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최초 어르신 대변인 위촉…박식원 서울시 노인회 부회장 박원순, 경로당 예산 96→75억 감축…鄭 노인 폄하 발언하기도
  •    

  • ▲ 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오른쪽)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어르신이 건강하고 보람 있는 서울'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오른쪽)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어르신이 건강하고 보람 있는 서울'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김황식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
    어르신 공약을 발표하는 김황식 후보의 옆 자리에는 주름진 얼굴의 어르신이 섰다. 이날 [어르신 대변인]에 위촉된 박식원 서울시 노인회부회장이었다.

    김 후보는 “내일(8일) 어버이날을 맞아 어르신 대변인을 모셨다.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형 행정과 복지서비스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정책 발표를 마친 뒤 박식원 어르신대변인과 함께 서울 영등포 한 아파트의 경로당을 찾았다.

    “어르신 대변인은 우리 캠프에 밖에 없을 것이다.” 김 후보 측 관계자의 말이다.

    6.4 지방선거에 나선 전국 각지의 캠프를 비롯해 지난 18대 대선 때도 어르신 대변인은 없었다. 고작 직능, 세대별 위원장처럼 숱하게 널린 실버세대 위원장이 몇 번 등장한 게 전부였다.

    김 후보 측이 [공보] 업무로 대표되는 대변인 자리에 [어르신]을 앉힌 이유는 뭘까.

    첫번째는 상징성이다.
    지난달 15일 김 후보는 당내 경쟁자인 정몽준 예비후보로부터 [노인]이라는 이유로 핀잔을 들었다. 서울시청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장 취임식에서 정 후보는 김 후보를 향해 “김황식 후보님은 노인회 정회원 자격 있으세요? 전 아직 없는데….”라고 말했다.

    두 후보의 나이차는 3살에 불과하지만 정 후보는 자신의 젊은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김 후보를 이용했다. 당시 김 후보 측은 “경박한 말실수가 아니라 연령에 대한 편견”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만 65세로 노인회 정회원인 김황식 후보는 정 후보의 공격을 역이용했다.
    어르신들을 핵심 투표층으로 삼은 것이다. 여기에는 과거 정 후보의 “연세도 있으신 데 너무 무리하지 말라” “노인회 정 회원 자격있으세요?” 발언으로 노인층의 평가가 적잖이 인색해진 점을 활용했다.

    두 번째는 차별화이다.
    어르신 정책에는 현실적인 지원책을 담았다. 김 후보는 먼저 현직 박원순 시장이 어르신 관련 연간 시 예산을 96억원에서 75억원으로 삭감한 점을 지적했다. 누가 어르신을 위한 정책을 펼 사람인 지 확실히 구분하라는 뜻이다.

    김 후보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내 경로당과 양로시설에 매월 20만원씩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연간 78억원이 시 예산으로 소요된다.

    김 후보 측 최형두 대변인은 “서울시 전체 예산을 봤을 때 연간 78억원은 결코 큰 금액이 아니다. 구청별로 난방비 등 경로당 지원이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지원액은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령층은 새누리당의 주요 지지층으로 꼽힌다.
    그러나 줄곧 집토끼 신세였다. 김 후보는 어르신을 [산토끼]로 접근했다. 새누리당 후보끼리 경쟁하는 경선에서는 어느 후보에게 노령층의 표가 쏠릴지는 알 수 없는 가운데 김 후보는 어르신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경선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닷새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