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무슨 낯으로 '봉하마을 노무현' 만날까

결국 박주선 의원이 새정치연합 탈당과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추석 밥상 머리에 당 내 계파갈등을 올리지 않겠다'며 안간힘을 쓰던 야당의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앞서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 역시 추석을 앞두고 계파갈등 목소리를 어렵사리 잠재운 시기에 터진 발표이기 때문에 야당으로서는 더욱 이번 탈당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새정치연합 소속이었던 박주선 의원은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박주선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추석 전에는 (탈당을) 해야하지 않느냐는 주위 의견이 많았다"며 "일부 언론 보도에 탈당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가다 보니 언론들이 큰 관심을 보여 지금 탈당을 선언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주선 의원에서 볼 수 있듯 '추석 밥상머리 민심'은 정치권에서는 큰 관심사다. 친척관계의 가족들이 오랜만에 만나 자연스럽게 정치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여야는 각자 추석을 앞두고 불거진 당 내 갈등을 일단 잠재우면서, 자당 홍보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표 역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더라도 추석 연휴 돌아봐야 할 지역구(부산 사상)에서나 정치적 근거지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 등에서 당 내홍에 따른 따가운 시선을 각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우선 새누리당은 윤상현 정무특보의 발언으로 격론이 일었다. 윤상현 특보는 이른바 '친박 대선주자론'과 '오픈프라이머리 불가론'을 꺼내 여당 내 계파갈등에 불을 지폈다.

윤상현 특보는 16일 "내년 총선으로 4선이 될 친박 의원들 중에 차기 대선에 도전할 분들이 있다"며 "지금 여권의 대선주자를 말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어 "(오픈프라이머리는) 현재로서는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만큼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김무성 대표와 각을 세웠다.

그러자 김재원 정무특보가 "아직 대선은 많이 남았다"며 "윤상현 특보의 차기 주자 대선발언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축했다.

당초 김무성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한 바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상현 특보의 발언은 김무성 대표의 정치생명을 자칫 위협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여기에 홍문종 의원과 서청원 최고위원이 '오픈프라이머리 불가론'에 동조했고, 급기야 원내 사령탑을 맡고 있는 원유철 원내대표도 "야당의 혁신안 통과로 여야 합의에 의한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돼 우리도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이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김 대표는 상황이 일단락 되고난 뒤인 22일에도 "제1야당의 반대로 안된다면 우리당만이라도 도입한다는게 정치개혁의 본질이라 생각하고 노력하겠다"며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은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김무성 대표측과 청와대 모두 표면적으로나마 사태 수습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정은 야당도 비슷했다. 야당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9일 "국민과 당원에게 '재신임'을 받겠다"고 말해 당 내 내홍에 불을 당겼다.

갑작스러운 재신임 발표에 야당 중진의원들은 12일 재신임 문제는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문 대표는 "추석전에는 이 문제를 매듭지었으면 한다"고 못박으며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문 대표가 1차적으로 정치생명을 걸었던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안이 의결되고, 이어 지난 20일 당무위원-의원단 연석회의에서 나온 재신임 절차 철회 요청을 문 대표가 받아들이면서 재신임 정국은 일단락 됐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이종걸 원내대표는 "불가피하게 당내 문제로 불거진 사정들은 이제 마무리돼야 한다"며 서둘러 수습했다.

대신 여야는 추석 홍보물을 발행하며 추석민심을 끌어안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새누리당은 "함께 하는 개혁, 다른 길은 없습니다"라는 홍보물을 냈고, 새정치연합은 "힘든 이웃과 함께 나누어 더 넉넉하고 풍성한 한가위 되십시오"라는 책자로 당의 이미지 쇄신을 꾀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이 추석 전 신당 창당을 앞두고 이처럼 탈당을 선언하면서 결국 추석 밥상머리에는 야당 내 분당론과 신당론이 오르는 모양새가 됐다.

여야 모두 지난 한 주간 계파갈등을 잠재우는데 총력을 다하면서 추석 밥상머리 민심에 당 내 갈등이 오르내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심 전전긍긍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여당은 내심 미소짓고, 야당은 내심 속이 끓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가 친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추석 전에 재신임을 강행하는 카드를 꺼낸 것에는 그만한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며 "그러나 신당이 만들어지면서 추석 이후 연쇄 탈당설, 신당합류 세력들 간 연쇄 회동 설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