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한 표현 어쩔 수 없어… 발표문 외 합의 있을 것임을 시사
  • ▲ 새정치민주연합 한반도평화안보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26일 특위 전체회의를 위해 당대표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오른쪽 거울에 비친 인물은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한반도평화안보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26일 특위 전체회의를 위해 당대표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오른쪽 거울에 비친 인물은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한반도평화안보특위 위원장을 맡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합의문에 재발 방지에 대한 확약이 없는 게 문제라는 지적을 향해 "충분히 할 수 있고, 옳은 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특사로 활동했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남북 간의 합의문에 이 정도의 애매모호함은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잘했고 합의 내용에 대해 국내정치용으로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피력했다.

    나아가 앞으로 새정치연합 한반도평화안보특위는 우리 정부에 대해 조언·건의하면서 북한이 잘못한 것은 과감히 지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방향을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26일 오전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한반도평화안보특위 제1차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새정치연합 도종환·윤후덕·김광진·한정애·홍익표·민홍철·유대운·김현·서영교·이찬열 의원이 배석했다.

    문재인 대표는 축사를 통해 "특위 위원장을 맡아준 박지원 의원은 다른 설명이 필요치 않은, 당 안팎을 통틀어 (남북 관계 관련 특위의) 최적임자"라고 추어올렸다.

    이어 "우리 당의 안보는 그저 평화를 지키는 안보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평화를 만들어나가는 안보"라며 "이런 점에서 새누리당의 안보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박지원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일부에서 이번 (남북) 합의문에 재발 방지 확약이 없다, 헛점이 있다고 지적하는데 충분히 할 수 있는 지적이고 옳은 지적"이라면서도 "이번 합의는 남북이 확성기 대 확성기, 포격 대 포격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서로 양보해 얻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잘하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중국 베이징에 특사로 파견돼 4·8 합의문을 작성했던 자신의 경험담을 언급했다.

    당시 4·8 합의문에는 '역사적인 상봉과 정상회담을 이룬다'고 돼 있는데, 이를 두고 당시 전문가와 학자들이 '김대중 대통령이 역사적 상봉은 김정일과 하고, 정상회담은 북한 헌법상 서열 1위이자 국가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또, 김대중 대통령이 김일성 시신이 있는 금수산 궁전에 참배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4·8 합의문에 명문화하지 않은 것도 많은 이의가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한반도평화안보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26일 특위 전체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기 직전, 서영교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뒷쪽으로는 축사를 마치고 퇴장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한반도평화안보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26일 특위 전체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기 직전, 서영교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뒷쪽으로는 축사를 마치고 퇴장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하지만 박지원 위원장은 결국 정상회담이 김대중~김정일 간에 이뤄졌고, 금수산 궁전 참배도 없었다는 것을 설명했다.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합의문은 애매모호하게 표현됐지만, 사실상 사과와 재발 방지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이 전날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나타낸 입장과 비슷하다. 안상수 의원은 "이것(유감 표명이 포함된 합의문)을 일단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며 "아마도 발표문에 표시되지 않은 합의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박지원 위원장은 이날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협상 과정과 합의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이 불필요하고 적절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김관진 실장과 북한의 황병서 국장이 서로 다른 해석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한다"며 "남북 당국은 협상에 대한 국내정치용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앞서 박지원 위원장은 이날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한 자리에서도 "황병서 북한 총정치국장이 '남한이 교훈을 찾을 것이다'라고 한 것은 국내 정치용"이라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었다.

    향후 특위의 활동 방향과 관련해 박지원 위원장은 "앞으로 진전되는 상황에 대해서 정부에 조언할 것은 조언하고 건의할 것은 건의하겠다"며 "북한이 잘못한 것은 과감히 지적하고, 우리 정부가 바르게 남북관계를 정립해 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특위 회의에서는 부위원장에 우상호 의원, 간사로 홍익표 의원을 선출했다. 또, 특위에 전직 장관·장성과 교수 등 외부 전문 인사도 섭외하는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 간사를 맡은 홍익표 의원은 비공개 회의 종료 직후 취재진과 만나 "(비공개 논의 과정에서) 남북 당국이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사태를 해결했다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며 "6개 항의 합의 사항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