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사이버테러] 국내 '유해화학물질' 정보 해킹

    유사시 북한이 해킹을 통해 확보한 우리의 유해 화학물질 제조시설을
    작심하고 타격한다면 어떤 피해가 날까.

    김필재    
     
    2009년 3월5일 공군 XX사령부에 침투한 북한 해커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운영 중인 ‘화학물질사고대응 정보시스템’(CARIS)에 접속할 수 있는 인증서를 해킹했다. 해커들은 훔쳐낸 인증서를 이용해 CARIS에 접속, 유해화학물질 제조업체의 위치와 화학물질 정보는 물론 해당 화학물질의 유해성과 폭발시 피해범위 등 수천 건의 자료를 해킹했다.
     
      북한의 CARIS 해킹 사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북한 해커부대가 해킹을 통해 유해 화학물질을 제조하는 700여 개의 업체 또는 기관정보를 빼낸 것 같다. 1,350여 종에 달하는 유해 화학물질 정보 등도 함께 빼내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 ▲ 북한의 조선 콤퓨터센터
    ▲ 북한의 조선 콤퓨터센터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처럼 남한의 화학물질 정보를 입수한 이유를 북한의 ‘화학전 전략’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만일 북한이 남한의 각종 화학공장들에 대한 정보를 손바닥 보듯이 알고 있다면 경우에 따라 특정 공장을 파괴해 구미의 불산 누출 사고와 같은 대재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굳이 북한은 자신들의 화학무기를 쓰지 않고서도 사실상의 화생방 공격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유사시 북한이 해킹을 통해 확보한 우리의 유해 화학물질 제조시설을 작심하고 타격한다면 어떤 피해가 날까. 전문가들은 “북한은 사거리 120km의 단거리 탄도미사일(KN-O2)과 사거리 약 60km의 240mm 방사포(1문당 발사관 12~22개)를 동원해 700여 개소의 화학물질 제조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보다 정확한 타격을 위해 특수부대 요원 8~10명을 태운 공중침투용 AN-2기를 동원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1984년 12월3일, 인도 보팔시의 유니언 카바이드사(社) 공장에서 40여톤의 메틸이소시안염(MIC)이 누출됐다. 메틸이소시안염은 무색무취의 독성물질로, 호흡기 장애, 중추신경 장애, 면역체계 이상, 실명 등의 치명적인 피해를 일으키는 화학물질이다. 이 사고로 하룻밤 사이에 2000여 명의 주민이 사망했고, 60만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얼마 후 사망자는 2만 명으로 늘어났고, 인구 75만 명의 보팔시 시민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다. 보팔참사는 불과 2시간 동안 누출된 독가스로 인해 도시 전체가 회복불능의 피해를 입은 치명적인 사고였다.
      
      후세인 정권의 경우 1980년 시작된 이란·이라크 전쟁의 혼란한 틈을 타 분리독립 운동을 본격화한 쿠르드족을 진압하기 위해 1987년부터 1년 동안 이라크 북부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을 독가스로 공격해 18만 명을 학살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2009년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3만8000여 화학물질 가운데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황산, 염산, 톨루엔, 트리클로로에틸렌 등 56종의 유해물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이러한 물질을 생산하거나 사용하는 공장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한다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했다.
      
      화생방방호사령부의 한 장교는 “북한은 남침시 신속히 전쟁을 종결하기 위해 개전 초기부터 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의 화생방 전문가들은 사린 화학작용제 650톤이면 232㎢내에 존재하는 인명의 30~40%를 사망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1700톤이면 면적 600㎢인 서울 인구의 30~40%를 살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안보문제연구소 관계자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경가스 등 화학무기 20톤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20킬로톤(TNT 2만톤)의 원폭과 맞먹는 인마(人馬) 살상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의 화학물질 제조업체와 물질정보가 北의 손아귀에 들어가 북한이 직접타격 혹은 게릴라전 형태로 화학전을 수행한다면 심각한 안보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