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유기준 "외통위 마비" 주장..북한인권법 '패스트트랙'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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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연합뉴스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이 당 지도부의 북한인권법 '패스트트랙(법안 신속처리)' 당론 채택 움직임과 관련해 "야당과의 협상이 우선"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유 의원이 북한인권법을 담당하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의 유 의원 설득이 북한인권법 조속 처리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유기준 의원은 "최근 비공개 회의에서 이완구 원내대표와 이인제 최고위원 등이 북한인권법의 패스트트랙 처리에 대한 당론 채택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대해 주관 상임위위원장으로서 한 말씀 드리기 위해 회의에 참석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만약 북한인권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한다면 굉장한 끈기와 인내심을 가지고 야당과 협상해가면서 이것을 처리해야 되는 것이지 말 그대로 이게 그냥 부의만 한다고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유 의원은 "패스트트랙으로 간다고 해도 19대 국회 말쯤 돼야 하는데 (총선을 앞두고)의원들이 국회 출석하기 어려운 때에 이것이 과연 (통과)되는지 상당히 의문"이라며 "패스트트랙은 그래서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패스트트랙은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상임위 재적의원 5분의3 이상의 찬성으로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해 상임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자동부의 되도록 한 제도다. 상임위가 해당 안건에 대해 18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법제사법위원회에 자동 회부되고, 법사위에서도 90일 이내에 체계·자구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외통위는 현재 재적의원 23명 중 새누리당 의원이 14명으로, 이미 5분의3 이상이어서 새누리당 단독으로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북한인권법을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외통위에서 무기명 투표를 거치게 되는데, 이때 유기준 위원장을 포함한 여당 의원들 중 한 명이라도 반대표를 던지면 패스트트랙 처리는 불가능하게 된다.
- ▲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앞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15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어 '패스트트랙' 활용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김무성 대표가 이날 회의에서 19대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데 따른 대책을 세운 것이다.
당시 새누리당 6선 중진인 이인제 최고위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많은 의원들이 신속 처리 방안에 공감을 했다"며 "결국 '당론 채택'으로 의견이 모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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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與, 北인권법 '패스트트랙' 당론 의총연다그러나, 유기준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외통위의 무기명 투표를 언급하며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으로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엄포를 놨다.
그는 "기명 비밀투표를 하게 되어 있는데 만일에 한 표라도 기권이라든지 반대를 하게 되는 그런 경우 말 그대로 지도부의 불신임으로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고 했다.그러면서 "외통위에 북한인권법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법이 또 상당히 있다. 당장 중국과의 FTA도 올해 의논을 해야 하는데 만일 북한인권법을 패스트트랙 위에 올린다면, 다른 안건에 대해 전혀 의논하지 않고 협조하지 않는 그런 상황이 오기 때문에 아마 외통위는 마비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이어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북한인권법의 처리에 대해 저도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패스트트랙으로 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유 의원은 또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든지, 아니면 여야 지도부가 별도로 북한인권법에 대해 합의를 할 수 있는 그런 메커니즘을 만든다면 아마 북한인권법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북한인권법이 10년째 낮잠을 자는 이유가 야당의 끝없는 반대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기준 의원의 주장은 북한인권법을 처리하지 말자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새누리당 고위관계자는 "여야 합의를 원만히 이끌어내야 하는 위원장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런 식이라면 절대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킬 수 없다. 국가 미래의 큰 틀에서 조금 더 진취적인 입장을 가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 ▲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과 하태경 의원, 시민단체 대표들이 지난달 25일 여의도 국회 앞에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사진기자
북한인권법은 지난 2005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처음 발의했으나 사실상 야당의 반대로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이런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완구 원대대표 등 당 3역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인권법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당시 새누리당 지도부는 "만약 야당과의 협상이 틀어지면 '패스트트랙'을 이용해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전했고, 이에 박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고 TV조선이 보도한 바 있다.이후 정치권에선 북한인권법에 대한 패스트트랙 처리 논의가 점화됐다. 유기준 의원은 당시에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야당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당시 유기준 의원은 "패스트트랙을 한다면 상임위가 경색될텐데 어떻게 일정을 잡겠느냐. 이러한 점을 당 지도부에 말했는데 그런 말이 나온 데에 대해 상당히 유감스럽다"며 당 지도부를 향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유기준 의원의 당 내 엇박자 행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정부의 대북제재 조치인 '5.24조치'와 관련해선 "비현실적인 철 지난 옷이다. 북한의 선조치가 없이도 우리 스스로의 필요성으로 이를 해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후부터 일관되게 가져온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 없이는5.24 해제는 불가하다"는 공식 입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발언이었다.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사가 정부의 원칙적인 입장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정부 정책을 놓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한편, 이인제 최고위원은 북한인권법 패스트트랙 처리와 관련해 "북한인권법은 올해 안에 제정이 안 되면 19대 국회 제정이 물건너 가는 것"이라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인권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는데, 한민족이자 당사자인 우리나라가 북한인권에 눈을 감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이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우리 국회가 북한인권 문제에 정면으로 대처를 못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서 국가의 의지를 담아서 체계적으로 북한인권에 대해서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들의 의무다"며 연내 입법을 강하게 요구했다.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김문수)도 19일 전체회의에서 "북한인권법은 보수의 가치에 부합한다"며 10년 째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촉구했다.
유기준 의원의 반대로 북한인권법 패스트트랙 당론 채택이 물건너 갈 경우, 일부 여당 상임위원장에 의해 정부여당이 좌우지되는 형국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