잘해라'는 말이 생각난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몸을 낮추기 힘들었던 듯 "무례한 말이다" "무례하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국회의원 선수나 경력, 사법시험 기수와 연수원 기수(천정배 의원은 사시 18회·연수원 8기, 문재인 대표는 사시 22회·연수원 12기) 등에서 모두 앞서는 천정배 의원을 향해 "무례하다"고 비난한 이유에 대해서는 딱히 설명하지는 않았다.

    안철수 전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를 문재인 대표가 감싼 행태를 두고 '부패 척결'에 반한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거칠게 맞받았다.

    문재인 대표는 "(한명숙 전 총리를 감싼 것을) 온정주의라고 말하는 것은 당치 않다"며 "비록 유죄 확정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정치적으로 억울한 사건이라는 것은 당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안철수 전 대표도 당 사람, 즉 새정치연합 소속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저간의 사정을 모르고 한 말이 아닌가"라며 "안철수 대표는 (당에) 들어온 시기가 그 뒤기 때문에 잘 모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같은 초선(初選)인 안철수 전 대표를 '정치 초보' 취급하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임에 따라, 문재인 대표가 한명숙 전 총리 제명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으로 보여 향후 안철수 전 대표 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 ▲ 새정치민주연합이 20일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를 열고 문재인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연단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20일 당무위원회~의원총회 연석회의를 열고 문재인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연단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한편 문재인 대표는 최근 당을 극한의 긴장 상태로 몰고 간 자신의 재신임 논란과 관련해 "(당무위~의총 연석회의의 결의를) 참작을 해서 심사숙고를 하고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20일 당무위~의총 연석회의를 열고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확인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배제 △문재인 대표의 당 단합 노력과 적극적 소통을 권유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표는 "추석 때는 편안하게 (당내 문제를) 놓고 말할 수 있어야 된다"며 "추석 전까지는 깨끗하게 다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말해, 결국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자신에 대한 거부 반응이 호남에서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우려해 재신임 카드를 던졌음을 실토했다.

    이어 "연석회의 결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흔들기나 분란이 일부에서라도 계속된다면 결의가 금세 퇴색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연석회의 결의)이 담보되는 것이냐,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 극히 이례적인 당무위~의총 연석회의 결의 형식의 재신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가 '담보'까지 찾는 것은 그만큼 리더십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으로 문재인 대표 본인이 지난 7월 2일 이종걸 원내대표와의 3개 항 합의나, 지난달 23일 주승용 최고위원과의 3개 항 합의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비주류를 향해서는 '담보'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것에 빗대 "앞으로 문재인 대표와 뭔가를 합의할 때는 담보라도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국회 국방위의 북한의 목함지뢰 매설도발 현장시찰 관계로 서울을 떠난 문재인 대표는 21일 오후 서면을 통해 연석회의 재신임 결의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