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부부가 이혼 결정을 공식 발표한 지 며칠이 지났지만, 러시아 국내외에선 여전히 이 소식에 대한 논평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10일 현지 인터넷 뉴스통신 뉴스루(Newsru)에 따르면 한때 푸틴 대통령 부부와 친분 관계를 유지했다는 현지 유명 여성 언론인 크세니야 소브착은 독일 신문 '타게스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류드밀라 여사가 푸틴으로 하여금 이혼 결정 사실을 공표하도록 독촉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브착은 "류드밀라 여사는 어떤 면에서 자신의 입장을 관철할 줄 아는 아주 강한 사람"이라며 "그가 어색한 이중적 상황이 싫어 오래전부터 이혼을 원했고 이혼 결정 사실을 공개하도록 푸틴 대통령에게 강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별거를 하면서 이혼 상태에 있으면서도 공식적으로는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이중적 상황을 견디지 못해 류드밀라 여사가 푸틴 대통령에게 이혼 결정 공개를 강요했을 것이란 추정이었다.

    소브착은 러시아를 정교회 윤리와 전통적 가족 가치가 지배하는 사회로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여온 푸틴으로서는 류드밀라 여사와의 이혼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현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 등에는 푸틴 부부의 이혼을 풍자한 우스갯소리들이 넘쳐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최근 조기 사의를 표명한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을 시장직 대행에 임명한 것에 빗대 류드밀라 여사를 영부인 대행에 임명했다거나, 푸틴의 정치 후계자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대통령의 이혼결정을 국가 정책으로 착각하고 자신도 이혼하기로 했다는 등의 농담 글이 올라와 있다.

    푸틴 부부가 이혼 결정을 발표하기에 앞서 발레 '에스메랄다'를 함께 관람한 사실에 근거해 '에스메랄다를 보러 가자'는 말은 이제 '이혼하자'는 말과 동의어가 됐다는 풍자글도 있다.

    지난 2008년 푸틴이 대통령직을 메드베데프에게 물려줬다가 4년 뒤 되찾은 것을 비꼬아 '이제 메드베데프 총리가 류드밀라 여사와 결혼하고 4년 뒤에 메드베데프가 이혼하면 푸틴이 다시 류드밀라와 결혼할 것"이란 독설이 담긴 글도 등장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 부부의 이혼 결정 발표 뒤 현지의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0%가 대통령의 이혼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들은 대통령은 어떤 흠도 없어야 하며 국민의 모범이 돼야 한다면서 이혼은 대통령의 이미지에 심각한 결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71%의 응답자는 대통령이 공인이고 국가에 중요한 인물이긴 하지만 그도 살아있는 사람인 만큼 원하는 대로 자신의 생활을 꾸릴 권리가 있다며 이혼이 문제 될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 부부는 앞서 6일 함께 발레 공연을 관람한 뒤 자국 TV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이혼 결정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