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부산시장 선거 야권단일화를 이룬 오거돈 무소속 후보에 대한 [정체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006년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시장에 출마했던 오거돈 후보는 지난 16일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과 극적인 단일화를 거친 뒤 사실상 야권 후보로 분류되고 있다.
이에 대해 오거돈 후보 측은 [야권단일 후보]라는 명칭에 극도로 경계심을 드러낸다.오거돈 후보 측은 단일화 이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오거돈 후보의 명칭에 대해 범시민 무소속 단일 후보(약칭 무소속 시민후보)라고 사용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특히 오거돈 후보 측은 "향후 오거돈 후보에 대해 [야권단일 후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보도자료를 일체 제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인터뷰 역시 응하지 않겠다"며 협박에 가까운 엄포를 놨다.
이를 두고 "정치적 수사인 [단일후보 사용 자제]는 몰라도 [시민후보]라고 자칭하고 이를 언론에 강요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오 후보 측은 "단일화를 중재한 부산 시민연대가 기존 관행에 따른 언론의 [야권 단일후보]라는 용어 사용의 지적에 동의함으로써 이런 결정을 하게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과도한 반응에 비판이 이어지자 오 후보 측은 연이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도한 표현이 있었음을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오 후보 측은 "통합진보당 고창권 후보가 공식후보 등록을 함에 따라 야권단일후보가 될 수 없음을 알려드린다"며 " 다만 다소 거친 표현에 대해서는 미처 거르지 못해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
- ▲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왼쪽)와 무소속 오거돈 후보(오른쪽) ⓒ 연합뉴스
오거돈 후보의 [야권 단일후보]라는 단어에 대한 예민한 반응은 무소속 후보로 당선된 두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으로 입당한 김두관 전 경남지사나 박원순 서울시장의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시선 때문으로 보인다.
오거돈 후보는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마치 어떤 연대가 만들어지는 것을 무조건 권력을 나눠 먹는 당리당략적인 차원에서만 바라보고 있고 어떤 정치공학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
"김영춘 후보가 함께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우리 부산을 발전시키고 바꿔야 한다는 것과 정책과제까지도 같이 공유하면서 이것은 하나의 가치연합이라는 아주 순수한 입장이다."
"특히 김영춘 후보는 합의사항을 통해 일체의 시와 관련된 정무직도 맡지 않겠다는 것까지도 약속하는 정도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단일화를 만들었다."
오거돈 후보는 김영춘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 당선되더라도 무소속 시장으로 임기를 마친다는 합의사항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의혹은 여전히 제기된다.같은 방송에서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는 "결국 경남의 김두관 또는 서울의 박원순 모델을 따온 것 아니겠나"고 지적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연합정부를 구성해 정무부지사를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에 번갈아 나눠줬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무소속으로 당선돼서 민주당과 시정운영위원회를 구성했고 결국 민주당에 입당했다."
"김영춘 후보는 국회의원에 뜻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애시 당초 시장에는 관심이 없었다. 김영춘 후보 한 분만 일체의 정무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내용만 보더라도 그 이외의 야당 어떤 인사들은 (시정에)들어갈 수 있는 소지를 충분히 남겨 놓은 것."
"오거돈 후보는 야당의 후보이면서 무소속인 척 하는 시민을 속이는 위장된 후보다."
이에 대해 오거돈 후보는 "여야를 통합하고 진보와 보수를 초월해서 부산 발전을 시켜나가는 데 시민 모두가 한덩어리가 되는 그런 시정을 펼쳐보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이번에 합의가 된 시민통합정부라는 의미는 이런 야당 쪽뿐만 아니라 거기에는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많은 분들도 같이 들어와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새누리당에서도 여기에 대한 가치를 저와 같이 한다면 얼마든지 저는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환영하는 바이다."
오거돈 후보가 끝끝내 무소속 후보를 주장하는 데는 부산시장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라는 타이틀보다 무소속 후보가 오히려 표심을 공략하는데 이롭다고 판단한 속마음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여당 텃밭인 부산에서 [민주당]이란 타이틀은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족쇄로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일화 직전까지 김영춘 후보는 삼자구도 10% 안팎을 기록, 양자대결에서도 서병수 후보와 오차범위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