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은 朴, 대권은 文'에서 '여러 대선 후보 챙기는 朴'으로 방향 선회?
  • ▲ 지난 11일 울산 종하체육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박지원 후보가 연단에 올라서고 있다. ⓒ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지난 11일 울산 종하체육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박지원 후보가 연단에 올라서고 있다. ⓒ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박지원 후보의 '문전박대' 주장에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면서, 야권내 차기 대권주자들이 미소짓고 있다.

    '문전박대(文全朴大)'란 '문재인이 전당대회 나오고 박지원이 대선 나가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줄임말으로, 당권은 박지원·대선은 문재인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박지원 통합캠프의 캐치프레이즈였다.

    나아가 "'문전박대'를 무시하고 문재인 후보가 당권 장악을 고집하면 당원들로부터 '문전박대(門前薄待)' 당할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이렇듯 '당권은 박지원, 대권은 문재인'을 주장하던 박지원 후보의 주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박지원 후보는 지난 10~11일 제주·경남·울산·부산 합동연설회 일정을 소화할 때만 해도, 연설을 통해 이를 몇 번이나 강조했다.

    일례로 지난 11일 벡스코 3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부산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당의 자산인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지켜내는 전당대회가 될 수 있도록 여러분에게 (당대표로 박지원 지지를) 호소드린다"고 외쳤다.

    하지만 17~18일 대전·충남·전남·광주 합동연설회에서는 흐름이 바뀌었다.

    17일 충남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충남에 안희정 대망론이 꿈틀거리고 있다"며 "문재인 후보가 당대표도 하고 대선 후보도 한다고 하면, 안희정 대망론이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호소한다"고 부르짖었다.

    나아가 이튿날 열린 전남 지역 합동연설회에서는 "만약 문재인 후보가 당권을 잡는다고 하면, 안철수·정세균 대표 등 이 대권 후보들이 견딜 수 있겠느냐"며 "혼자 다 하려고 하면 제2의 정동영이 나온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선 후보 문재인을 위해 당권은 박지원에게 맡기라'가 아닌 '여러 대선 후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당권은 박지원에게 맡기라'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를 두고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박지원 후보가 대의원과 권리당원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신감이 붙은 박지원 후보가 보다 과감한 전략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당내의 다른 잠재적 대권 주자들도 덩달아 미소짓고 있다.

    박지원 후보의 언급에 따라, 차기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문재인 후보와 동일 선상에서 경쟁하는 것으로 당내 지위가 저절로 격상되는 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정세균·박원순·안희정 등은 지난 대선에서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1469만 표를 득표했던 문재인 후보와 같이 거론되는 것 자체로도 손해일 것은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18일 전남 합동연설회에 참석했던 안철수 의원의 표정이 근래 들어 가장 밝더라"며 "정세균 고문과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빙긋 웃으며 박수도 많이 치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