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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창조경제가 살아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이원재 요즈마 펀드 한국지사장은 우선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도 우수한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들이 많지만,
    이들을 국제적인 시각에서 보고 세계시장에 연결해 줄
    국제적인 벤처캐피탈과 연결해야 한다고 이 지사장은 여러차례 강조했다.

    20년전 높은 실업률과 갑자기 불어난 인구에 고통받던 이스라엘은
    1993년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요즈마 펀드를 만들어
    해외 벤처기업들을 대거 유치해서 성공을 거뒀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하는 창조경제가 살아나려면
    요즈마 펀드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지사장은 말했다.

    이 지사장은 "한국에서 벤처가 성공하는 조건은 대기업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지만,
    글로벌 네트워크는 세계시장의 관점에서 본다"면서 기업의 장래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매우 다르다
    는 점을 강조했다.

    이스라엘 벤처의 장점으로 이 지사장은 "군대에서 벤처 창업을 연구할 수 있는 점"을 들고
     "이스라엘에서는 군대를 잘 가야 창업의 기회가 높아지므로 고등학생들이 군대입시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때 이스라엘로 간 이 지사장은 이밖에
    ▲ 문답식으로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는 랍비 교육의 전통
    ▲ 말단이 사장의 발언에 반대하는 수평적 기업문화
    ▲ 실패를 용인하는 관용의 문화
    ▲ 없으면 만들어 해결하는 도전적인 정신 등을 이스라엘 기업의 장점으로 꼽았다.

    다음은 이원재 지사장이 카이스트 미래전략 대학원에서 한 강의를 요약한 것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어라


    나는 초등학교때 이스라엘에 가서 살았다.
    이스라엘은 계속 전쟁을 하는 국가이다.
    대한민국도 물론 북한이 천안함 폭침을 시키고, 연평도에 포격을 했지만,
    이스라엘 수준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두 번 폭탄테러로 죽을 뻔 했다.
    이스라엘은 사방에서 이스라엘이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들로 둘러싸여 있다.
    이스라엘 증시도 굉장히 불안하다. 물은 전혀 안 나오고 비가 와 봤자 1년에 2주 내린다. 오죽하면 물 전쟁을 했겠는가? 주변 국가들은 모두 석유가 나서 쉽게 돈을 벌지만 이스라엘에는 석유도 안 나온다.

    인구도 적다 보니 이스라엘에서는 내수시장이 안 돼 주변국가에 판다.
    그렇지만 이란 이라크 레바논 같은 나라에는 팔 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세계적인 창업국가로 변해 500개 글로벌 기업이 이스라엘에 투자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1993년에 시작된 창조경제 덕분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실업률이 높았고, 경제를 살릴 방법이 없었다.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수시로 장관을 소집해서 일자리 창출하라고 닥달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겻이라고, 소련이 무너지면서 소련에서 무려 100만명의 유대인들이 몰려왔다. 그때 이스라엘 인구가 겨우 550만명이었다.

    러시아에서 온 교수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화장실 청소하고 어려움이 있었다.
    이때 창조경제를 제안한 사람이 수석과학관이었다. 이 사람이 이런 제안을 했다.

    “이스라엘이 벤처로 성공하려면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스라엘에 조성해야 한다.”

    도대체 미사일이 떨어지는 땅에 어떻게 글로벌 네트워크를 조성한다는 말인가?

    요즈마는 이니셔티브(initiative)라는 뜻이다.
    바로 이 요즈마 펀드가 이스라엘을 글로벌 네트워크로 이끌었다.
    어떻게 됐는가? 워렌 버핏은 전쟁 때 미국 다음으로 해외투자를 이스라엘에 했다.
    그가 투자한 굴삭기 회사의 자회사가 한국에도 있다. 워렌 버핏은 이 회사 지분 80퍼센트를 샀다. 아무리 미사일 떨어져도 기술혁신과 창조경제가 있어도 투자한다.

    그런데 펀드를 만든다고 해서 과연 글로벌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것인가?
    이스라엘은 요즈마 펀드를 잘 설계한 덕을 봤다. 정부가 낸 1억 달러를 마중물 삼아 정부투자금을 40%로 하고 해외에서 60% 매칭펀드를 끌어들였다.

    국민들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득했다.
    “국민 여러분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있습니까? 실패해도 좋으니 정부가 지원하겠습니다. 기술평가 받고 창업하십시요.”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실패를 너무 두려워했다. 연대보증 제도도 있어서 연대보증에 실패할까봐 창업하기를 꺼려했다.

    정부가 내놓은 1억 달러를 가지고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1억 달러를 업사이드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40% 옵션을 원가에 살 수 있도록 했다. 해외투자자에게는 세금감면을 주고 투자이율혜택을 줬다. 펀드만 잘 만든 게 아니고 전체적인 인큐베이션이 중요하다. 전국에 인큐베이션 만들어 뛰어난 벤처를 발굴했다.
    요즈마 펀드에서 중요한 것은 국내시각이 아니라 해외 운용사를 끌어 들였다는 점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스라엘에 가져왔다. 해외운영사들이 와서 세계시각으로 보니까 가능한 일이 많았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가 나스닥에 상장했다.

    처음 이스라엘 정부 1억 달러, 해외자금 1.65억 달러 해서 2.65억 달러였던 요즈마 펀드는 10년 만에 40억 달러로 커지고, 10개 자 펀드 중 6개가 100% 수익률을 넘어 섰으며 가장 높은 수익률은 123%나 된다. 나스닥에 간 이스라엘 기업의 시가총액이 3억4천만 달러로 성장했다. 이는 해외 운용사가 글로벌 시각으로 판단하고, 해외에 마케팅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2.6억 달러 펀드가 40억 달러로 성장

    초기단계(얼리 스테이지)에 투자해서 위험을 떠 앉는다.
    청년창업 벤처의 경우 데스밸리에서 죽으면 국가적인 손실이다.
    그렇다면 왜 글로벌 기업이 이스라엘에 R&D시설을 지을까?
    이스라엘 벤처에 돈맛을 느꼈다. M&A가 조 단위 시장이다.
    내 친구들도 이공계 가서 장학금 받아 창업한다.
    변호사 의사 그런 게 꿈이 아니고 너도 나도 창업을 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이들이 성공하면 나가서 엔젤이 돼 후배를 도와준다.
    선배는 후배 싹을 보면 아니까 계속 투자한다.

    벤처캐피탈 자금이 이스라엘엔 구멍가게 처럼 많다.
    이스라엘에서는 연대보증을 폐지한 것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해외 벤처 캐피탈이 오니까 자연히 연대보증 요구 안하고 투자하는 곳으로 간다.

    요즈마 펀드는 벤처기업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매년 투자금이 더 들어온다.
    미국 법인세 33%를 절세하려면 이스라엘에 R&D센터를 지으면 가능하다.

    한국에 와서 아쉬운 점을 많이 발견했다.
    싸이월드 이야기 들어보니 “이거 페이스북이네” 싶었다.
    싸이월드가 이스라엘에 와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타고 성장했으면 페이스북은 없었을 것이다. 페이스북 이전에 싸이월드가 나오지 않았는가?
    다이얼 패드도 스카이프 이전에 나왔다. 유투브 전에 판도라가 있었다. 구글이 나오기 1년 전에 네이버가 있었다. 차이라면 국제적인 시각으로 봤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있다.

    얼마 전에 요즈마 펀드는 미래부하고 한국에 있는 10개 기업 선정했다.
    처음에 2가지 채널로 추천을 받았다. 요즈마 펀드에서 10개를 평가하고 국내에서 알아서 평가해달라고 했더니 정 반대 결과가 나왔다. 우리가 좋다고 한 기업이 한국측에서는 인정 못 받았다.

    너무나 달라서 의아했지만, 요즈마 펀드 시각으로 10개를 선정해 이스라엘로 데려갔다.
    실리콘 밸리는 너무 치열해 살아남기 힘들다. 이스라엘은 R&D중심이어서 사람들의 마음이 개방적이다. 한국 벤처를 이스라엘로 데려가면 성공 가능성 높다. 미국 가서 장벽에 시달리지 말고 이스라엘로 오는 것이 좋다. 우리가 데리고 간 10개 중 6개가 조인트 벤처를 준비중이다.

    그 중 한 회사는 매출이 10년 동안 똑같아 너무 안타까웠는데 이스라엘 가니까 러브콜 받았다. 이들 10개 기업은 동화 속의 미운 오리새끼와 같은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자기들이 백조라는 사실을 모른다. 해외 시각이 중요하다.
    어느 기업은 벤처기업의 아이디어를 찾는 방송에 출연했으나, 떨어져서 쥐구멍이라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스라엘 가서 보니 뛰어난 점이 있어서 구글하고 연결됐다.

    그렇다면 이런 것이 한국에서 가능할까? 100% 안 나온다고 본다. 한국 캐피탈은 대기업과 연결할 수 있는 곳, 대기업에 팔 수 있는 그런 기업만 투자하니까 얼리 스테이지 투자를 하지 못한다.

    이스라엘은 군대에서 벤처기업을 창업


    이스라엘에서는 군대에서도 벤처를 한다. 세계적인 방화벽 ‘체크포인트’를 만든 사람은 군대에서 개발한 기술을 가지고 나와서 성공해서 지금 매출이 수조원이나 된다.
    이스라엘에서는 정말 성공하려면 군대를 잘 가야 한다. 군대가 엄청나게 좋다.
    고교 졸업하면 군대를 가고 여자도 군대 가서 병장으로 제대한다.
    고등학생들이 좋은 군대 가려고 시험공부를 다 한다.

    그런데 군대에서도 기업가 정신 가르친다. 체크포인트 창업자는 과학기술 전문부대 들어가 성공했다. 이스라엘은 군대가면 배울게 참 많다. 군대에서 창업도 배우고 연결도 해주고 해서 군대 가는 게 아깝지 않다. 휴가를 나올 때 탄창 2개를 가지고 총 메고 간다.
    나도 군대는 한국에 와서 복무했는데 제설작업하고 축구하는 걸 배웠다.

    지금 연평도에도 이스라엘 무기가 배치되어 있다. 미사일 안에 GPS카메라 달려있어 정확하게 꽂힐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 받은 노벨상이 벌써 13명이다.

    이스라엘 교육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초등학교 때 이스라엘로 옮겨 처음 학교에 갔는데 선생님하고 학생들이 막 싸우고 소리를 지르고 했다. 무슨 싸움을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모든 수업이 다 토론식이어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질문하게 만든다.

    학생이 집에 오면 부모님도 학생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오늘 선생님에게 어던 질문을 했니?”

    한국 교육부에 많이 왔는데 조사한 결과 탈무드 교육의 영향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탈무드는 랍비하고 제자가 논쟁하는 학문이다. 랍비하고 제자가 계속 싸우면서 논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물론 회사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진다.

    어느 회사에 가 보니 회장이 프리젠테이션 할 때 말단이 큰 소리로 사장에게 반대를 한다.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는다. 나중에 사장에게 무례하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그런 애들이 있기 때문에 회사가 있다고 답변을 한다. 회의 만큼은 수평적이며 사람들이 수렴하는 귀가 열려 빠르다.

    지금 북한의 군사무기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나라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북한 무기가 소총까지 중동으로 가서 이스라엘을 겨냥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북한을 다독거리려 한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극비리에 1996년에 북한에 들어가 북한과 협상하려 했지만 모사드 국장이 반대해서 성공하지 못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도전정신이 강하다. 요즈마 창조경제펀드에 깊이 간여한 한 교수가
    서울대교수로 오기로 했는데, 갑자기 양해를 구하고 취소했다. 이번에 이스라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게 된다. 그가 당선되면 최초로 노벨상 수상자 대통령이 나올 것이다.

    한국 요즈마 펀드는 2,000억으로 출발하는데 800억은 기재부가 내고 나머지는 요즈마 펀드에서 부담한다. 우리나라의 벤처는 실패하면 청년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므로 어머니는 만류하면서 안전한 직업을 선택하라고 권유하는 것이 아쉽다. 이스라엘은 투자받아 하기 때문에 연대보증이 없어서 실패해도 괜찮다.

    도전정신이 강하다 보니 이스라엘에는 물이 없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없으면 만들면 되지 해서 세계적인 담수화 시스템을 만들었다.
    에너지가 없지만 모든 집에 솔라 패널이 있어서 태양열로 에너지를 만들어 쓴다.

    우리나라에 정말 필요한 것은 글로벌 네트워크이다.
    세상은 진짜 넓어서 연결할 곳이 많다.
    요즈마 펀드가 유대인만 참여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비유대인 펀드가 74%에 달할 정도로 다양하게 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