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1 주말드라마(밤 9시 40분) <정도전> (연출 강병택 이재훈, 극본 정현민) 9일 방송에서 왕이면서도 신하들에게 둘러싸여 압박을 당하는 샌드위치 같은 불쌍하고 가련한 왕 박진우의 모습이 그려져 연민을 자아낸다.

    우왕(박진우 분)은 최고 권력을 가진 고려의 왕이면서도 세력있는 신하들에 둘러싸여 우왕좌왕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지는 국면에 접어든다.

    우왕은 이인임(박영규 분) 측근 염흥방과 임견미가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것이 불안해 변장을 하고 가장 믿을 만한 최영 장군(서인석 분)을 찾아간다. 우왕은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으며 최영을 기용할 의사 표시를 은근슬쩍 한다. 

    우왕의 말을 귀담아 들은 서인석은 이인임을 치려고 우왕을 찾아가지만 우왕은 "그땐 내가 제 정신이 아니었나 봅니다"라며 딴청을 부린다.  




     

    우왕은 이인임의 꼭두각시 노릇을 그만하고 최영과 손잡고 왕권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하지만 자칫 잘못 했다가는 신하들의 세력 싸움에 희생물이 되어 목숨까지 날아갈까 봐 무서워 꼬리를 내린 것이다.

    왕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만 차지하고 있지, 왕권은 실종되고 언제 누가 자기를 죽일지도 모르는 위협에 시달리는 불쌍한 신세이다. 답답한 가슴을 꾹 눌러 참으며 세월 보내자니 쌓여가는 분노가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활화산 같은 가슴을 안고 사는 비련의 인물이다.

    우왕을 연기한 탤런트 박진우는 꽃미남 이미지에서 탈피해 우리에 갇혀 날뛰는 짐승처럼 난폭하고 간사하고 의심 많은 미치광이 같은 우왕 역을 다양한 표정으로 연기해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우왕의 모습에서 난폭한 미치광이 로마 왕 네로 왕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광포한 우왕의 모습에 기겁을 하다가도 이인임과 최영 사이에서 잔뜩 겁을 집어먹고 갈팡질팡하는 것을 보면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사진출처=KBS1 드라마 <정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