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혜대상자 돌발행동으로 입법 난항 심화
  • ▲ 지난해 12월 12일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는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조현아 대표의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난항을 겪고 있던 관광진흥법 개정안의 처리와 송현동 칼호텔 건립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지난해 12월 12일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는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조현아 대표의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난항을 겪고 있던 관광진흥법 개정안의 처리와 송현동 칼호텔 건립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관광진흥법이 '조현아 사태'라는 악재를 딛고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을까.

    외국인 관광객 1400만 명 시대를 맞아 호텔 증설이 필요하다는 관광·숙박업계의 목소리가 높지만,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민생·경제살리기 대표 법안에 포함돼 있지만, KAL(칼) 호텔 논란에 얽혀들면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관광진흥법이 개정되면 유흥시설이나 사행시설이 없는 특급 호텔은 학교정화구역 내에도 건립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학교정화구역 내인 서울 송현동 옛 미국 대사관 숙소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대한항공은 법이 개정되면 송현동 부지에 7성급 한옥 호텔을 포함하는 복합문화단지를 건립한다는 복안이다. 경복궁과 바로 붙어 있는데다 창덕궁·인사동·북촌 등이 인접해 있는 입지 요소를 최대한 살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바로 이 칼 호텔 때문에 재벌·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법이라는 반대 여론이 비등하면서 입법은 난항을 겪었다. 그럼에도 조현아 당시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는 지난해 9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송현동에 복합문화단지를 건립하겠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며 "전반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 공청회 등 의견 수렴을 할 생각"이라고 의지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5일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태는 이 모든 논란을 일시적으로 잠재웠다. 조현아 대표가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활주로로 향하던 항공기의 기수를 돌려 사무장을 내려놓고 출발하는 사태를 일으킨 것이다. 대표 그 자신이 '전반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을 망쳐버린 셈이 됐고, 칼 호텔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관광진흥법 개정이 가뜩이나 어려운 입법 과제였는데, 수혜 대상자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2월 임시국회에서 관광진흥법 개정안의 통과를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단, 논란이 될 수 있는 송현동 칼 호텔 사안은 철저히 회피하는 방향의 추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중국이나 유럽에는 중소도시에 가더라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제대로 된 호텔들이 다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대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호텔이 없고 다 러브호텔·모텔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원 의원은 "규제해야 할 대상은 정작 러브호텔과 모텔인데,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키워야 할 (특급)호텔이 낡은 규제를 받고 있다"며 "(송현동) 칼 호텔은 들어설 수 없도록 막기로 하고, 야당과 협의해서 관광진흥법을 2월 임시국회 중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은 관광진흥법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는 최근 2년간 54개 호텔에 1만656실을 확보했다"며 딱히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호텔이 부족하지 않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재원 의원은 "그 수치는 러브호텔까지 포함한 것"이라며 "방이 남는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도 "어차피 칼 호텔은 안 되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이 아니냐"며 "법안 자체는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칼 호텔 건은 불확실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