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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항기 비행계획 中 제출' 권고…日 `당혹'
일본 언론 "미국 對中정책 흔들린다"…고립 우려
아베 "바이든 美부통령과 협의할 것"
(도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중국이 최근 설정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통과하는 자국 민간 항공기의 비행계획을 사전에 중국 정부에 알리라고 항공사들에 권고한 데 대해 일본 정부가 당혹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나서 중국에 대한 민간 항공사의 비행계획 통보를 중단시키는 등 강경하게 대처해 온 상황인데, 미국이 승객 안전을 이유로 돌연 유연한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일단 언론 보도로 알려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일 이와테(岩手)현 시찰 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정부가 민간 항공사에 비행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청한 것은 아닌 것으로 외교 경로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며 언론 보도를 부정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도 같은 날 NHK의 프로그램에 출연,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정부로부터 '제출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오고 있다"며 "(미국은) 일본과 입장이 동일하다"고 말했다.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국토교통상은 "지금까지와 달라질 것은 없다"며 비행계획을 제출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 방침은 유지했다.
비행계획 사전 통보 권고 조치에 대해 미국이 "중국의 요구(방공식별구역 설정)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초지일관 강경 노선을 유지한 일본과의 엇박자를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본은 오는 3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일본 방문때 견고한 미일 공조를 중국에 확인시키려고 벼르고 있던 상황이라 당혹감은 더 컸다. 중동의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우려와 반대를 물리친 채 이란과 대화를 통해 핵 합의를 도출한 것처럼 오바마 정권이 일본을 제쳐놓은 채 중국과 타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1일 "우리는 이번주 일본을 방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협의하고, 일본과 미국간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그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일 미국의 조치가 '자고 있는데 귀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고 일본 정부의 곤혹스러움을 표현했다.
미국이 "민간항공기의 안전성을 우선시했다고 하지만 일본으로서는 대응의 보조를 맞추기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일본 외무성에서도 불안감이 새어 나온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미국과 일본의 민간기 대응이 분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국 국무부가 비행계획 제출 여부를 항공사의 자율선택에 맡겨 명확한 지시를 하지 않는 것은 그나마 일본 정부를 배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미국정부는 안전을 추구하는 민간항공사와 일본 양쪽의 입장을 배려해 어느 한 쪽을 택하는 표현을 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일본 정부가 미국과 정반대의 조치를 한 사실을 거론하며 "일본과 미국이 발을 맞추기 어려워졌고 오바마 정권의 대응이 의문시된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 내에서 당황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고 규정하고 비행계획 제출을 일본 총리관저 관계자가 사전에 "전혀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발표는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비행계획을 제출하라고 항공사에 권고하는 내용이다"라며 "일본은 사다리를 타고 높이 올라갔는데 (누군가) 사다리를 치워버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