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核 논의 않는 남북 고위급 회담은 하면 안된다!

    2.14 대화 재개를 계기로 朴 대통령의 對北 원칙이 시험대에 서게 되었다.
    朴 대통령은 남북대화 재개를 위하여 자신의 對北 원칙을 포기할 것인지
    중대 기로에 서게 되었다.

    정용석(코나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 원칙이 남북대화 재개로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원칙인 북한 핵에 대한 대응 원칙,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본 원칙,  5.24 제재조치에 대한 처리 원칙, 금강산 관광 재개 전제 조건 등이 그것들이다.

     북한의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은 지난 14일 청와대 국가안보실(NSC) 김규현 사무처장과의 판문점 접촉에서 “통 큰 용단”이라며 적극적인 유화 제스쳐(몸짓)를 보였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연합 키리졸브 연습을 취소하지 않고 “최고 존엄(김정은)을 헐뜯으면” 2월20-25일로 예정된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연기·취소할 수 있다고 협박했었다.

     그러나 원 부부장은 2.14 판문점 접촉에서 태도를 바꿔 박 대통령이 “신뢰를 중시하신다니 그 말을 믿겠다. 통 큰 용단을 해서 받을 테니 앞으로 잘 해보자”며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예정대로 실시키로 했다.

     그 대신 우리측은 북한의 “상호 비방 중단” 요구를 수용했다. 그밖에도 원 부부장은 “상호 편리한 날짜에” 고위급 접촉을 다시 갖기로 합의하였다.

     평양의 조선중앙통신은 남북이 “북남관계를 개선해 민족적 단합과 평화번영, 자주통일의 새 전기를 열어나갈 의지를 확인하고 북과 남 사이에 제기되는 여러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협의했다.”며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일부 국내 언론과 전문가들은 2.14 합의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대립에서 대화”로 전환되었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대립에서 대화”로 전환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남북관계는 대립-대화-대립의 악순환을 되풀이 해왔다는 데서 성급한 낙관은 금물이다.

     북한측이 “통 큰 용단”을 내린다며 생색낸 데는 필시 노리는 구석이 있다. 서울에 대한 핵 공격 위협, 서해 5개 섬 침공 협박, 제2 6.25 남침 도발 위협 등으로 잔뜩 남한을 겁먹게 한 후 미소를 짓고 대화에 나서 남한을 북한의 의도대로 끌고 가기 위한데 있다.

     상투적인 도발-대화-보상 수순의 책략이다. 북한이 2.14 대화 재개를 통해 얻으려는 것은 다음 네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첫째,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과 고위급회담을 열며 남북화해 분위기를 띄워 북한 핵 문제를 덮어버리려는데 있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대로 “남북관계 개선”과 ”민족적 단합” 바람을 일으켜 북핵에 대한 남한의 불안감을 희석시키려는 계략이다.

     박 대통령은 통일과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북핵 제거를 꼽았다. 그는 작년 8월 “통일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로 북한 핵”이라고 잘라 말했다. 당연히 우리가 먼저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북핵이다.

     박 대통령은 남북고위급 회담이 열리게 되면 반드시 북핵문제를 제기토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할 바에는 남북고위급 회담에 나설 필요가 없다. 북핵을 기득권으로 인정해주며 문제 삼지 않는 결과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이 2.14 대화 재개에 나선 저의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경제지원을 얻어내기 위한데 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남북간에 신뢰가 조성되면 북한의 인프라를 구축해 주는 등 대북 경제지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여러 차례 선언해왔다.

     북한의 원 부부장이 박 대통령이 “신뢰를 중시하신다니 그 말을 믿겠다....앞으로 잘 해보자.”고 공언한 것도 대화에 임해 신뢰를 보여줄 터이니 대북 경제지원에 나서 달라는 주문이었다.

     박 대통령은 작년 9월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된다면 북한의 인프라, 예를 들면 북한의 통신이나 교통, 전력의 확충, 국제기구에 대한 가입을 지원하려고 한다.”며 전제조건을 달았다.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으면 대북 인프라 구축은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박 대통령은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는 한 자신의 대북 원칙대로 대북 경제지원에 나서서는 아니 된다. 정부는 15일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를 전향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였다는데 너무 서두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셋째, 북한의 2.14 대화 재개 의도는 금강산 관광객 사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요구를 비켜가기 위한데 있다. 특히 천안함 폭침에 대한  5.24 대북제재 조치를 풀도록 유도하기 위한 잔꾀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5.24 조치와 관련, 북한이 “아무 변화도 없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식으로는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먼저 천안함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만 대북 제재를 풀 수 있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다. 박 대통령은 남북대화가 재개된다 해도 북한이 먼저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5.24 제재를 풀어서는 안 된다.

     넷째, 박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납득할만한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 한 호응할 수 없다는 원칙을 표명한바 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천안함·연평도 사건처럼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엄중한 사건이 있었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정상회담을 하자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선언하였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회담을 위한 회담이라든가 일시적인 이벤트성 회담은 지향하고자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스스로 거듭 강조했던 대로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북한의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는 한 정상회담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이벤트성 회담이 아니고 진정성 있는 회담일 때 나서야 한다.

     2.14 대화 재개를 계기로 박 대통령의 대북 원칙이 시험대에 서게 되었다. 박 대통령은 남북대화 재개와 정상회담을 위해 자신의 대북정책 원칙을 포기할 것인지 중대 기로에 서게 되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대화-보상 책략에 말려들어 대북 원칙을 포기해선 안 된다. 끝까지 원칙을 지켜 김정은을 “진정성”있는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도록 압박해야 한다. 북한에 줄 돈과 시간은 우리에게 있다는데서 서둘지 말고 여유롭게 접근해주기 바란다.(Konas)

    정용석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대화-보상 책략에 말려들어 대북 원칙을 포기해선 안 된다. 끝까지 원칙을 지켜 김정은을 “진정성”있는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도록 압박해야 한다. 북한에 줄 돈과 시간은 우리에게 있다는데서 서둘지 말고 여유롭게 접근해주기 바란다.(Konas)

    정용석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