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따로 신당 만드나" 문재인에 "걱정 너무 많다" 오지랖 꼬집어
  • ▲ 박주선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중도개혁민생실용 정당의 창당을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주선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중도개혁민생실용 정당의 창당을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호남 출신 3선의 중진인 박주선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비판적 호남 민심'을 대표하는 박주선 의원이 민족대이동이 벌어지는 추석 연휴 직전에 탈당을 결행함에 따라 호남의 추석 민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박주선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에서 새정치연합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95년 DJ의 국민회의 창당이 연상되는 중도개혁·민생실용 정당의 창당을 시사함에 따라 호남 민심의 동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주선 의원은 새정치연합을 가리켜 △민주주의가 없는 친노패권정당 △80년대 이념의 틀에 갇힌 수구진보정당 △국민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투쟁만을 능사로 하는 강경투쟁정당으로 규정하고 "새정치연합을 떠나 한국 정치를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새로운 도전을 향해 출발하겠다"고 천명했다.

    박주선 의원은 4·29 재보선 이후 친노패권주의를 청산하는 본질적 혁신이 이뤄지기를 기대했지만, 친노·운동권 일색으로 구성된 혁신위원회에서 오히려 친노패권을 강화하는 '역혁신'이 자행돼 결국 새정치연합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 아쉬움을 짙게 나타냈다. 

    그는 "마지막까지 제대로 된 혁신을 통한 변화를 기다렸지만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며 "면피 혁신으로 계파 기득권만 강화됐다"고 김상곤 혁신위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후 취재진과 문답에서는 문재인 대표를 향해 "(탈당 기자회견을 할 때까지) 만류나 연락 한 번 없었다"며 "백척간두에 처해 있는 당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조언과 비판을 해왔는데 메아리 없는 공허한 주장으로 끝맺게 돼 아쉽다"고 토로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자신을 향해 '당의 열매만 따먹고 철새처럼 날아가려는 사람'이라고 원색적으로 매도한 것과 관련해서는, 세 번의 국회의원 당선 중 두 번을 무소속으로, 한 번을 전국 최고 득표율로 당선됐음을 상기시키며 "나는 당에 열매를 맺기 위해 헌신과 봉사를 한 사람이지, 따먹고 날아가는 철새가 아니다"라고 면박을 줬다.

    이어 구태(舊態)에 빠진 새정치연합을 청산하고, 이를 대체해 국정 운영의 파트너가 될 새로운 제1야당을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주선 의원은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면받는 정치 세력을 해체해야 한다"며 "거대 여당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대안 정치 세력을 창조하는 것은 야권 정치인으로서 역사적 소명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반대만 일삼는 낡은 정치 체제는 혁파해야 한다"며 "협력과 공존의 정치 구조를 만들어 선의의 경쟁을 통해 모든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국정 운영이 되도록 한국의 정치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3대 정치개혁 과제로는 △내각제 개헌 △중대선거구제 전환 △원내교섭단체 요건 철폐를 제안했다.

  • ▲ 수많은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박주선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신당 창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수많은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박주선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신당 창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박주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리멸렬한 채 친노의 패권주의적 전횡 아래 엎드려 굴종하고 있는 새정치연합 동료 의원들을 향해 용기 있는 결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정당은 민심의 바다에 떠 있는 돛단배에 불과하다"며 "바닷속으로 침몰하는 새정치호에 대책없이 안주해 패배의 운명을 공동으로 맞이하는 자세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새정치연합을 대체하고 여당에 맞서는 강력한 수권정당 건설이야말로 책임과 사명이며 시대정신"이라고도 덧붙였다.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문답에서는 "(동료 의원들과) 많은 교감을 이뤘다"며 "국정감사 기간이고 당내에 여러 가지 상황이 있어, 먼저 탈당을 하고 창당 작업을 하다보면 참여할 의원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어서 내년 1월에는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속 동반 탈당에 이를 의원들이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명에 다다를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새롭게 창당 작업에 나설,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대안 야당은 중도개혁·민생실용 성향의 정당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중도개혁·민생실용 정당이 담아낼 구체적인 상으로는 △특정 계파가 아닌, 당원이 주인인 정당 △엄격한 준법으로 솔선수범하는 법치의 정당 △국민에게 문턱이 없고 언제나 소통하는 신문고 정당을 제안했다.

    박주선 의원은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주도할 정치 세력은 진보~보수의 이념 틀이 아니라 국민의 실생활을 일보라도 전진시키는데 전력을 다하는 실용적 정당이 돼야 한다"며 "선명성이 아니라 능력이 우선되는 정당이 새 시대를 이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당의 혁명적인 인적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며 "운동권 중심의 정당에서, 국정 운영 능력이 검증되고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인재들로 구성된 실용적 중도개혁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야권발 신당 창당의 움직임은 지난 15일 신민당 창당을 선언한 박준영 전 전남지사, 20일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을 선언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에 뒤이어 도합 세 개의 흐름이 됐다.

    박주선 의원은 취재진과 문답에서 이와 관련해 "우선은 독자적 (창당) 추진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서로가 차분히 자신의 역할을 하다보면 10월 이후에는 자연스레 (천정배 의원·박준영 지사와)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문재인 대표가 21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왜 따로 신당을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비아냥거린 것을 향해서는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정당을 만들 것인데 따로 만들든 합쳐서 만들든…"이라며 "새정치연합의 통합과 혁신을 해야 할 (문재인) 대표가 너무 많은 걱정을 하는 것 아니냐"고 '오지랖'을 꼬집었다.

    박주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탈당을 20년 전인 1995년 고 김대중 대통령(DJ)의 정계 복귀와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에 비유하기도 했다. DJ는 92년 대선에서 패해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재기가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95년 국민회의를 창당한 뒤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자민련과 연립하며 97년 대선에서 승리한 바 있다.

    그는 "1995년 김대중 대통령의 결단이 정권교체의 초석이 됐듯이 오늘 내 결단이 야권의 창조적 재편과 정권교체의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며 "야당의 창조적 재편과 새로운 대안 야당 건설의 깃발을 들고 시대의 폭풍우 속으로 뛰어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