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김관진 치하하면서도 '짚고 넘어가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의 결과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우리 측 협상 대표였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게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고위당국자 접촉의 합의문에 따르면 북측은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돼 있는데, 김관진 실장이 이러한 합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북한이 지뢰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합의문과 다르게 발표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앞서 김관진 실장은 25일 새벽 2시 청와대에서 접촉 결과 브리핑을 통해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지뢰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정부가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협상한 것에 대한 결과"라고 자평했었다.

이 때문에 일부 조간 매체 등에는 마치 북한이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처럼 보도가 나가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의 입장에서는 이번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의 결과에 대해서는 딱히 문제를 제기할 지점이 없기 때문에, 합의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라도 일단 흠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 명확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는 단순 유감 표명이 담긴 합의문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향후 정부의 해명 여하에 따라 새정치연합의 의도와는 달리 합의문 자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오전 9시에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의 유감 표명과 함께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라며 "장시간 협상에 임한 정부 대표단의 노고를 치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대표는 "다만 한 가지 지적할 수 없는 것이 있다"고 방향을 바꿔 김관진 실장을 겨냥했다.

문재인 대표는 "김관진 실장이 합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북한이 지뢰 도발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합의문과 다른 발표를 했다"며 "합의 결과에 대한 왜곡일 수 있고, 회담 상대에 대한 신뢰를 해치는 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표명한 강경한 가이드라인에 맞추기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이에 대해서는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표는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국회를 나서는 과정에서도 취재진과 만나 "우리의 기대 같아서는 (북측이) 명백하게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협상 상대가 있으니 우리가 원하는 만큼 다 할 수가 없을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유감 표명 정도도 지금 상황 속에서는 잘한 합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잘한 합의로) 평가받으면 될텐데, 합의문하고 다르게 약간 과장된 발표를 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 일단 지적한 것"이라며 "해명을 한 번 들어봐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