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1호선 성북역, 광운대역으로 ‘改名’역명에 학교 이름 넣기..대학들 자존심 경쟁
  • 올해 2월 서울지하철 1호선 <성북역>이 <광운대역>으로 역이름을 변경했다.
    지난 2008년 개통된 9호선 <흑석역>은 이곳 터줏대감인 중앙대측의 끈질긴 노력이 결실을 맺어 <흑석역(중앙대입구)>로 역이름이 바뀌었다.

    근처에 전철이나 지하철역이 있는 대학들은 해당 역의 이름에 자신의 교명을 포함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특히 두 곳 이상의 대학이 몰려 있는 경우, 역 이름에 자신의 교명을 넣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역명을 둘러싼 대학 사이의 경쟁은 때론 자존심 싸움으로 확전되기도 한다.
    대학들이 일개 전철 역 이름을 놓고 이처럼 깊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역 이름이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대학들은 전철역 이름에 어느 학교의 교명이 들어가느냐가 곧 그 대학의 사회적 비중과 서열을 뜻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우수 신입생 유치를 위해서도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 바로 역이름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역이름을 둘러싼 대학 간 전쟁이 경전철 개통을 앞두고 다시 불 붙고 있다.
    이번에는 서울 강북지역에 이웃하고 있는 국민대와 서경대가 근처에 들어설 <서울 강북 우이~신설 경전철> 역명을 놓고 양보없는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대와 서경대 총학생회는 각각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역명 유치를 위한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국민대 학생회는 학교 전체의 규모를 강조하면서 역명 유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재학생 정원을 기준으로 하면 2만명인 국민대가 9,000명인 서경대보다 두배 이상 많다.

    서경대 학생회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새로 역사가 들어설 위치가 국민대에 비해 훨씬 가깝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서경대는 새로 들어설 역사로부터 510m 거리에 있다.
    반면 국민대는 약 1km 떨어져 있다.

    두 학교 학생들이 자존심을 건 기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역명 결정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전철은 아직 개통되기까지 2년이 더 남았다.
    역명은 개통 6개월 전 서울시 지명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한다.


    두 학교 학생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3의 이름이 역명으로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두 대학의 이름이 역명에서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 ▲ 서경대학교 정문모습.ⓒ서경대학교 제공.
    ▲ 서경대학교 정문모습.ⓒ서경대학교 제공.


    이 경우 두 학교 학생회가 벌인 서명운동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
    지금까지 국민대 학생회는 9,000명, 서경대 학생회는 3,000명의 서명을 받았다.  

    두 학교 학생들은 역명 유치를 위한 싸움을 접을 뜻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서명운동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학우들에게 우리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 줄 것.
    L09역사의 이름을 <국민대입구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공약이었다.
    학교측에서도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 국민대 최경묵 총학생회장


    서경대 총학생회 관계자도 서명운동 대상을 교직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경대 관계자는 서명운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학생회가 매년 바뀌면서 관련 이슈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이미 두 대학의 이름이 아닌 지역명으로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지 오래다.
    학교 이름을 역명으로 만든다면 일종의 특혜다."


  • ▲ 국민대학교 전경.ⓒ윤희성 기자
    ▲ 국민대학교 전경.ⓒ윤희성 기자