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국행 비행기도 이남기 수석이 예약했다고 말했다"...李 "그런 말한 기억 안난다"
  • ▲ 누가 거짓말쟁이인가?ⓒ
    ▲ 누가 거짓말쟁이인가?ⓒ

    두 사람 중 하나가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수행하던 중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된 윤창중 청와대 전 대변인의 [나홀로 귀국]을 두고 윤 전대변인과 청와대 이남기 홍보수석과 말이 엇갈리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으로 서둘러 오게 된 이유를 이남기 홍보수석의 지시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전일 이 수석이 “윤 전 대변인이 서울로 돌아간다고 (제게) 이야기 하지 않았다”며
    개인의 선택이었다고 발표한 것과 크게 차이가 나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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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전 대변인은 지난 8일 (이하 현지시간)
    성추행 피해자로 알려진 워싱턴 현지 주미 한국대사관 여성 인턴의 신고로
    미국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중도 귀국했다.

    청와대는 같은 날 오전 “성추행 피해자가 울고 있다”는 내용을
    워싱턴 한국문화원을 통해 파악해 윤 전 대변인에게 즉각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윤 전 대변인은 당시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한 뒤 수행경제인 조찬에 참석했다.

     

    “제가 야반도주하듯 워싱턴을 빠져나갔다는 것은 완전히 사실무근입니다.”
         - 윤창중 청와대 전 대변인


    윤 전 대변인은 “제가 박 대통령 수행경제인 조찬행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이남기 홍보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와 영빈관에서 만났다.
    이 수석이 [재수가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 변명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으니 대통령 방미에 누가 되지 않도록 빨리 워싱턴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야 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변인은 본인의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워싱턴에 남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상관인 이 수석이 비행기표까지 마련해주며 귀국을 종용했다는 뜻이다.

     

    “이 수석에게
    [제가 잘못이 없는데 왜 일정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그럴 수 없다. 해명을 해도 이 자리에서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수석이
    [1시반 비행기를 예약해 놓았으니 윌러드 호텔에서 핸드캐리 짐을 찾아 (한국으로) 나가라]고 했다.”

     

    이에 따라 귀국 항공기는 워싱턴 현지 한국문화원 측에서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홍보수석이 저의 직책상 상관이어서 저는 그 지시를 받고 댈라스 공항에 도착해 제 카드로 비행기 좌석표를 사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 제 숙소로 향하던 중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전화가 와 조사를 받아야겠다고 해 지금 말씀드린 내용 전체를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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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청와대는 전날 브리핑에서 윤 전 대변인의 스스로의 판단으로 귀국했다고 설명했다.

    여성 인턴이 윤 전 대변인을 이날 오전 8시께 현지 경찰에 고발,
    청와대 실무자가 그 사실을 윤 전 대변인에게 전화로 알리는 과정에서,
    “미국 경찰에 소환돼 조사받는 수도 있고, 수사공조체제가 돼 있으니 귀국해서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하자 윤 전 대변인이 스스로 귀국을 선택했다고 했다.

    특히 이남기 홍보수석은 사건을 파악한 8일 오전 윤 전 대변인과의 만남에서
    귀국을 포함한 후속조치와 관련해 어떠한 지시사항도 없었다고 10일(한국시간) 브리핑에서 밝힌 바 있다.
     

    “제가 (사건을) 인지한 순간에 윤창중 전 대변인을 봤고, 어떻게 된거냐 물었다.
    간단하게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 (박근혜 대통령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 참석차) 차를 타야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자세히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나는 지금 상황을 전혀 모르겠다.
    자세한 점은 몰랐기 때문에 (그대로) 의회로 돌아갔다.”

     
    이 수석은 “그때 서울로 간다는 이야기를 저한테 하지 않았다. 서울로 가느냐, 안가느냐 문제에 대해서도 조금 언급을 했던 것 같다. 저로서는 결정할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랑 상의해서 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특히 이 수석은 윤 전 대변인이 비행기에 오른 뒤에야 서울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날 합동연설이 끝나고 미국 상의회와 라운드테이블 행사가 있었고,
    (윤 전 대변인과)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는데
    (8일 밤 LA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 서울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상 윤 전 대변인의 [조기 귀국]에 청와대는 빠져있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남기 수석이 귀국 전 기자들에게
    “윤 전 대변인이 워싱턴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 전화를 걸어와 [집안에 일이 생겨서 간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전 대변인의 한국행을 알고도 청와대 공식브리핑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수행하던 다른 청와대 실무자들도 현지에서
    “윤 전 대변인이 부인에게 급한 일이 생겨 갑자기 귀국하게 됐다”는 취지로 취재진에게 밝히기도 했다.

    [사진=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