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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당-광주당-친노당]이라 불리던 민주당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민주당 당원들이 5.4 전당대회에서 친노(親盧·친노무현) 세력을 완전히 배제하는 [전면 지도부 교체]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종북(從北) 논란의 근원지이자 애국가 부정 파문의 핵심인 통합진보당.
이들과 가까운 친노 세력이 당권을 휘두르며 민주당을 사지(死地)로 내모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호남 출신 친노계 인사들도 지도부 입성 문턱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친노 세력의 패배가 극명하게 드러난 대목이었다. -
- ▲ 김한길 민주당 새 대표가 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투표 결과 발표 후 새 지도부와 후보들과 함께 꽃다발을 들고 인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親盧 폐족, 마침내 해체 위기
일단 비주류 측 대표주자 김한길 신임 대표의 압도적인 승리를 보면 민주당 내 변화의 흐름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지난해 6월 전당대회에서 친노 세력의 좌장 이해찬 전 대표에게 알 수 없는 이유로 패배해 분루(憤淚)를 삼켜야 했던 김한길 신임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61.72% 대 38.2%] 득표율로 친노-호남 후보인 이용섭 의원을 눌러버렸다.
최고위원 경선도 마찬가지였다.
후보 중 유일한 친노 인사인 윤호중 후보는 10.11% 득표율로 7명의 최고위원 후보 가운데 꼴찌를 기록, 최고위원은 커녕 망신만 샀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고, 신경민-양승조-우원식 최고위원은 범주류 세력에 속하긴 하지만 그나마 계파색이 엷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친노 세력은 당 출범 이후 대표를 연이어 배출하며 명실상부 당의 대주주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작년 총선-대선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된 이후 이날 전당대회에서 굴욕을 겪으며 마침내 해체 위기에 놓였다.
지금 되돌아보면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신계륜 후보가 탈락한 것이 친노 세력 몰락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많다.
신계륜 후보는 친노 세력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어 출마했으나 결국 [컷오프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
■ 전라당 털고 민주당 거듭나나?
민주당의 텃밭, 호남 출신 인사들이 새 지도부에 한 명도 입성하지 못한 것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광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용섭 후보는 같은 광주지역 의원인 강기정 후보와의 단일화를 발판으로 대역전극을 꿈꿨지만, 결국 [꿈은 꿈으로] 그치고 말았다.
또 신경민 최고위원은 전주 출신이지만 지역구가 서울 영등포을이고, 조경태 최고위원은 부산 사하을, 양승조 최고위원은 충남 천안, 우원식 최고위원은 서울 노원을이 지역구다.
호남 출신으로는 유성엽(전북 정읍) 후보가 있었지만 당선되지 못했다.
일각에선 이번에 당 지도부 경선에 출마한 호남출신 인사들이 당선자들에 비해 정치적 중량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최근의 호남출신 인사 중 제대로 된 인물이 없다는 분석인 것이다.
이제 당내 세력교체가 이뤄졌다.
남은 건 야권 정계개편의 핵으로 떠오른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 설정이다.
현재 호남지역을 대상으로 한 일부 여론조사에선 존재하지도 않는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한길 신임대표와 새 지도부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의원을 끌어안을지, 아니면 [안철수 차별화] 전략을 세워 현재의 포지셔닝을 이어나갈지 향후 방향 설정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