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수단·방법 안 가리고 당권 장악에만 몰두… 함께 할 수 없다"
  • ▲ 새정치민주연합 순창·남원 지역 당원들이 10일 전북도의회에서 집단 탈당을 선언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순창·남원 지역 당원들이 10일 전북도의회에서 집단 탈당을 선언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새정치민주연합 순창·남원 지역 당원들이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지난달 9일 호남 지역의 전직 당직자·당원들의 집단 탈당과 지난달 29일 영남 지역 당원들의 집단 탈당에 이어 세 번째 집단 탈당이다.

    특히 이번 집단 탈당이 이뤄진 전라북도 순창은 정동영 전 의원의 고향이자, 그가 현재 칩거하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정 전 의원과의 연계 가능성에 정치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당사자들은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이라 주장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이번 집단 탈당을 계기로 정동영 전 의원이 전북 지역에서 여전한 자신의 세(勢)를 과시하면서, 향후 야권발 정계 개편과 신당 창당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정재규 전 대통령경호실 특보와 정학영 전 문재인 전북선거대책본부 부위원장, 유영선 전 국정원 서기관 등 새정치연합 전북 순창·남원 지역 당원 10여 명은 10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연합 순창·남원 지역협의회 소속 당원 100여 명은 오늘 부로 새정치연합을 탈당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친노패권주의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재규 전 특보 등은 "그간 새정치연합은 야당에 유리한 환경에서도 특정 세력의 편파 공천으로 인해 결국 각종 재보선에서 패배했다"며 "친노 세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권 장악에만 몰두해 그들과는 도저히 (당을) 함께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새정치연합은 우리 당원에게 희망이었지만 친노패권주의로 민심 이반이 극에 달해 이 상태로는 정권교체라는 여망을 성취할 수 없다는 민심을 확인하고 탈당하게 됐다"며 "이번 탈당이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나아가 "서민과 약자를 대변하고 국민과 민심을 받들 정통 민주당의 맥을 잇는 개혁적인 대안 신당의 밀알이 되겠다"며 "대체할 수 있는 그런 정당이 나오면 적극 참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무소속 천정배 의원, 정동영 전 의원 등 기존 정치인과의 연대설·교감설 등을 부인하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모습이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의 연대설에 대해서는 "광주 쪽 사람들하고는 상의하거나 논의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정동영 전 의원과의 교감설에 대해서는 "정동영 전 의원과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오비이락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정 전 의원과의 사전 교감은 전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순창·남원 지역 당원들이 10일 전북도의회에서 집단 탈당을 선언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순창·남원 지역 당원들이 10일 전북도의회에서 집단 탈당을 선언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온도차가 느껴지는 답변이다. 게다가 이날 집단탈당 기자회견에 배석한 정학영 전 부위원장은 고향인 전북 순창에 칩거하고 있는 정동영 전 의원과 항렬이 같은 친척으로, 돌림자마저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어떤 형태로든 정동영 전 의원과 이번 순창·남원 지역 당원들의 집단 탈당에 모종의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정동영 전 의원은 지난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국민모임 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신 뒤, 국민모임 측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중국으로 출국했다가 귀국한 뒤 줄곧 고향인 전북 순창에 칩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노동당·노동정치연대 등 급진 세력과 4자 연대 및 합당을 모색하고 있는 국민모임과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정치적 지향점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대중적인 개혁 신당의 창당을 모색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 및 정대철 상임고문과의 접점도 어렵잖게 마련될 전망이다.

    그간 신당을 추진하는 제세력들은 새정치연합보다 대중적인 포지션, 즉 정치적 중원을 장악하려는 구상을 해왔다. 이런 점에서 대선 후보까지 했던 정동영 전 의원과의 연대는 일응 매력적이면서도, 지나치게 급진적인 그의 노선이 걸림돌이 돼 왔다.

    천정배 의원도 지난 4일 전북도의회 기자회견에서 "야권에 정동영 전 의원만한 분이 없다"고 추어올리면서도 "정치적 지향이 달라 함께 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거리를 둬 왔다.

    하지만 정동영 전 의원이 보다 대중적인 노선으로 정치적 지향점을 전환할 경우, 전국적인 개혁 통합 신당 창당의 걸림돌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날 전북 순창·남원 지역 당원들의 집단 탈당을 정동영 전 의원의 신당 합류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정치적 지향점을 전환하면서 신당 합류를 기정사실화하고, 전북 지역에서 확고한 자신의 세(勢)를 재차 과시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자신의 입으로 직접 정치적 지향점이나 노선 전환을 거론하기는 어려우니, 당원들의 집단탈당이라는 형태로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표현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며 "여러 신당 추진 세력들이 나름대로 메시지를 해석할 것이고, 반향도 조만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