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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중국과 흘린
피를 씼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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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둥시가 개항 100주년 기념으로 2006년 세운 기념비
지금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손꼽아 기다려지는 때도 없다.
27일부터 시작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사이의 회담은
남북한 관계와 동북아 정세에서 앞으로 상당기간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 같다.분위기는 아주 좋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미 최고 지도자 위치에 오르기 전부터 개인적인 친분을 쌓아둔 절친이다.
대통령이 되고 주석에 오른 뒤에도
전화통을 붙잡고 45분간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무슨 친구끼리 수다떨듯이 대화를 나눴다는
소식은 더욱 반갑게 한다.박-습(朴-習) 관계가 이정도로 친밀하다면,
정말 창조적인 한중관계를 기대하고 싶다.한국과 중국 사이에 잘 언급되지 않는 내용이 있다.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국가간의 관계이든, 개인간의 관계이든,
가장 진한 관계는 피를 나눈 관계이다.대한민국이 미국과 친밀한 동맹관계를 이룩한 이유가 뭘까?
미국이 세계적인 강대국이어서?
그것은 극히 일면만을 본 것이다.
미국이 6.25전쟁때 대한민국을 위해서 피를 흘려줬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에서건,
일면식도 없는 남의 땅에 와서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무고한 피를 흘린 그 가치는 그 어떤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는 그 무엇이 있다.
바로 그 무엇이 한국과 미국을 이어주는 든든한 끈이다.이것은 물론 북한 김정은 정권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어째서 중국의 역대 지도자들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그 포악무도하고 반인륜적인 정권을 두둔했을까?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도 고려됐을 것이고,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절친인 한국과 국경을 맞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잘 안된다.
중국 공산군이 북한땅에 수없이 피를 흘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6.25전쟁 때 한반도에 와서 흘린 중국병사의 피는
확인된 숫자만 11여만명이다.
여기에 실종자와 무명용사까지 합쳐야 한다.
단순한 동지관계이든, 혹은 같은 공산국가로서의 이념공감대에 따른 것이든,
이것이 중국과 북한을 이어주는 든든한 유대감의 원천이다.물론 이 피의 유대는 많이 묽어졌다.
중국은 집단지도체제를 만들어 지도자를 합리적으로 교체하지만,
북한은 세대교체-지도자 교체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고
세계에서 가장 폐쇄인 상태에서 온갖 못된 행동을 하루가 멀다 하고 되풀이 한다.지금 대한민국이 중국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고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약화시키는 처방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처방도 이제 시도해봐야 한다.
멀리는 수나라 당나라 군사 수십만명이 한반도에 와서
단지 역사책에 몇 줄 기록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러나 그 수십만명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기막힌 일이 겹겹이 차곡차곡 쌓여있을까?이름 한 자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군사들은
누구의 남편이었고,
어느 부모의 귀한 아들이었으며,
혹은 어느 여인이 애가 타게 사랑하는 배우자나 애인이었을 것이다.
수십만명이 죽었을 때 중국대륙에 퍼졌을 피눈물과 탄식과 한숨은
사라지지 않는 메아리가 되어 지금까지 우주 상공을 지나가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대한민국 지도자들은 미국을 방문하면,
6.25 전쟁에 참여했다가 전사한 미국 국립묘지를 방문해서 헌화하고 묵념하면서
그들의 희생을 추모하는 절차를 밟는다.
그렇다면, 중국 군사들에 대해서는 어떨까?
비록 그들이 적군이었고, 남북 분단을 만드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으며,
우리 군사들의 피를 흘리게 한 적군의 병사였지만,
지금은 평화의 초석을 놓아야 할 때이다.
60여년전 그들이 총부리를 어느 쪽으로 겨누었느냐 하는 것보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남의 땅에 와서 속절없이 고통 속에서 사라진,
그런 중국인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평화를 위해서 꼭 지나가야 할 절차이다.중국 안에 있는 가장 큰 추모기념관은 압록강변에 있는 중국 단둥(丹東)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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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단둥시에 있는 항미원조기념관
항미원조기념관(抗美援朝記念館)의 이름으로 1993년에 증축했다.
이곳에는 6.25전쟁때 참전했다가 사망한 중국군병사의 명부가 보관되어 있다.하지만 단둥시는,
2006년 개항 100주년 맞아 세운 기념비에는
[爲了和平] (평화를 위하여) 라고 적어놓아,
과거의 슬픔 대신 미래를 지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경기도 파주에는 <중국군 전사자 묘지>도 조성돼 있다.
중국 정부가,
수년전 부터는 비공식적으로
해외에서 사망한 중국군 유해를 발굴해서 송환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한국과 중국의 피의 역사를 청산하고 동북아 평화의 2개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들 희생자에 대해 서로 위문하고 추모하는 [피씻김] 작업이 필요하다.전쟁에서 희생된 젊은 병사들을 함께 추모하고 위로하면서
다시는 피흘림이 없도록 다짐하는 그런 상징적인 행사는
꼬인 관계를 풀어내는데 매우 유용하게 작용할 것이다.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과 이 부분에 대해서도
돌파구를 마련하기를 기대하면 너무 성급한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