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과 ‘냉기류’에…문희상 “金 미워말라” 너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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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에서 여야 지도부와 회동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에서 여야 지도부와 회동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김무성 대표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달라.”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이같이 요청했다.
    우스갯소리로 던진 말이지만 냉랭한 기운이 오가는 당청사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뼈있는 농담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 말을 듣고 ‘파안대소(破顔大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13개월 만에 국회에서 여야 지도부와 회동했지만 마주한 표정만 봐서는 누가 여당이고 야당인 지 구분이 안설 정도 묘한 기운이 돌았다.

    발단은 지난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개헌 봇물’ 발언을 한 뒤 곧이어 공무원연금 개혁안 연내 처리 불가능이란 입장을 내놨다. 앞서 박 대통령은 현 시점의 개헌 논의는 ‘경제 블랙홀’이라고 규정했고 또 당정청 회동에 김기춘 비서실장까지 보내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연내 처리를 적극 당부한 바 있다.

    김 대표는 뒤늦게 개헌 발언을 사과하고 또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새누리당 소속 의원 전원의 명의로 발의하는 등 때늦은 ‘충성심’을 강조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서운함은 현재진행형으로 보인다.

     

  •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 시정연설을 마친 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과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 시정연설을 마친 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과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먼저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을 마무리 짓고 본회의장을 나서면서 의원들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다 김 대표와 마주쳤지만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고 악수만 하고 지나갔다. 또 여야 지도부와 회동 때는 김 대표가 “야당 지도부와 만나 대화하는 기회를 자주 가져달라”고 요청했지만 박 대통령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는 김 대표에게 감정이 상한 것보다 앞으로 남은 3년여의 임기를 이끌어나가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새누리당이 김무성 대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핵심 현안마다 연달아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등 대통령의 레임덕을 독촉하는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 ▲ 새누리당 내 친박에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대선 후보로 띄우기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뉴데일리
    ▲ 새누리당 내 친박에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대선 후보로 띄우기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뉴데일리

     

    최근 친박 내에서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이름이 자꾸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달아 자기 정치를 시도하는 김 대표에 대항할 상대로 반 총장을 띄우는 한편 친박을 결집시키는 효과도 있다. 현재 새누리당 내 거론되는 차기 주자들이 대부분 비박계라는 점에서 당을 추스르기 위한 또 하나의 장치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여당의 독자행보를 차단하기 위해 야당과는 새로운 관계정립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청와대에 초청한 데 이어 이날은 신임 야당 지도부와 회동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야당의 힘’을 아는 정치인이다.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첫 일정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또한 DJ 측근인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와 김경재 전 의원,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지지선언을 이끌어 낸 것은 그의 대선 승리의 주요 발판이 됐다.

    한편 이날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회담 직전 김무성 대표는 좌석 배치를 바꿨다. 대통령 기준으로 왼쪽이 야당, 오른쪽이 여당이었으나 그의 제안으로 대통령의 오른쪽에 야당이 앉게 됐다.

    회동이 시작되자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국회 잘 오셨습니다. 오늘은 저쪽(여당)은 좌편이고 이쪽(야당)은 우편”이라고 했다. 이날만큼은 여당과 야당이 뒤엎어졌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