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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체육회.ⓒ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뉴데일리 스포츠】 지난해 11월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문제가 많았던 겸직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여·야가 합의해 겸직하고 있는 직위에서 스스로 물러나자고 결정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 소속 체육단체 회장을 맡고 있는 8명의 국회의원들은 아직도 사임하지 않고 겸직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에 가입된 경기단체 61개 중 국회의원이 회장을 겸직하는 곳이 8개다. 대한컬링연맹(김재원 의원), 대한태권도협회(김태환 의원), 대한바이애슬론연맹(염동열 의원), 대한야구협회(이병석 의원), 대한카누연맹(이학재 의원), 대한복싱협회(장윤석 의원), 대한하키협회(홍문표 의원), 대한배드민턴협회(신계륜 의원) 등이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고 있는 이들 국회의원들이 비판을 받고 있지만 실상은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체육인들이다. 체육단체 회장의 선임은 각 단체의 대의원들이 결정한다.
지난달 22일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신계륜 국회의원은 스스로 물러날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배드민턴협회 대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신계륜 의원의 사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장직을 2018년까지 유지할 것을 결정했다.
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는 의무 사안이 아니라 강제성이 없는 권고 사안이다"며 "현재 신계륜 의원이 떠나며 그동안 진행하는 사업은 물론 협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드민턴협회를 제외한 나머지 7개 체육단체 중 컬링, 바이애슬론, 야구, 카누, 복싱협회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국회의원 회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도 김태환 의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태권도계에서는 김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하키협회는 국민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61개 대한체육회 소속 체육단체 중 국회의원을 회장으로 선임한 단체는 13%(8개)다. 나머지 87%는 기업인이나 경기인이 단체장을 맡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회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드물다"며 "체육단체들이 과거에는 국회의원을 선호했지만 지금은 전혀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 국회의원들이 가진 권력이 각 체육단체의 운영에 영향을 미치던 시절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투명한 행정으로 국회의원들의 권력이 미칠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해진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체육단체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월급이 없는 체육단체 회장을 선임하면서 유명하고 힘있는 사람을 자리에 모시고 싶은 욕심은 이해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이 체육계에 힘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은 1960년대식 발상이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가 펼친 체육 정책은 올림픽이나 세계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낼 '스포츠 영웅' 만들기였다. 태릉선수촌을 만들어 선수를 육성하고 이들 엘리트 선수를 관리하는 행정 조직을 강화하는 작업을 이 시기에 했다. 당시 체육인 육성은 국가의 업이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복싱 세계챔피언이 된 김기수는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의 후원을 받았다. 박태준 회장이 김기수에게 체육관을 지어주고 훈련 비용을 제공했다. 박정희 정부는 김기수의 후원을 박태준에게 부탁했다. 스포츠 영웅 탄생에 정치인부터 경제인까지 모두 동원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체육인은 오로지 경기, 시합, 성적에만 집중하는 존재였다.
체육인은 선수 육성에 필요한 정책도 자금 마련 방법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정책이 필요하면 정부에 요구했고 돈이 필요하면 정부가 소개해준 기업에 요구했다. 운동 외에는 모두 요구만 했던 체육인들은 세월이 흘러 현재 대한체육회 각종 경기단체의 행정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