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기관 '블랙요원'의 존재를 인정한
    세계 유일의 나라


    중국과 북한만 지금 신이 났을 것이다.

    金泌材    
      
    검찰이 서울시 ‘간첩 의혹’ 사건과 관련하여 국정원 블랙요원 金 모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정보요원은 크게 공개요원(white agent)과 비공개요원(black agent)로 나뉜다.

    공개요원은 일정기간 주재국 대사관 및 영사관에서 합법적 정보교류 업무를 수행한다.
    非공개요원, 즉 블랙요원은 사실상의 스파이(spy)로 분류되는데 대체적으로 기업인, 연구원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활동하기 때문에 주재국 공안기관의 ‘1차 방첩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 간첩 의혹 사건 과정에서 국내 언론, 검찰, 야당 등이 중국 선양 총영사관에서 파견 근무 중인 李 모 영사 등이 한국 정보기관 소속 화이트요원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일반적으로 국정원 해외 대사관 및 영사관 파견 요원들의 경우 외교부 직원으로 신분을 전환해 활동한다. 현지에서 이들과 접촉하다보면 대개 이들 직원들이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행적이 언론 등에 공개될 때는 외교부 소속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언론, 검찰, 국정원, 나아가 정부가 이런 기본적인 룰(rule) 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블랙요원에 대해서는 존재 자체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적지(敵地)에서 목숨을 걸고 정보수집을 한다. 그런데도 블랙요원의 활동 내역이 언론을 통해 조금씩 공개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동북삼성 지역의 국정원 휴민트(HUMINT)는 사실상 붕괴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레뉴이에’(Grenouille)라는 프랑스 요리가 있다. 개구리를 냄비 속에 넣고 삶는 요리다. 프랑스 요리사들은 처음 이 요리를 만들면서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산채로 넣었다. 그러자 놀란 개구리가 냄비 밖으로 튀어나와 많은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미지근한 물에 개구리를 넣은 뒤 서서히 가열하는 방법을 썼다. 그러자 개구리는 미지근한 물에 적응이 되어 서서히 신경이 마비되어 요리가 됐다. 이처럼 서서히 진행되는 환경 변화에 무의식적으로 익숙해져 다가올 최악의 결말을 준비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비전상실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이라고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이 이와 같다.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블랙요원을 인정하는 나라는 아마도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과 북한만 지금 신이 났을 것이다. 똥-오줌 못 가리는 언론, 정상세포(국정원)를 공격하는 검찰, 자기사람 하나 못 챙기는 정보기관 등등 모두 최면에 걸린 듯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중요한 사안을 다들 최면에 걸렸는지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