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차관' 박영준 만기 출소, 자원외교 논란 묻자‥

이명박정부에서 '왕차관'으로 통했던 박영준(54)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13일 만기 출소했다. 

박 전 차관은 수감기간 동안 염색을 못한 탓인지 하얗게 샌 머리에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오전 0시 5분께 서울 남부구치소를 빠져나왔다.

파이시티 사업과 원전 비리로 2년 6개월의 수감 생활을 끝내고 만기 출소한 것이다.

박 전 차관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논란을 묻는 기자들의 계속된 질문에 "재판 중이기 때문에 양해해 주십시오"라고만 짧게 답했다.

마중 나온 지인들이 "고생하셨다"고 하자 "나는 괜찮아"라고 짧게 답했다. 어머니에게 건강을 묻곤 한동안 꼭 안고 있었다. 이어 지인들과 모두 악수를 나눈 뒤 박 전 차관은 미리 준비돼 있던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구치소 앞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차관의 출소가 정국을 뒤흔들 핵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출소가 이뤄진 데다가 해외 자원개발에 깊숙이 관여해온 박 전 차관이 입을 열 경우, 비리 의혹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전 차관의 출소를 계기로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국정조사를 밀어 붙인다는 계획이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최근 "관련자들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물어서 다시는 우리 역사에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차관은 지난 2012년 5월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파이시티 사업 인·허가 문제로 시행사 측으로부터 1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같은 해 6월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까지 추가돼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그는 올해 5월 만기 출소를 하루 앞두고 원전비리 혐의로 6개월형을 추가로 선고 받아 총 2년 6개월의 형기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