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박영선 원내대표.조윤선 정무수석까지, 여성 특유의 소통 정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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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여야 원내 지도부와 머리를 맞댔다.

    취임 후 번번히 국정운영에 발목만 잡았던 야권과 이제는 제대로된 소통을 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 의미있는 이날 회동은 또 한편으로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과 원내대표,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3명의 여성 정치인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점에 눈길이 쏠렸다.

    오전 10시30분부터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열린 회동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의장,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우윤근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또 청와대에서 조윤선 정무수석이 자리를 함께 했다.

    한 테이블에 6명의 정치인이 모였고 이중 3명은 여성이었던 셈이다.

    국가 정치를 이끌어가는 여당, 야당, 청와대의 대표가 모이는 회의에 여성 정치인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여성 정치인이라는 표현도 이제는 어색할 정도로 많은 여성 정치인이 나왔지만, 아직 그 여성 정치인이 특정한 세력이나 계파의 대표성을 띄는 경우는 박 대통령이 유일했다"며 "하지만 최근 국민의 바람이 소통하고 화합하는 정치로 변하는 만큼 여성 정치인이 활동할 영역이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이날 회동은 그동안의 여야 그리고 청와대의 관계를 미뤄볼때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를 냈다.

    회동을 마치고 돌아간 여야 원내대표의 결과 발표를 종합하면 김명수 교육부 장관과 정성근 문화부 장관 임명에 대한 재고를 요구한 야당의 목소리에 박 대통령은 "잘 알았고, 참고하겠다"고 답했다.

    반대로 박 대통령은 인사청문회의 비정상적인 신상털기에 대해 지적했고, 야권도 이에 대해 긍정적인 개선 의지를 보였다.

    법안 통과 문제에 있어서도 박 대통령은 정부조직법과 김영란법 등 계류된 법안을 조속히 국회가 통과시켜줄 것을 요구했고 여야 원내대표단은 8월 국회에서 논의해 처리할 것을 약속했다.

    가장 민감한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소통이 이뤄진 자리였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정부의 5.24 조치 해제를 건의하며 진정한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박 대통령은 통일 준비를 여야가 함께 할 것을 강조, 통일준비위원회에 여야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하며 양 측의 접점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회동에 참석한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박영선 원내대표가 한글 문양이 새겨진 스카프를 대통령께 드렸고, 대통령은 남녀 시계를 선물로 줬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뚜렷한 결론이 도출되지는 않았지만, 여권과 야권 그리고 청와대가 서로의 입장에 한발짝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이날 회동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다.

    부드러운 접근 방식을 통한 소통과 화합이라는 여성 정치인 특유의 장점이 잘 드러나고 잘 먹혀든 셈이다.


  • 덕분에 회동한 참석한 3명의 여성 정치인은 모두 좋은 정치적 성과가 기대된다.

    '불통'의 이미지를 가졌던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의 요구를 상당히 수용하는 모습으로 소통의 이미지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또 하반기 민생법안의 원활한 국회 통과를 위한 디딤돌을 딛게 됐으며, 곤두박질쳤던 국정수행 지지율 반등도 가능해졌다.


    정부와 여당의 발목만 잡는다는 비판이 불편했던 '쌈닭' 이미지 박영선 원내대표도 야당 원내 지도자로서 리더십을 보여준 자리였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에 가려 일선에 나서는 선봉장 역할만 했던 것에서 정치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로서 입지를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력한 여성 국회의원이 부족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여성 원내대표로의 성공은 차기 혹은 차차기 야권 여성 대권주자로서의 발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첫 청와대 여성 정무수석으로 임명되면서 정무적 능력 시험대에 올랐던 조윤선 정무수석도 이번 회동을 통해 혁혁한 공을 세웠다.

    설득과 협상이라는 정무적 과제를 여성 정치인도 잘할 수 있다는 안팎의 평가를 자신의 경력으로 쌓고 있는 중이다.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혼자서도 정치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윤선 개인의 추진력을 얻는 과정이란 점에서 박영선 원내대표와 같은 향후 여권 유력 여성 정치인으로 성장 가능성도 엿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이번 회동을 계기로 앞으로도 정례적으로 원내지도부와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시했다"며 "국민들에게는 정치권의 이런 모습이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