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효자효녀는 탈북자
최다미 기자 /뉴포커스
효자, 효녀의 기준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기본적으로는 부모에게 공경하고 예의 바른 사람에게 효심이 깊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남북간 효자, 효녀의 의미와 기준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배고파도 참는 모습을 보며 효녀라고 칭찬했는데…"
2007년에 탈북한 신의주 출신 김영희 씨는 "북한에 있을 때는 딸이 효녀였는데 남한에 와서 보니 당시 효녀라고 생각했던 것이 마음이 아프다"면서 "배가 고파도 웬만해서는 칭얼거리지 않아서 고마웠는데 그 어린 것이 엄마 생각하느라고 배고파도 조용히 참았을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억이 막히다"고 말했다.
김영희 씨는 딸과 함께 탈북했으며 최근 남북간 효심의 차이에 대해 실감하는 중이라고 했다. "옆집 아주머니는 자식들이 공부를 못한다고 매일 '너네들은 언제 효도할래'라고 말하는 것이 의아하다"면서 "내 딸은 공부를 잘하지 못하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효녀"라고 말했다.
"음식을 양보하면 효녀입니다."
2005년 탈북한 무산 출신 오영미 씨는 본인을 효녀라고 소개하면서 북한에 있을 당시의 일화를 소개했다. 감자볶음이 먹고 싶었던 날 어머니께서 마침 감자볶음을 반찬으로 준비했고, 오영미 씨는 눈치 없이 계속 먹다가 갑자기 배가 부르다는 이유로 그만 먹었다고 전했다. "먹고 싶었던 감자볶음이지만 어머니도 먹고 싶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기 때문"이라면서 "북한에서의 효녀는 부모님께 음식을 양보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오영미 씨는 작년에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남한에 모시고 왔다면서, "효도 중에서 최고의 효도는 먼저 탈북한 후 돈 벌어서 부모님을 모셔오는 것"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는 탈북자를 효자라고 여길 정도입니다."
2011년 탈북한 회령 출신 김진욱 씨는 "지금 북한에서 효자의 기준은 탈북자"라면서 "아들이 남한에서 송금하는 돈으로 온 가족이 먹고 사는 상황에서 탈북자보다 더 큰 효자는 없다"고 말했다.
김진욱 씨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곧 모셔올 예정이고, 얼마 전 부모님과 통화를 했는데 "통화 내내 아버지께서 '진욱이 너는 효자다'라고 다섯 번은 말씀하신 것 같다"면서 "얼른 부모님을 모셔와 가장 먼저 상다리가 휘어지게 음식을 대접해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들은 남북간 효자, 효녀의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공통적으로 증언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남한에서는 삶의 질과 관련한 것이 기준이지만, 온 국민 모두가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에서는 생존이 기준이기 때문이라는 것.
북한 매체에서는 "한 가정의 효자가 될 것이 아니라 조선혁명과 세계혁명이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는 국제주의 혁명가가 될 것"을 강조하는 등 국가를 위한 효자가 될 것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렇듯 정권의 효자만 효자로 인정하려는 북한정권이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탈북한 아들이 효자라는 말이 돌 정도라고 한다. 북한을 탈출한 자식들이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는 것이 '효도'가 되고, 북한의 가족을 모두 탈북시키는 것이 최고의 효도로 여겨지고 있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