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논란 많은 곡, 국가유공자 사업은 계속해야"

  • <임을 위한 행진곡>을 문제 삼아
    국가보훈처장 사퇴를 구사(驅使)하던  
    <민주당>의 [박 남매](박지원-박영선)가 굴욕만 당했다.    
    박지원 의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에게사퇴를 요구하던 중 
    오히려 역습을 당한 것. 

    박영선 의원이 박지원 의원을 거들고 나섰지만,
    박승춘 보훈처장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쓰리 박(朴)의 설전은,
    20일 오전 10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시작됐다.

  •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박영선 의원이 조용히 대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박영선 의원이 조용히 대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호시탐탐 공격의 기회를 찾고 있던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질의 순서가 돌아오자 곧바로 직격탄을 날렸다. 

"보훈처장!
내가 오늘 보훈처장이 사임해야 한다는 것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왜 그런지 아느냐."

박승춘 보훈처장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의원님 말을 듣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그동안 벼르고 있었다는 듯,
한 달 전 화두를 꺼내 들었다.   

"5.18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금지곡이냐?
지금이 유신 때냐."


박승춘 보훈처장의 답변.

[금지곡은 아니지만 국민들 사이에서 의견이 있다]

박지원 의원은 얼굴을 찌푸린 채 일방적 공세를 쏟아냈다. 

"무슨 의견이 있나.
그러면 제창은 못하고,
그렇게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날 의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합창하며 일어서니까
보훈처장은 왜 일어섰느냐.
박근혜 대통령은 왜 태극기를 흔들었느냐. 
그렇게 편안하게."


박승춘 보훈처장이 대답을 하려고 하자
박지원 의원은 틈을 주지 않고 맹공을 이어갔다.
그의 주특기, [몰아세우기] 전술이었다.

"그렇게 유신적 사고를 가지고 있으면 존경 받겠나.
대한민국이 21세기 어떤 나라인가.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면 보훈처장이 지옥으로 가냐."


박승춘 보훈처장,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박지원 의원의 공세가 잠시 멈추자,
박승춘 보훈처장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는 박지원 의원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역지사지(易地思之) 충고를 건넸다.
억지 주장에 대한 일침이었다.

"의원님,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바꿔서 생각해봐라.

이 노래는 2008년 정부기념 5.18 논란 돼서 
2009년부터 2011년 제창 못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박승춘 보훈처장의 답변을 뭉개려는
박지원 의원이 그럴만한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그럴만한 이유가 뭔가.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경직돼서 성공했나?
박근혜 대통령이 뭐라고 했나.
화해와 용서, 화합, 국민 대통합을 요구했다.

그런데 거기에 참석한 상당한 국민들이
제창 합창을 하겠다는데 왜 보훈처장이 막는가.
그렇게 소신이 없으면 관두라 그거다."


박승춘 처장이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자
박지원 의원이 톤을 높이며 역정을 냈다.

"그래서 우리 민주당에서 해임을 건의하는데, 
보훈처장은 국무위원이 아니라 해임권의 대상이 안 된다.  
그래서 방법이 없다 이거다." 


이 발언에 회의장에 앉아 있던 몇몇 의원들이 웃었고,
박승춘 보훈처장도 어이없다는 듯 함께 웃었다. 

"허허허"


  •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에 대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에 대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박지원 의원은
    좋은 약점을 잡았다는 듯 고성을 질렀다.
    심지어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웃지 마라!!
    보훈처장! 국회의원이 질문하는데 조롱하듯 웃어?
    그따위가 어디있어!"


    보훈처장에게 삿대질까지 했다.  
    박승훈 보훈처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우리 보훈처는 국민의 공감대를 위해서,
    국가 유공자를 위해서..."


    박지원 의원이 도중에 끼어들며 재탕했다.
    꼬투리를 놓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국회의원이 진지하게 질문하는데
    [허허허] 하고, 그게 바른 태도냐."


    박승춘 보훈처장은 개의치 않고 소신 있게 말을 이어갔다. 
    "우리 국가보훈처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국가를 위해서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을 위해서 일하는 곳이다."


    박지원 의원은 또 다시 말을 자르며,
    [대통령], [여당], [국민통합] 등을 거론했다. 
    "그러니까 5.18 유공자들도 인정했고, 보상을 했고
    <유네스코>에도 등재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문제가 됐다고 하면,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왜 그러냐.
    그렇게 소신 있으면 왜 일어나서 태극기 흔드느냐, 앉아 있어야지. 
    <새누리당> 대표도 함께 일어나서 함께 노래를 불렀다.
    국민통합차원에서 노래를 부르면 안되냐.
    <5.18단체>는 보훈단체가 아니냐."


    박승훈 보훈처장이
    [보훈단체 맞지만,
    5.18단체를 제외한 모든 보훈 단체가 반대한다]고 응수하자,
    박지원 의원은 마치 몰랐다는 듯 되물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박승훈 보훈처장.

    "그렇다." 


    공격은 박지원 의원이 하고 있는데, 

    분위기는 박승춘 보훈처장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박지원 의원이 총구를 열고 무차별 난사를 했는데, 
    정작 보훈처장은 한 발도 안 맞은 것 같은 분위기였다.  


  • 민주당 박지원 의원. ⓒ연합뉴스
    ▲ 민주당 박지원 의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