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예방-처리 최고 통솔권자에 재난구제 전권 위임하는 국토안보부 창설 필요
  •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 전남 진도해상 '세월호' 침몰 현장을 방문, 민관군 합동 수습작업 중인 바지선에 승선해 황기철 해군 참모총장으로부터 현황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 전남 진도해상 '세월호' 침몰 현장을 방문, 민관군 합동 수습작업 중인 바지선에 승선해 황기철 해군 참모총장으로부터 현황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현장을 다시 방문했다. "유족들의 참담한 심정을 헤아리며 최선을 다해 구조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위로했다. "안전 시스템도 세우겠다"고 말했다. 총리실 산하에 '국가안전처'를 신설한다는 다짐을 재확인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인재다. 그런데 사후 대책 과정상의 문제는 더 큰 인재다. 유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행정상의 잘못이 이어졌다. 대통령만 보였다. 온갖 선동과 유언비어가 난무한다. 유족인 척하면서 대통령을 소개하는 경호상의 허점도 보였다. 적지 않은 범죄행위도 이어진다. 그런데도 경찰청장은 부동이고, 검찰총장은 보이지도 않는다. 

    오늘날 재난 없는 나라는 없다. 모든 나라는 재난 대책 기구를 구성하여 촉수를 곧추세우며 운영한다. 문제는 실패에서의 교훈이다. 우리는 허다히 많은 재난을 겪었다. 2011년에는 하늘이 뚫린 것 같은 물난리도 겪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교훈을 얻지 못했다. 그 어떤 정권도 실패에서 배우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설하기로 한 국가안전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진 사례에 대한 창조적 모방이 필요하다. 재난 구조에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의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있다. 페마는 백악관 소속이었던 것을 2001년 9/11 테러 공격 이후에 현장 즉응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행정부처 약 22개의 업무를 흡수하여 국토안보부 산하로 내려왔다. 페마 국장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 페마는 새롭게 출범할 우리의 국가안전처에 많은 교훈을 준다. 

    먼저 국가안보와 국토안보의 개념 구분을 이해해야 한다. 국가안보는 원칙적으로 외부 적대세력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 전쟁시에는 각 군 참모총장이, 평화시에는 국가정보원장이 국가안보 사령관이다. 반면에 국토안보는 국토 내부에서의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국토안보가 담당해야 하는 재난에는 자연재해, 인재(人災), 테러위험, 전염병 등이 있다. 댐 붕괴, 대형 건물의 화재와 붕괴, 운송과 해상 사고, 화학물질 사고, 핵발전소 사고는 인재이다. 테러 위험성은 생화학 위협, 사이버와 핵공격을 포함한다. 자연재해는 지진, 해일, 태풍, 화산 폭발 등 천재지변이다. 기후변화는 수천 명을 죽이고, 수조 원의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미래의 자연재해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와 내용으로 현재의 대책 수준을 모두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 미래 예측이다. 세계 최강의 정보분석 기구인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가 예측한 2020년도의 가상 정보보고는 상상을 초월하는 자연재해이다. “마치 하늘이 뚫린 것과 같은 물 폭탄이 맨해튼을 뒤덮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혼란을 야기했다. 시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항공모함을 동원해야 했다.” 이것이 변모하는 미래 자연재해의 일단이다. 당연히 재난 대책의 수준과 방법은 현재의 그것과 차원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국가안전처는 현장 부서에 위치시켜야 한다. 신속한 정보교류를 바탕으로 한 일사불란한 지휘의 필요성 때문이다. 따라서 재난 예방과 처리에 대한 최고 통솔권자에게 재난 구제에 관한한 대통령의 전권을 위임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우리도 국토안보부를 창설해야 한다. 국토안보부 창설은 국가정보원의 일부 업무 부담도 줄여 줄 수 있다. 재난 대응은 현장의 일이다. 직급이 문제가 아니라 전문성이 중요하다. 총리실 산하는 전문성이 아니라 정치성이 앞설 수 있다. 안전처가 심리적으로도 총리에 의탁할 위험성도 있다. 결국 국토안보부를 창설하고 그 산하에 국토안보 총사령관 직을 창설하는 것이 올바르다.

    국토안보 총사령관의 직급은 국장이나 처장이나 무관하다. 임기를 10년 이상으로 하고 재난 구호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자리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천적으로는 통제 명령권을 부여해야 한다. 구조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언론, 정치인, 유족 그 누구라도) 접근 금지와 퇴거를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재난 구조는 전문가의 일이다. 재난 구조를 언론의 눈치를 보거나 유족과 협의하여 할 성질이 아니다. 브리핑에 바빠서는 재난 구조가 될 수 없다. 경제 민주화 등 민주화 바람이, 비상식적인 언론의 훈수, 구조 활동에 대한 유족의 허가 등 "재난 구조의 민주화"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개탄스러운 현실임을 우리 모두는 반성해야 한다. 

     

  •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후 전남 진도해상 '세월호' 침몰 현장을 방문, 민관군 합동 수습작업 중인 바지선에 승선해 황기철 해군 참모총장으로부터 현황설명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한희원(국가안보법)
    글로벌 정보포럼 회장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Duke University, IUPUI
    검사(속초지청장),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침해조사국장 역임

    저서(대한민국 우수학술도서 선정)
    국가정보-법의 지배와 국가정보( 법률출판사)
    정의로의 산책 (삼영사·2011)   
    국제인권법 원론 (삼영사·2012) 
    국제기구법(법률출판사.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