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급’ 주식 포기 못해, 그래도 결국 정무위행 원점?
  • ▲ 강창희 국회의장. ⓒ정상윤 기자
    ▲ 강창희 국회의장. ⓒ정상윤 기자


    원칙을 무너뜨린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국회 상임위 특혜 배정이 원점에서 다시 검토된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9일 오전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만나 안철수 의원의 상임위 배정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안철수 의원의 상임위를 결정하자,
    강창희 국회의장이 제대로 뿔난 것.  

    당초 무소속인 안철수 의원의 상임위 배정권한은 국회의장에게 있다.
    하지만 여야는 각자의 득실을 고려한 정치적 셈법을 토대로,
    자기들 입맛대로 안철수 의원의 상임위를 정해버렸다.

    국회 상임위는 각 정당별로 의석이 정해져 있다.
    상임위 배정이 이미 완료된 상태에서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의원의 경우,
    전 지역구 의원이 활동하던 위원회로 가는 것이 통상 원칙이자 관례다.

    원하는 상임위에 지원해놓고도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바라지도 않았던 상임위에 배정된 의원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안철수 의원은 노회찬 전 의원이 속해 있던 정무위원회에 배정됐어야 했다.
    그런데 정무위와 업무연관성이 있는 1,000억원대 안랩 주식이 문제가 되면서
    안철수 의원은 다른 상임위를 찾기 시작했고,
    결국 민주당이 양보해 보건복지위에 둥지를 틀게 됐다.

    [거물급] 의원의 특혜를 누린 셈이다.

    민주당은 향후 구성될 [안철수 신당]과의 야합을 염두에 두고 호의를 표했고,
    새누리당은 상임위 문제를 갖고 [꼬투리를 잡는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민주당 측의 제안을 승낙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측은
    안철수 의원의 상임위 배정권한을 강창희 국회의장이 갖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버렸다.


  • ▲ 강창희 국회의장(가운데)이 9일 새누리당 이한구(오른쪽),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를 만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상임위 배치 문제와 관련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강창희 국회의장(가운데)이 9일 새누리당 이한구(오른쪽),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를 만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상임위 배치 문제와 관련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강창희 의장은 이한구-박기춘 양당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국회의장과 상의 없이 야당 의원끼리 상임위를 교체한 것은
    국회법 상 국회의장이 무소속 의원의 상임위 결정을 하도록 한 절차에 어긋난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도 “300명 전체 의원의 현황을 점검해서 배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몇몇 의원들이 서로 (상임위를) 주고받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회동 직후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의장이 권한행사를 하는 데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도 “절차상 국회의장이 결심도 안했는데 확정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니 (국회의장이) 기분이 나쁜 것 같다”고 전했다.

    강창희 의장은 개헌특위 구성 문제에 대해서도 서운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장 직속인 개헌특위를 구성하는 데 있어 의장과 논의도 하지 않은 채,
    여야 원내대표끼리 합의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국회의장 직속으로 활동 중인 쇄신자문기관과의 업무중복 문제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