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고 커플에 이어 두 번째 '세기의 커플'이 탄생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10일 결혼식을 올린
    이병헌-이민정 부부.

    이들은 고급스러운 예식홀로 유명한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900여 하객의 축하 속에 로맨틱한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날 결혼식에는 국내외에서 몰려든 취재진 1백여명과,
    일본 등 해외에서 건너온 수백명의 팬들이 운집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당대 최고의 스타 부부와 화려한 결혼식장,
    그리고 이들을 보기 위해 모여든 구름같은 관중. 

    가히 세기의 커플이라고 불릴만큼 화려한 결혼이었다.
    그런데 이날 결혼식에선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그 것]이 보이지 않았으니….

    다름아닌 예비신랑의 귀여운 하트 세리머니.

    최근 결혼식을 올리는 연예인 신랑들은
    취재진으로부터 의례히 [신부에게 하트를 그려달라]는 주문을 받곤 한다.

    좀 식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서로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표현하는 데에는
    [하트 세리머니]만한 포즈가 없을 듯 싶다.

    하지만 기자들이 노리는 건 따로 있다.
    잔뜩 긴장한 신랑이 억지로 [하트자]를 그려 보일때 나타나는
    각양각색의 표정 때문이다.

    쇼맨십이 강한 스타들은
    기자들의 짓궂은 요구에도 전혀 눌리는 기색없이
    자유자재로 포즈를 취하지만,
    의외로 부끄러움을 타는 스타들은
    결혼식장에서 [빨간 홍당무]가 되기 일쑤다.

    브루스 윌리스와도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세계적 스타가 된 이병헌은 과연 어땠을까?

    사회자(손석우 BH엔터테인먼트 대표) = 오늘의 주인공, 신랑 이병헌군과 이민정 양을 자리로 모시겠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본인들도 긴장된 모양이네요. 지금 옆방에 계신데, 잠시 1분만 기다려주십시오.

    사회자 = 신랑 신부는 무대 중앙으로 나와 포즈를 취해주시기 바랍니다.

    취재진 = 하트 좀 해주세요.

    이병헌 = 가슴을 가리키며 하트는 제 마음 속에 있습니다. (웃음) 


    이날 결혼식장에선 초반부터 뜻밖의 장면이 연출됐다.

    거의 기사화가 안된 내용이다.

    사회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랑-신부의 입장을 외치는 순간,
    [몹시 긴장이 돼서] 뵨사마 이병헌이
    잠시 기다려달라는 수신호를 보냈다는 것.

    약 1분 동안 가까스로 안정을 취한 뒤
    무대 중앙으로 올라온 이병헌-이민정 커플은
    마치 제작발표회에 나선 배우들처럼 당당하게 취재진과 마주했다.

    겉으로 보기엔 이들이 긴장을 했는지,
    아니면 되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그런데 취재진이 신랑에게 하트를 좀 그려달라는 주문을 할 때
    이병헌의 표정에 미묘한 변화가 일었다.

    순간 긴장한 듯한 표정이 스쳐지나가더니 이내 평온을 되찾은 이병헌.

    "하트는 내 마음 속에 있으니, 꺼내서 보여줄 수 없다"는
    [명언]이 나온 순간이었다.

    조금은 궁색한(?) 변명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답변에 취재진은 웃음보를 터뜨렸고,
    기자회견 분위기는 더욱 밝아졌다.

    사실 지근거리에서 바라본 바로는
    이병헌이 쑥쓰러움을 이기지 못해 내뱉은 [애드립]으로 보였지만
    이병헌의 [당당한 말투]와 [표정]으로 인해
    연예인 결혼사에 길이 남을 [어록]으로 승화됐다.

    어찌보면 이병헌만의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순간이기도 했다.
    순간의 부끄러움을 피하고자 꺼낸 말일 수도 있지만,
    결혼 기자회견장에서도 [이병헌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남다른 자존감]을 드러낸 말이기도 했다.

    이병헌은 기자회견 말미에서도
    [만세 삼창을 불러달라]는 추가 요구를 보기 좋게 거절했다.

    그것도 제 마음 속에 있어요. 


    한 번 거절이 어렵지,
    두 번째 세 번째는 누워서 떡 먹기보다도 더 쉬운 법이다.

    하지만 이병헌은 신부에게 파격적인 포즈를 취해달라는 요구엔 순순히 응했다.

    이병헌이 이민정의 이마에 로맨틱한 키스를 하자,
    이민정은 이병헌의 볼에 키스로 화답하는 훈훈한 광경이 이어졌다.

    결혼식장에서도 각자의 매력을 뽐낸 이병헌-이민정 부부는
    12일 오후 11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몰디브로 출국했다.

    두 사람은 열흘간의 신혼여행을 마친 뒤
    이병헌의 모친이 있는 경기도 광주에 신접살림을 차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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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 = 조광형 기자 / 사진 = 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