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후보, 정몽준 비난 여론조사 의혹...명백한 불법선거" 고소장 접수
  • ▲ 정몽준(왼쪽)-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연합뉴스
    ▲ 정몽준(왼쪽)-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연합뉴스

    새누리당의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경선 주자인 정몽준-김황식 후보가 법정 다툼까지 불사하며 격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백지신탁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 두 후보는 1일에는 급기야 불법 선거운동 논란을 놓고 고소전을 벌이는 등 이전투구(泥田鬪狗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 양상을 보였다. 

    서울시장 경선(12일)이 점점 눈앞에 다가오자 판세 역전을 위한 총공세를 펼치는 모양새지만, 이미 양측이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몽준 후보 측은 이날 김황식 후보 측에서 ARS(자동응답시스템) 여론조사를 빙자한 불법 선거운동을 실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관련 사안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정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ARS 여론조사를 가장해 저를 비방하는 전화가 많은 유권자에게 걸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이어 "이는 치밀한 계획하에 행해지는 조직범죄로서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해치는 심각한 범죄이며 이런 범죄행위를 저지른 사람과 그 배후 세력들은 철저한 조사를 받은 후 엄벌에 처해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이후 정 후보 경선캠프의 박호진 대변인은 "정 후보를 비난한 ARS 여론조사 의뢰자는 김황식 후보 측의 양모씨"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명백한 불법선거라고 판단해 1일 오전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으러 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 후보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글로벌리서치가 실시한 해당 여론조사는 "정몽준 후보의 주식 백지신탁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어느 의견에 동의하십니까", "세월호 여객선 사고와 관련하여 정몽준 후보의 아들이 국민정서가 미개하다고 인터넷에 올린 글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기존 정몽준 후보께 갖고 있던 이미지에 변화가 있으십니까" 등의 질문을 했다.

    질문 내용 자체가 공직선거법상 금지하고 있는 [여론조사를 빙자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것이 정 후보 측의 입장이다.

    특히 해당 여론조사는 서울시장 경선 대의원 명부가 각 후보 측에 전달된 지난 30일부터 실시됐다는 점에서 대의원 명부 유출을 통해 실시된 여론조사가 아니냐는 의혹도 낳고 있다.

    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혜훈 후보도 본인의 전화로 해당 여론조사가 걸려왔고, 저를 도와주는 분들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앞서 이날 오전 경선 유인물 내용을 놓고 날선 신경전을 주고 받기도 했다.

    김황식 후보 측은 "정 후보 측이 본인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짜깁기해 경선 홍보물을 만들었다"며 "선거규칙상 금지된 여론조사 결과를 홍보물에 게재한 것은 경선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후보 측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했다면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후보 측은 그러면서 오히려 김 후보 측이 제작한 경선 홍보물 내용이 경선 규칙에 어긋난다며 배포 금지를 요구했다.

    박호진 대변인은 "김황식 후보의 홍보물에는 [정 후보가 중요한 현안마다 박근혜 대통령을 헐뜯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등 악의적인 내용들이 있다"고 밝혔다.

    양측의 논란이 가열되자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경선 홍보물 내용을 논의한 뒤 "(두 후보의 유인물에서) 당 공천관리 규칙에 위반된 부분이 발견됐다. 위반된 부분은 모두 삭제하고 홍보물을 다시 제작해 4일 밤 12시까지 서울시당으로 제출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두 후보에 대해 "최종 경쟁 상대는 박원순 서울시장인데 경선에서 격한 공방을 벌이는 것은 본선 경쟁력을 크게 저하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