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은 채 비겁한 사퇴종용, 권위 땅에 떨어지고 콘크리트 지지율 무너져
  •        

    다 잃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잃을 것이다.

    허탈한 사람이 내뱉는 저주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최고 인사권자의 권위를 잃었다.
    더이상 박근혜 정부를 위해 목숨 바쳐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그런 일할 사람이 없다면 결국 국민도 등을 돌릴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를 지탱하는 지지자들의 신뢰를 잃는다.
    선동된 여론에 눈치보며 인기관리만 하는 대통령에게 국가개조를 기대하긴 어렵다.
    청와대가 그토록 자신하는 콘트리트 지지율 40% 벽은 이제는 공고하지 않다.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결국 사퇴했다.
    여론에 떠밀려, 자신이 고르고 골라 지명한 사람을 모른척 했다.

    청와대가 문창극 후보의 사퇴를 종용한 정황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5일부터 떠난 중앙아시아 순방 와중에 [임명 동의안 '재검토'] 발표부터 친박실세 서청원 의원의 사퇴 촉구 발언까지. 그리고 순방 기간 중 한국에 남아 일을 처리한 김기춘 비서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비서관.

    청와대는 끝까지 청문회를 돌파하겠다는 문창극 후보를 골치거리로만 봤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은 미숙했다.
    확고한 논조의 문창극 주필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발탁한 이유는 잊었다.
    오로지 [일을 크게 만들지 말자], [국정운영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명제가 우선시됐다.

    박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24일 국무회의 등을 직접 주재하지 않으면서까지 전면에 나서는 것을 피했다. 청와대 직원들은 물밑으로 문 후보자를 설득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와중에 인사권자인 대통령은 숨어있었던 셈이다.

    바꿔 얘기하면 비판 여론을 피하기 급급했고, 박 대통령에게 해가 되는 일은 결코 안된다는 것이 전부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꺼내든 [60년 적폐를 드러내고], [국가개조 수준의 개혁을 통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진짜 목표는 온데간데 없었다.

     

     

    외람되지만 이 자리를 빌어 감히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나라의 근본을 개혁하시겠다는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또 분열된 이 나라를 통합과 화합으로 끌고 가시겠다는 말씀에 저도 조그만 힘이지만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 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들어갔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운영을 하시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 이 나라의 통합과 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여코자 한 저의 뜻도 무의미하게 되어버렸습니다.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문창극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며 인사 청문회조차 열어주지 않은 국회를 겨냥한 발언과 왜곡된 보도를 자행한 언론에 대한 비판도 많았지만, 문 후보의 본질적인 안타까움은 박 대통령을 향해 있다.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 정치가 됩니다.
    이 여론이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입니까.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습니다.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이도 그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드릴 수 있는 분도 그분이십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문 후보의 마지막 목소리까지 철저히 고개를 돌렸다.
    박 대통령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전달한 발언에서 책임과 화살을 국회로 돌렸다.

    박근혜 대통령 께서는 문창극 후보의 기자회견 후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검증을 해서 국민들의 판단을 받기 위해서인데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서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앞으론 부디 청문회에서 잘못 알려진 사안들에 대해서는 소명의 기회를 주어 개인과 가족이 불명예와 고통속에서 평생을 살아가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누가봐도 청와대가 사퇴를 종용한 상황에서 책임을 국회와 야당에게 돌리는 비겁한 행태였다.

     앞으로의 결과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대통령 지지율을 지키고, 대통령의 자신을 지키려고 했던 무책임하고 비겁한 행보는 오히려 독이되어 돌아오고 있다.

    기세가 오른 야당은 본격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폐부를 찔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의 붕괴를 지적하며 대뜸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회 문화 교육 분야를 전담하는 부총리도 야당과 선동 언론의 표적에 그대로 노출됐다.

    박 대통령은 문창극 후보의 사퇴 직후 이병기 국정원장과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 등 7명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야당은 문창극 낙마 여세를 몰아 장관 인사까지 붕괴시킬 태세다.

    책임 국무총리, 신설되는 사회교육 부총리(교육부 장관이 겸임), 그리고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구상한 국가개조 수준의 내각 개혁 핵심 삼부요인이 모두 낙마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 나누려 하지 않는 권력, 움켜쥘수록 더 줄어드는 속성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책임 총리란 무엇?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실패는 결국 [수첩인사]의 최대 맹점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중용했던 인사를 살펴보면, 결론은 일 잘하는 사람보다는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발탁했다."

    "좋게 말하면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이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말을 잘 듣는 사람 혹은 대통령이 콘트롤 가능한 사람만 뽑아 썼다는 얘기다."

    "이는 책임 국무총리를 내세워 국가를 개혁하겠다는 대통령의 말과 정면 배치되는 인사 행태다."

    모든 국정운영을 움켜쥐고 만기침람(萬機親覽) 한다는 그동안의 비판을 결국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권력은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고 그 효율성은 배가 되는 것"이라며 "움켜질수록 더 줄어드는 권력의 속성을 박 대통령이 간과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문창극 사태에서 보여준 행보는 책임 총리의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국가개조를 진두 지휘하는 권한을 실어준 책임 국무총리가 아닌,
    대통령이 위험할때 대신 책임져주는 책임총리가 필요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