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의 역습' 사무용 SW 무료 제공…MS에 치명타
    윈도XP 지원기한 만료 시점서 애플 수요 늘어날 듯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여바부에나센터에서 22일(현지시간) 열린 애플 행사에서 최신 제품보다 더 주목받은 것은 애플의 소프트웨어였다.

    현장에 참석한 국내외 기자들 일부가 이날의 진정한 주인공은 아이패드 에어나 레티나(망막) 화면의 아이패드 미니가 아니라 애플의 소프트웨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애플은 이날부터 아이라이프 카테고리의 사진 편집 프로그램 아이포토와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아이무비, 음악 제작 프로그램 개러지 밴드는 물론이고 아이워크 카테고리의 페이지스, 넘버스, 키노트 프로그램까지 모두 무료로 내놨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매킨토시 컴퓨터를 구동하는 운영체제(OS)인 OSX '매버릭스'까지 무료로 풀었다.

    아이워크의 페이지스, 넘버스, 키노트는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SW)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의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에 각각 대응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애플 사용자는 맥 컴퓨터만 사면 OS부터 모든 사무용 필수 프로그램까지를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셈이 됐다.

    이는 MS의 윈도를 통해 사무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려면 컴퓨터를 구입하고 나서도 윈도 OS를 사는 데 추가로 17만원이 들고, 오피스365를 이용하려면 다시 매년 추가로 12만원씩을 내야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애플은 이들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를 통해서도 무료로 제공한다. 윈도를 사용하는 PC에서도 클라우드 기반 사무용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윈도 PC를 써오던 사업장에서 기존 윈도PC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신규 제품은 맥을 구입할 수 있다.

    결국 애플은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하드웨어 시장에서 MS를 제치고 승기를 잡으려는 시도를 하는 모양새다.

    특히 지금은 MS가 과거 OS인 윈도XP에 대한 지원을 곧 중단하겠다고 밝힌 시점이어서 시장에서 PC 제품을 교체하려는 잠재수요가 상당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데스크톱이나 노트북만 사면 나머지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힌 만큼 MS 중심의 사무용 PC 시장이 애플 쪽으로 빠르게 재편될지 주목된다.

    게다가 다양한 제품으로 같은 작업을 하는, 이른바 'n스크린' 시대라는 점을 고려해도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윈도 OS를 쓰는 스마트폰·태블릿PC를 이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문 반면 애플 아이폰·아이패드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기 때문이다.

    애플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의 강점을 지렛대로 삼아 PC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애플은 이날 작정한 듯이 MS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팀 쿡 애플 대표는 이날 발표에서 MS 윈도 제품을 겨냥한 듯 "우리 경쟁자는 혼란에 빠져 있다"고 언급했다.

    에두아르도(에디) 큐 수석부사장은 아이워크를 클라우드를 통해 윈도 PC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윈도) PC에 사로잡혀 있는 친구들과도 협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MS는 사면초가가 됐다. MS는 PC 시장 생태계를 이용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에 재진출하려 했지만 번번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았다.

    이번에 윈도8으로 전세를 역전하려 했지만 오히려 '불편하기만 한 OS'라는 비난만 들은 데다 8.1 업그레이드 과정에서도 불협화음이 일면서 PC 시장 지배자라는 타이틀까지 위태롭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