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Fed) 전 의장(87)은 사회보장기금, 노인 의료보험(Medicaid)과 여타 복지 분야의 정부 지출이 미국경제가 최근 수십년간 성장이 둔화한 이유라고 말했다.

    21일 미 언론에 따르면 그린스펀은 최근 펴낸 '지도와 영토'(The Map and Territory)라는 제목의 책에서 '셧다운'사태를 불러온 정치권의 갈등은 행정부의 잘못이 아니라 복지예산 증가 대응방안을 둘러싼 여야간 대립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양당이 경쟁적으로 복지혜택을 늘리는 과정에서 투자 자본의 원천인 저축은 감소하고 그 부족분의 일부를 해외에서 차입한 결과 현재 외채가 5조 달러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미 중앙은행인 Fed 의장을 네번 연임한 그린스펀은 고소득층 가구에 대한 과세가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계설비, 건물에 대한 그들의 투자능력을 감소시켰다면서 투자 감소는 혁신과 생산성, 경제성장의 둔화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정부에 의존하는 사회를 원하는지 아니면 국민 개개인의 자립에 기반을 둔 사회를 원하는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임기간 통화량을 늘리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것이 부동산 버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학 교수 등 비판론자들의 지적에 대해 "전혀 무관하며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하고 "Fed를 괴롭혀온 일부 정치인들의 정치적 목적에 기여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테일러 교수의 주장은 증거가 없었지만 결국 그가 싸움에 이겼고 그의 주장이 사실인 것처럼 알려졌다"고 말했다.

    책을 펴낸 목적에 대해 그린스펀 전 의장은 정치인과 대중에게 금융위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로드맵을 제공하고 싶다고 밝히면서 대책으로는 복지비용을 낮출것과 낮은 생산성을 첨단 기술로 대체함으로써 '창조적 파괴'를 수용할 것, 초당파적 협력이 가능한 정치시스템을 만들 것 등을 제시했다.

    금융위기 원인과 관련해 그는 "비금융 부문은 건강했으나 문제는 금융부문이었다"며 "금융은 도취감이나 공포와 같은 감정에 취약하다. 쏠림현상에 대해 알아보면서 정말 놀랐고 세계를 보는 나의 시각도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은 Fed가 가장 정교한 최신 계량경제 모델을 갖췄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혀 예고하지 못했음을 시인하면서 "패닉상태의 매도나 주택 버블을 키우는 공포나 도취 같은 요인은 Fed 컴퓨터 모델에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비이성적 공포는 예측하거나 분석할수 없다고 믿었으나 지금은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미 정치권의 분열상에 대해 남북전쟁 이후 없던 일이라고 개탄하면서 "정치권의 예산안 합의가 장기적 해결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지만 정부가 셧다운을 끝낼 방법을 찾은 것은 위안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린스펀은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전략으로 연방정부를 셧다운으로 몰고 가는데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민주사회에 살고 있다. 정부 셧다운을 정치적 흥정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디폴트(채무 불이행)위기가 거론되는데 대해 "모든 시스템은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신뢰가 깨지면 시스템은 자체적으로 붕괴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