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방미성과에는 아무런 영향 없을 것"
  • ▲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 의원ⓒ
    ▲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 의원ⓒ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해외 방문지인 미국에서 일어난
    국가적으로 수치스럽기 그지 없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미 국무부는 자기네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주미 한국 대사관 인턴 여직원의 신고를 접수할 당시
    워싱턴 DC 경찰은
    이를 단순한 경범죄 (misdemeanor)로 처리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한국 언론들의 보도가 확대되면서,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조심스레 수사에 착수하기 시작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처음부터 이 사건에 그다지 끼어들고 싶지 않은 모양 같았다.

    그랬던 것이 그만 윤창중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조용히 끝날 수도 있었던 일을 본인이 자초한 것이다.
    어떻게 수많은 국민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천연덕스럽게 거짓말로 자기변명을 할 수 있었는지 어이가 없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윤창중 전 대변인에 대해
    [발탁 때부터 가장 논란이 많았던 인물 중 한 명이었다]며
    그가 대선 전에 박근혜 후보의 반대파들을
    [정치적 매춘부] 라는 포악한 용어를 쓰며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윤 전 대변인 기용에 반대했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이런 비극이 예측했던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초기에 경범죄에 준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던 이번 사건은,
    이제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파장을 일으킬 것 같다.
    한국 언론들이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고,
    또 한국 정부가 신속하고 자세한 조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수행한 정부 고위 관계자가
    나라 망신을 시킨 이 엄청난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계속 국내 언론에 오르내릴 것이고
    그때마다 정치공세는 이어질 것이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청문회가 열릴 가능성도 크다.

    성격이 다른 사건이지만,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 해 4월 오바마 대통령이 콜롬비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선발대로 비밀경호국 (Security Service) 요원들이 먼저 도착했는데,
    도착한 날 밤에 매춘여성들을 불러다 섹스파티를 벌였다.
    조용히 끝날 수도 있었던 이 일은,
    매춘여성들과 화대를 놓고 시비가 붙어 소동이 일어나는 바람에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콜롬비아에 도착하기 24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간에 일어났던 일이다.
    비밀경호 팀장은 이 사건에 연루된 요원 6 명 전부를 신속히 미국으로 소환 조치하고,
    대체요원들을 투입했다.
    미국 언론들은 최악의 상황에서 발 빠른 수습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현지 경호를 완벽하게 이뤄낸 경호팀장의 활약을 칭찬했다.

    윤창중 사건도 처음부터 발 빠른 수습으로 대치했더라면,
    사건이 축소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 무엇보다 분노가 터지는 것은 그 인턴이 만일 교포가 아니라 백인 여자였더라면,
    감히 그렇게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같은 한국사람이라고 쉽게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
    이런 생각을 하면 같은 교포로서 분노가 치민다.

    윤창중 사건과 관련해 다행인 것은 사건이 아무리 확대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미국 여론이 나오고 있는 점이다.
    미국 언론들은
    박 대통령이 사건 직후 피해 인턴 여성의 가족과 국민들에게 직접 정중히 사과 한 데 대해
    훌륭한 제스처였다고 평가했다.
    또 미 경찰의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박근혜 대통령의 이미지에는 전혀 손상이 없으리란 의견이 다수다.

    이번 윤창중 사건에 대해 이를 정치적 공방으로 크게 확대시키지 말길 바란다.
    지금은 새 정부 초기이다.
    이런 수치스런 사건을 놓고 정치적 공방으로 시간을 보내기에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