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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설득하려 팩스 5,000번을 보냈더니…"

가정용 가스레인지 폭발방지 장치 개발..매출도 없는데 기술료 납부?

입력 2014-05-15 09:17 | 수정 2014-05-15 15:12

▲ ▲ 건국산업 박진하 대표 ⓒ뉴데일리

금융위기로 휘청거리는 나라를 세우겠다는 생각에 IMF 위기때 창업하면서 기업 이름을 건국산업(建國産業)으로 지었다. 사무실에는 대형 태극기도 항상 갖다 놓았다.

휴대용 가스레인지 폭발방지 특허를 내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즈음, 특허는 무슨 특허, 경쟁업체의 특허침해에 정부기관의 무성의한 대처에 짓눌려 17년째 바닥을 기고 있다. 그래도 그는 건국(建國)이라는 기업이념을 끝끝내 놓지 않았다.

박진하 건국산업 대표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중소기업 대표 중 한 명이다. 때리면 맞아야 하고 밟으면 밟힐 수 밖에 없는 무자비하고 야만스런 경쟁의 정글에서도 박 대표는 나라를 바꿔야겠다는 각오를 오늘도 다진다.

나라를 바꾸겠다는 일념으로 밤을 새워 국회의원들에게 팩스를 5,000번 보내고, 사무실이 경매로 넘어가도 의연하게 버틴다.

지난 14일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 동아벤처타운 20층의 아주 작은 그의 사무실에서 경매가 진행됐다. 최저일괄매각가격이라고 해야 겨우 126만원. 이리저리 융통하면 어찌 경매를 막지 못하겠느냐 싶었지만 그는 그냥 당해줬다. 경매로 넘어가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의 아픔이 어떤지를 직접 겪어보겠다는 열정에서이다.

위압적이고 공포스러운 사무실 경매

 

-사무실에 와서 경매를 진행한다고 하니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경매는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처음부터 위압적인 분위기였습니다. 법원 경매 집행관 2명과 입찰자 서너 명, 그리고 한국산업기술평가원 대리인 등 여러 명이 동시에 사무실로 들어 왔습니다.
위압적인 분위기 조성도 이상하지만, 특히 경매입찰자들이 어떻게 법원 경매 집행자와 산기평 대리인들과 동시에 들어왔는지에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미리 약속을 하였거나 아니면 동원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 ▲ 경매대상이었던 가스레인지 샘플 ⓒ뉴데일리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싶어서 경매현장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려니까, ‘공무집행 방해로 처벌하겠다’고 하면서 전화로 경찰을 불렀습니다. 험악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법원 경매입찰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입찰인데, 공개 경매입찰을 촬영하지 못한다는 법적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법원 경매 집행관이 대전지방법원 담당자에게 전화로 물어보니, 촬영은 가능하고 다만 초상권 침해가 되지 않도록 하고 촬영하라고 해서 동영상 촬영을 했습니다.”

-대단한 경매였네요. 그래서 사무실 집기등이 경매로 넘어갔습니까?

“경매는 불과 몇 분 만에 끝났습니다. 아무도 응찰자가 없었습니다. 유찰되었어요. 이것도 이상한 것이  서너명이 경매에 참여했는데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말입니다.
경매입찰 참여자들은 강압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해 동원되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모두 함께 같은 시각에 동시에 들어온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니면 경매꾼들이 담합하여 낙찰받아서 곤궁에 처한 채무자인 저에게 되팔기 위해 참여하였다가, 동영상 촬영이 법적으로 가능하여 촬영하니까, 나중에 자기들 신분이 탄로나든지 또는 문제가 될까 포기하지 않았을까요?

한 명은 실질적인 경매참여자이고 나머지는 동원된 들러리로 추정됩니다. 최근 기사를 검색해보니, 요즘 경매꾼들이 빚을 못 갚아 압류나 경매당하는 영세한 채무자들을 괴롭히는 행태와 거의 유사해 보였습니다.

중소벤처기업들이나 영세상인 또는 서민들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경영악화나 곤궁에 처했을 때, 가구나 사무실 집기비품들을 압류당하고 경매당하는 현실을 직접 체험한 소감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비참한 공포분위기였습니다.

합법을 가장한 강압이었어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정부기관들의 행태를 직접 목격하고 나니, 지금까지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10년 넘게 안전기술을 개발하여 왔다는 자부심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잘 못 했길래 사무실 경매라는 조치를 당했나요?

“건국산업이 휴대용 가스레인지 폭발방지 장치를 개발하고 난 다음, 또 가정용 가스레인지 폭발방지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가정용 가스레인지의 폭발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개발비용을 국가에서 지원받아 성공시켰습니다. 그런데 현행 ‘국가연구개발사업’ 규정으로는 기업이 연구개발을 성공하면 사업화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정부출연금의 일정비율로 기술료를 납부하여야 합니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도 기술료를 내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현행 제도에 불만이 많아도 아직 개선이 안됐죠. 사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기술료를 내지 못하게 되자 최근 한국산업기술평가원에서 경매처분을 결정해서 대전지방법원에 경매 강제집행을 신청한 것입니다.”

-폭발방지 장치를 하지 않고도 한 것으로 허위표시해서 판매하는 행위는 가스안전공사가 방치한 것 아니냐는 느낌을 주던데, 가스안전공사는 안전관리 업무를 제대로 했습니까?

“가스안전공사에 폭발방지가 가능하다는 동영상을 만들어 보여 주니까, 폭발방지장치를 법제화하기 위해 TF팀까지 만들어서 추진했습니다. 그러다가 특허권자에 대한 특혜라는 경쟁 제조업체들의 항의로 보류되었습니다. 2009년도만 해도 가스안전공사는 법제화에 적극 찬성하고 추진하였습니다.

그러나, 시중에 판매되는 다른 업체 제품에 폭발방지 기능이 없는 데도 있는 것처럼 허위표시 하고 판매한데 대해서는 제가 직접 가스안전공사에 항의한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민주당 주성용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허위표시에 대해 가스안전공사사장에게 질의하고 답변한 내용이 있는데 그 뒤로 시정되지 않았습니다.“

-특허침해에 따라 기업의 생존 자체가 10년넘게 위협받으면서 아주 어려운 길을 걸어왔는데 어떻게 견디셨습니까?

“나라를 세운다는 생각으로 견뎠습니다. 휴대용 가스레인지 폭발방지 장치를 개발한 것도 우리나라 전체 가스사고의 30%가 휴대용 가스레인지 사고라는 말을 듣고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죠. 불가능하다, 남들이 못한다고 하면 가슴이 뛰는 체질입니다. 옳은 일인데 남이 못한다고 하면 가슴이 뛰고 어려울수록 희열을 느낍니다.
처음에는 부탄가스 캔의 폭발방지장치를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캔 하나에 안전장치 하는데 15원씩 들어갑니다 국내에서 매년 2억개 캔이 팔리는데 이 비용만 해도 연간 30억원이 그냥 날라갑니다.
그래서 비용절감하기 위해 다음 단계로 가스레인지 자체에 안전장치를 넣는 연구를 해서 성공시켰죠. 이 비용은 휴대용 가스레인지 1개당 장치 비용이 100원에 불과하므로 국내 생산제품 연간 500만대에 모두 장착해도 5억 밖에 안됩니다.
원가도 줄고 기계 내구성도 좋아지니 이게 국가를 위한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

-사업화하는데 왜 그렇게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었습니까?

“과기부, 산자부 등에서 모두 기술을 인정했지만, 특허를 인정하고 존중할 줄 모르는 국내 경쟁업체들의 역선전과 이를 방치한 공정위 가스안전공사 등의 원칙없는 정책과 무책임한 행정이 큰 원인이었습니다. 대기업들의 염치없는 행태도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국내 재벌업체들이 만든 대형할인점에서는 저의 특허를 침해한 제품을 OEM으로 대량생산해서 판매했습니다.

이것을 판매금지시켜야 하는데 특허소송 변호사도 판사도 적어 소송을 진행하기가 매우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물론 판사들도 잘 이해하지 못해서 판사들을 교육시키면서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소송에 이기면 무슨 소용입니까? 시장에서는 여전히 특허침해 제품들이 버젓이 돌아다녀도 막을 방법이 없었죠. 법원 합의조정 내용에도 콧방귀 한 번 안 뀌고 불법유통이 됐습니다.
방송국 고발프로그램에 여러 번 등장할 때 마다 이젠 반응이 있겠지 싶었지만, 아무 변화가 없었어요. 

국정감사에서 이슈로 삼아야겠다 싶어서 야당 국회의원을 설득해서 국정감사에서 허위표시의 부당함을 철저하게 단속하라고 지적하는데 까지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고 안바뀌는 거에요.
특허기술의 중요성을 이렇게 가볍게 여기고 특허침해를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이 사기행위를 방지하지 못하면 기업의 신기술 개발노력이나 국가 발전이 안됩니다. 너무나 쉽게 베낄 수 있다면 누가 힘들여서 연구개발하겠습니까?


        팩스 5,000장에 담긴 국가개조의 집념

결국 국가를 바꾸지 않으면 특허제도 자체가 무용지물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금과 같이 무형의 지식재산이 중요한 시기에 대한민국이 더욱 발전하려면 국가시스템 바뀌어야 한다, 국가 개조를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죠.”

-국가 개조 사업을 어떻게 시작합니까?


“국가가 입법-행정-사법으로 구성됐는데 가만히 보니 법을 제대로 만들어야 하겠어요. 국회가 중요한데 국회의 실체는 국회의원입니다. 그러니 국가를 개조하려면 먼저 국회의원을 개조해야 하겠어요.
그런데 아무런 정치적 배경이 없는 벤처기업 대표가 어떻게 국회의원들을 설득합니까? 그것도 한 두명이 아닌데.

▲ ▲ 사무실을 옮길 때 마다 따라다니는 대형 태극기 ⓒ뉴데일리

국회의원들을 설득할 10장짜리 보고서를 만들었지만,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고민됐어요.  편지로 보내나 이메일로 보내나 책자로 만드나. 그러다가 2007년부터 2년간 팩스로 보냈습니다. 그것도 스팸처리 안되도록 한 장씩 보냈어요. 10장 짜리를 300명 국회의원에게 보냈으니 모두 3,000장의 팩스를 보낸 것이죠.

각종 당직 맡고 있는 의원들에겐 한번 더 보냈습니다. 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도 또 보내고,  산자위 교육위 법사위 위원회 위원장에게 다 보냈으니 많이 받은 사람은 너 댓 번 받았습니다. 모두 5,000번을 보낸 것이죠. 

그리고 나니까 한나라당 사무총장 사무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한번 만나보라는 국회의장 지시가 떨어졌다고.”

나라가 어려울 때 의병들이 일어나 군사를 일으키듯 박 대표의 이 같은 노력은 점차 효과를 보기 시작해서 국회는 카이스트 등 대학의 도움을 받아 지식재산기본법을 가다듬고, 지식재산강국 원년 선포식을 하는 등 변화의 작은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회의원을 움직여 국가개조하는 일은 잘 될 것 같습니까?

“ 지난해 세계특허(IP)허브국가 추진위원회가 국회에 만들어졌어요. 세 명의 공동위원장 체제인데, 여당, 야당, 민간 대표죠. 새누리당은 정갑윤 의원, 민주당은 원혜영 의윈, 민간대표는 카이스트 이광형 미래전략대학원 원장입니다. 세 분 모두 선각자이시고 애국자이시죠.

이 세계특허 허브국가 추진위에 참여한 국회의원은 43명입니다. 정말 놀라운 일이죠. 많은 국민들이 더러는 국회의원들을 욕하고 원망도 하지만, 저는 이 43명의 의원들을 보고 밝은 미래를 보았습니다. 이런 분들이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좋은 정책이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법으로 만들 분들이라는 확신이 섰어요.

그렇다면 문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좋은 정책이나 아이디어이죠.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서 이분들께 전달하거나 심포지움을 통해 발표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실망하지 않게 좋은 결과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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