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획정안 제출할 듯… 그 때까지도 여야 합의 안 되면 파장 일 듯
  • ▲ 선거구획정위원들이 13일 오전 제5차 전체회의를 마친 뒤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해, 더 이상 국회 정개특위의 결정만을 기다릴 수 없다며 독자적인 선거구 획정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선거구획정위원들이 13일 오전 제5차 전체회의를 마친 뒤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해, 더 이상 국회 정개특위의 결정만을 기다릴 수 없다며 독자적인 선거구 획정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선거구획정위)가 독자적인 선거구 획정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히며, 선거제도 관련 논의의 공전을 거듭하는 여야 정치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20대 총선 선거구획정위는 사상 처음으로 국회 산하 기구가 아닌 독립기구로 구성됐으며, 선거구획정위가 제안한 획정안은 국회에서 가부만 결정할 수 있을 뿐 임의로 수정하거나 손댈 수 없도록 돼 있다.

    만일 선거구획정위가 선거구를 획정해 국회로 넘기겠다고 밝힌 10월 13일까지도 정치권의 논의가 공전돼, 사상 처음으로 여야 정치권의 개입 없이 마련된 선거구획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그 자체만으로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선거구획정위는 13일 오전 국회도서관 영상회의실에서 제5차 전체회의를 갖고, 이후 국회본청으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선거구획정위원들은 이날까지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해줘야 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논의가 공전되고 있는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위원들은 성명서에서 "위원회는 선거구획정안의 제출기한인 10월 13일의 2개월 전인 8월 13일까지 (의원 정수·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수·선거구획정기준 등을) 결정해줄 것을 정개특위에 2차례에 걸쳐 촉구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한의 마지막날인 오늘까지도 선거구 획정 기준 등이 정해지지 않고 있으며, 답보 상태인 정개특위의 진행 경과를 볼 때 향후 결정시기를 예측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원회는 무작정 국회의 결정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위원회는 현행법의 일반원칙과 공청회 등을 통해 확인된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자체적으로 객관적인 획정기준 등을 설정하고 본격적인 선거구 획정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며 "국민의 간곡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국회는 우리 위원회가 제시하는 선거구 획정결과를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우리 위원회는 역대 선거구획정위와는 달리 독립기관으로 수범적인 선례를 남겨야 할 역사적 소임을 부여받았다"며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법정기한인 10월 13일까지 공정한 선거구획정안을 제출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따라 선거구획정위는 지금까지 국회에서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정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상태에서 벗어나, 다음 전체회의부터 본격적으로 인구·행정구역·지리·교통 등 현행법에 규정된 선거구 결정 요인들을 검토해 획정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지난 11일 공청회에서 나타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분석·수렴하는 절차를 다음에 열릴 제6차 전체회의에서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 ▲ 선거구획정위가 지난 11일 의원회관에서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있다. 사진은 김대년 선거구획정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선거구획정위가 지난 11일 의원회관에서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있다. 사진은 김대년 선거구획정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다만 선거구획정위는 정개특위가 비록 시한을 지키지 못했지만 추후에라도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전달해줄 경우 획정 과정에서 뒤늦게라도 반영하겠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위원들은 성명서에서 "국회가 헌법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의원 정수·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선거구 획정 기준을 결정해준다면 우리 위원회가 획정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제도를 둘러싸고는 여야 정치권의 이견이 심해, 정개특위에서 선거구 획정 기준이 결정된다는 것은 요원한 상황이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과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태년 의원은 전날 만나 회동을 했으나 "선거구 획정 기준을 선거구획정위가 요청한 13일까지 보내기 어렵다"라는 점에 합의한 것이 유일한 합의(?)였다.

    이에 따라 선거구획정위가 "법을 지키겠다"고 공언한 이상, 국회에 획정안을 제출할 10월 13일까지 여야 정치권의 합의가 안 이뤄져, 사상 최초로 정치권의 관여 없는 획정안 제출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현실적으로 정치권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획정안이 제출될 것인지, 아니면 도저히 현실 정치권이 수용할 수 없는 파격적이고 이상적인 획정안이 제출될 것인지에 따라 정치권에는 다시금 풍랑이 일 전망이다.

    전자라면 선거구획정위가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여야 정치권을 강력히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후자라면 오히려 획정위가 역풍을 맞으면서 선거구 획정 과정이 안개 속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성명서를 발표한 획정위원들은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독자적으로 마련할 획정안이 어떤 방향을 띄게 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김금옥 위원은 "정개특위에서 (의원 정수 등을) 주면 우리가 그에 따라서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그게 지금까지 지체되고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앞으로 검토를 할 것"이라며 "아직까지 우리는 (방향을) 합의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특히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의원 정수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을 모은 것은 없고, 논의를 해나가야 할 중요한 사항 중의 하나"라고만 답했다.

    선거구획정위는 향후 독자적인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여론의 수렴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자체적인 여론조사 등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