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1 주말드라마(밤 9시 40분) <정도전> (연출 강병택 이재훈, 극본 정현민) 24일 방송에서 정몽주는 선죽교에서 이방원이 보낸 자객에게 "고려의 충신으로 죽게 해줘 고맙다고 전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장렬한 최후를 맞으므로써 정도전과의 눈물겨운 우정도 함께 지켜내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정몽주(임호 분)는 이성계(유동근 분)를 찾아가 가슴에 품은 칼을 꺼내 "삼봉과 자기 중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달라"고 담판을 짓는다. 이성계는 "그러는 게 아니외다. 삼봉을 풀어내 손 잡고 함께 오라"고 하자 정몽주는 "대감이 선택을 못 하면 내가 하겠다. 삼봉을 처형하겠다"고 한다.

    이성계는 "어서 나가라! 절연이다!" 소리친다. 정몽주는 말할 수 없는 비통함으로 처연히 돌아서 나간다. 혼자 남은 이성계는 떠나가는 님을 보내는 여인네처럼 문고리를 붙잡고 포은을 잃은 아픔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다가 방바닥에 쓰러져 처절하게 몸부림친다. 



    밖에서 이성계와 정몽주의 대화를 엿들은 이방원(안재모 분)은 심복을 시켜 정몽주에게 서찰을 전하며 초대한다. 정몽주는 이방원의 초대에 응해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로 시작하며 함께 하자는 내용의 '하여가'에 대한 답례로 "이 몸이 죽어 일 백 번 죽어" 로 시작하는 고려에 대한 충심을 적은 '단심가'를 건넨다.

    이방원은 결코 정몽주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고 정몽주가 산책하고 있는 선죽교로 부하들을 보내 정몽주를 암살한다. 정몽주는 "고려의 충신으로 죽게 해줘 고맙다고 전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끝까지 고려의 충신으로 절개를 지키고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아버지 이성계와 친구 정도전이 보기 드문 인재로 정몽주를 끔찍히 아낌을 넘어 존경의 염을 가진 것과 달리 이방원은 정몽주를 단지 자신들의 야망을 가로막는 제거해야 할 한물 간 늙은이로 보고 사사건건 각을 세웠다. 정몽주는 적의를 품고 대하는 이방원을 철없는 어린아이 대하듯 여유자작하게 타이르곤 했다. 그런 모습을 대면했던 이방원에게 아마도 정몽주는 훗날 영향을 크게 끼쳤을 것 같다.

    정몽주는 자신이 조만간 죽으리라는 것을 예상했을 것이다. 마루에 잠시 서 있는 정몽주는 죽음을 이미 뛰어 넘은 사람처럼 담담하고 평온해 보인다. 정몽주가 신발을 신으려는데 신발 한 짝이 없다.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도 주인의 죽음을 막으려는 듯 신발 한 짝을 숨긴다. 정몽주의 신발 한 짝을 물고 가서 구슬픈 듯 운다.

    이방원과 담판을 짓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하인이 위험하다고 극구 만류하는데도 굳이 선죽교로 가겠다고 한다. 늘 타고 다니던 말도 주인의 발걸음을 멈춰보려는 듯 선죽교로 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꼼짝않는다. 정몽주는 밤중에 혼자서 선죽교로 향한다.

    정도전과 이성계가 자신과 길이 다름을 확실히 안 후부터 정몽주는 깊이 고민했을 것이다. 정몽주라고 고려가 끝났음을 모를 리 없다. 혁명이라는 위대한 일 앞에서 하찮아 보일 수 있는 한 개인을 같이 지키기는 힘들다.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일 백 번 고쳐 죽어도 정몽주는 시류를 쫓아 고려를 절대 버릴 수 없다. 첫사랑 같은 친구 정도전도 차마 죽일 수 없다. 정몽주는 여인의 사랑보다 더 눈물겨운 우정도 지키고 고려의 충신으로 남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을 것이다.

    정몽주의 못난 자식 같은 고려를 향한 충성심도 막역지우 친구를 향한 우정도 눈물겹기만 하다.
      
    [사진출처=KBS1 드라마 <정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