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용, 문재인의 '천군만마' 아냐"… 친노패권 청산 위한 혁신에 박차 가해야
  • ▲ 최고위원회의에 복귀하기로 한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 사진은 지난 5월 8일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한 이후 12일 국회 본회의에 등원할 때 취재진과 문답을 주고받고 있는 모습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최고위원회의에 복귀하기로 한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 사진은 지난 5월 8일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한 이후 12일 국회 본회의에 등원할 때 취재진과 문답을 주고받고 있는 모습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전남 여수을)이 108일 만에 최고위원회의에 복귀하기로 했다.

    △친노패권주의 청산 △투명하고 공개적인 당무 운영 △대선주자 원탁회의 구성 등을 요구하며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했던 주승용 최고위원이 복귀하기로 함에 따라, 24일 열릴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가 공개 모두발언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이러한 요구 사항에 대한 언급을 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된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23일 여의도 모처에서 문재인 대표와 오찬을 한 뒤, 3개 항으로 된 합의를 이뤘다.

    문재인 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와 최고위의 정상화를 위해 문재인 대표가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를 요청하고,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를 받아들여 24일부터 최고위에 복귀 △계파패권정치 청산에 따른 당의 통합이 최고의 혁신임에 공감하고, 함께 노력 △4월 재보선 패배 이후 추진되고 있는 혁신이 국민과 당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을 합의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러한 합의 사항을 공개하며 "이제 제1야당의 최고위원으로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이 내게 맡겨주신 책무를 다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아울러 "이제부터는 당 지도부가 모든 정치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지도부는 혁신위의 그림자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 아니라, 당 혁신을 위해 정치적 명운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에는 이윤석 조직본부장이 물밑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문재인 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 간의 만남에도 배석한 이윤석 본부장은 "(두 분이) 당의 화합과 통합, 계파 패권정치 청산 등을 논의했고 서로 공감했다"며 "그동안 어려움에 처해 있었던 당이 두 분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화합의 길로 가게 돼 다행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주승용 최고위원의 최고위원회의 복귀에도 불구하고 아직 모든 과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마무리와 종결'이 아닌 '일단락과 새로운 시작'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애초부터 지난 5월 8일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 선언은 일각에서 지적하듯 정청래 최고위원과의 '공갈' 막말 발언으로 빚어진 일이 아니라, 문재인 대표의 비선(秘線) 위주의 불투명한 당무 전횡과 친노·범친노 일색의 패권주의적 당직 인선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 제기된 문제점들은 상당 부분 개선이 이뤄졌다. 뭣보다 이윤석 조직본부장 등 능력이 뛰어나지만 비노(非盧·비노무현)라는 이유로 당직에서 배제됐던 인물을 곁에 둔 것이, 당장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윤석 본부장은 인화력과 판단·분석 능력이 뛰어나고 당무에 정통해, 전부터 사무총장 등 총무·조직 관련 계통의 적임자라는 평을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말만 5본부장 체제일 뿐 범친노(汎親盧·정세균계)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사실상 사무총장과 다름 없는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문제 등 남은 개선 과제가 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은 23일 여의도 모처에서 오찬을 함께 한 뒤, 주승용 최고위원의 최고위 복귀를 포함한 3개 항의 합의를 작성했다(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은 23일 여의도 모처에서 오찬을 함께 한 뒤, 주승용 최고위원의 최고위 복귀를 포함한 3개 항의 합의를 작성했다(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또, 당초에 △친노패권주의 청산 △투명하고 공개적인 당무 운영 등의 문제를 제기했던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 일성(一聲)으로 김상곤 혁신위원회를 정조준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정치적 책임을 지고 혁신을 추진해야 할 문재인 대표가 정작 혁신은 김상곤 혁신위에 '아웃소싱'한 채 대권 행보만 하고 있다는 불만이 당내에 누적돼 왔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지난 8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우리 당에 지금 최고위가 있지만, 혁신위에 모든 권한을 넘겨줬기 때문에 아무 의미가 없다"며 "일주일에 몇 번 나와서 공개 발언을 하는 것 외에는 의결기관이라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고, 그저 의결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으로 김상곤 혁신위원회는 "친노패권주의 청산 혁신위가 돼야 한다"는 이종걸 원내대표의 주장에 '역주행'하며, 오히려 대표 전횡과 친노 패권을 공고히 하고 호남·비노 공천 학살의 물길만 터준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런 만큼 이날 문재인 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 간의 합의 사항에, 4월 재보선 이후 추진되는 혁신이 국민과 당원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지도부가 혁신에 정치적 명운을 걸어야 한다"고 선언한 것도, 혁신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이를 '아웃소싱' 받았던 김상곤 혁신위가 책임을 떠안고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문재인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 등 비노 측 핵심 인사들은 그간 "혁신이 올바르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 때는 문재인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해오기도 했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 구성 등 중대한 혁신안이 조만간 중앙위에 상정될 예정이고, 그 위원장이 최고위 의결을 거쳐 임명되는 등 혁신과 관련한 중차대한 정치 일정을 앞둔 상황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의 최고위 복귀는 여러 가지 정치적 의미를 내포한다는 분석이다.

    한편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에 대해 문재인 대표가 어떤 입장을 표명할는지도 관심거리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108일 만에 배석한 상황에서 열리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그가 사퇴할 때 제기했던 여러 문제점과 복귀 일성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문재인 대표도 언급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친노패권주의 청산에 대한 의지 표명과 △향후 당 혁신 과정에서 대표·최고위원을 비롯한 지도부 전원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발언이 적절할 것으로 보이지만, 혹여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형식적인 언급에 그칠 경우에는 복귀 첫날부터 다시금 분란이 예상된다.

    특히 주승용 최고위원이 복귀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청래 최고위원의 복귀에 관한 언급을 한다면 이는 모처럼 당이 통합과 단결의 길로 나아가는 마당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당내 범친노 일각에서는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에 때맞춰 정청래 최고위원의 당직 정지 징계를 사면·복권해 최고위원회의에 복귀시키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데, 가뜩이나 정청래·김경협 의원 등 친노측 막말과 독선, 전횡에 상처받는 당 구성원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적절치 않은 주장이라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주승용 최고위원의 복귀가 문재인 대표의 입장에서 '천군만마(千軍萬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퇴할 때 제기됐던 문제 지점들은 여전히 유효한 만큼 문재인 대표가 이를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더욱 신중한 처신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